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컴퓨터광으로 알려진 김정남이 북한 권력의 실세로 부상함에 따라 북한정권이 IT기술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간주하기 시작했다고 AFP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지난해 월남한 인민군 전산병 출신의 탁은혁씨는 AFP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북한에서 컴퓨터 전문가로 통하는 김정남이 현재 북한군의 낙후한 통신체제를 첨단 정보시스템으로 바꾸는 정보화 사업을 직접 총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정일의 후계자로 알려진 김정남이 직접 컴퓨터사업을 하는 것은 북한 정권이 IT기술을 얼마나 중요하게 간주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현재 북한은 군주도로 정보화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데 내년말까지 대대단위로 15대의 PC가 보급될 예정이다. 이 군용 PC는 비록 수량은 많지 않지만 사령부와 예하부대간의 문서전달과 김정일 어록이나 군뉴스를 검색하는 등 ‘중요 업무’에 사용될 계획이다. 북한군은 또 정보전에 대비해 매년 100명의 해커를 군 정보학교에서 배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지난 94년에야 컴퓨터교육을 시작했고 매우 한정된 주민만 인터넷 사용이 허락되는 등 IT수준이 낮지만 일부 소프트웨어 부문에선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현재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의장에 오른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남은 아버지 김정일에게 PC사용을 권하고 평양의 고등학교에 ‘컴퓨터 영재반’을 설치할 정도로 IT산업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김정남이 북한의 권력실세로 전면에 나설 경우 IT산업육성이 북한정권의 최우선 정책이 될 개연성은 매우 높다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올해 33세인 김정남은 지난 2001년 5월 위조여권을 소지한 채 일본에 밀입국하려다가 적발된 뒤 중국으로 강제추방돼 국제적 주목을 끌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