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신년특집]차세대 반도체·지능형 로봇

◆ 차세대 반도체

 최근 인텔이 디지털TV용 통합 반도체칩을 내놓으며 가전 시장에 진출할 것이란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인텔이 디지털TV와 디스플레이, PC를 통합 관리하는 단일 칩을 개발, 내년 1월의 ‘소비자 가전 쇼(CES)에서 공개한다는 것. 이렇게 되면 “화면 50인치, 두께 7인치의 대형 디지털TV 가격이 10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PC용 프로세서를 바탕으로 정보기술(IT)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인텔이 디지털TV와 PC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반도체를 내놓키로 한 것은 다양한 기기와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통합하는 ‘융합’의 추세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디지털 컨버전스’가 IT 산업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이를 뒷받침해 줄 차세대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점점 커지고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다양한 기기와 기능의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영역 구분도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모든 IT 및 전자기기의 핵심 기능을 하나의 집적회로(IC)에 통합시키는 시스템 온 칩(SoC)은 새로운 기술 흐름과 시장 질서를 주도할 핵심 ‘차세대 반도체’로 자리잡았다.

 이는 메모리의 삼성, CPU의 인텔이라는 기존 영역을 허물고 모든 반도체 업체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경쟁으로 내몰 것이다.

 세계 반도체 업계는 이미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잡기 위한 무한 경쟁에 나섰다.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퀄컴 등의 비메모리 분야 강자들은 CPU와 디지털신호처리기(DSP) 등과 메모리를 결합, 모바일 기기에 적합한 SoC들을 내놓고 있다. 산학 협력과 클러스터 구축을 통한 연구 활동도 활발하다.

 인텔·소니·도시바 등 세계 유수 반도체 업체들은 고성능 차세대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나노급 초미세회로공정 기술의 개발·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텔은 최근 65nm 제조 공정 기술을 활용해 S램 시제품을 선보였고 도시바와 소니도 65nm급 대규모 집적회로 반도체를 개발, 2005년부터 상용화에 들어갈 계획을 밝혔다.

 과감한 시설 투자와 공세적 R&D로 90년대 이후 세계 메모리 시장을 평정한 우리 나라도 차세대 반도체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디지털TV, 이동통신, 홈네트워크, 미래형 자동차 등 우리 나라 미래 전략 산업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또 D램을 통해 구축한 세계 반도체 시장의 강자 자리를 수성하는 한편 부가가치가 낮고 경기 변동에 민감한 메모리 시장의 한계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세대 반도체 기술 주도로 IT 산업의 ‘두뇌’를 확실히 장악, ‘반도체 강국’의 신화를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도 계속 이어간다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이미 ‘차세대 성장 동력’의 하나로 차세대 반도체를 선정하고 업계, 학계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산업자원부는 최근 발표한 ‘차세대 반도체 육성 총괄기획안’을 통해 앞으로 5년간 총 1조5000억원을 쏟아 부어 차세대 반도체의 조기 산업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차세대 SoC 개발 △나노 공정 기술 개발 △차세대 메모리 개발 등의 기술 개발 과제와 차세대 SoC 설계 인력 양성 등 기술 기반 조성 과제 등에 투자하게 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10년까지 △반도체 수출 500억 달성 △세계 시장 점유율 15% 달성 △비메모리 비중 40%로 확대 등을 이룬다는 목표다.

 우리 나라의 반도체 ‘신화’가 메모리에 편중돼 있긴 하지만 앞으로 펼쳐진 차세대 반도체 쟁탈전에서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SoC 분야는 선진국의 경쟁 업체들이나 우리나 비슷한 출발점에 서 있다는 것이다. 또 우리 나라는 D램 산업에서 쌓아올린 설계·공정·재료 기술을 바탕으로 300mm 웨이퍼 시대를 열고 90nm급 초미세 회로 공정 기술도 확보하는 등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임영모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SoC 등 차세대 반도체는 전혀 새로운 기술로 기존 산업의 구도를 일거에 바꿀 수 있는 ‘와해성’이 높은만큼 선진국의 기술 우위를 극복하고 주도권을 잡을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또 그는 “와해성 기술은 현재 기반보다는 명확한 방향과 의지, 장기 투자 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최근 D램과 플래시메모리에서 축적한 미세회로설계 및 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PDA용 모바일 SoC를 개발, MS·HP 등 주요 IT 기업의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됐다.

◆ 지능형 로봇

 지능형 로봇은 지능을 가지고 스스로 움직이면서 가사나 사무 업무를 지원하는 로봇을 말한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이 주로 공장에서 반복적 업무를 수행했다면 지능형 로봇은 인간의 필요를 감지해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정이나 병원에서 노인 및 환자들을 보살피는 서비스 로봇 등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감정과 필요를 파악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의 개발을 겨냥, 현재 ‘움직임’과 ‘지능’의 두 축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최근 개발한, 책을 읽고 사람의 행동에 반응하는 IT 기반 지능형 서비스 로봇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로봇은 지능지수가 훈련받은 개 수준인 40 정도지만 영상과 문자인식 기술, 음성합성 기술을 결합해 얼굴을 보고 신분을 인증하고 문자를 인식해 소리내 읽을 수 있다. 또 과기부 주도로 독거 노인을 위한 실버용 로봇 개발도 추진 중이다.

 로봇 강국 일본도 사람형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니는 인간의 감정적 욕구까지 만족시킨다는 목표 아래 강아지 로봇 아이보를 내놓았다. 또 최근엔 사람형 로봇 큐리오에 두 발 모두를 일시적으로 땅에서 떼는 ‘구보 상태’를 구현하는데 성공하는 등 동작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로봇은 PC보다 인간 친화적이고 관련 산업과 파생 비즈니스가 많아 앞으로 PC, 자동차에 맞먹는 대규모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산업자원부는 2010년 서비스 로봇의 시장규모가 7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신약 개발, 인공 장기 등 바이오 분야도 ‘포스트 IT’의 주역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부는 신약, 바이오 장기, 바이오칩 등을 중심으로 바이오 산업을 전략 육성, 현재 1조4000억원인 생산 규모를 16조원으로, 7억4000만달러인 수출액을 97억4000만달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 장기는 생체의 장기와 같은 기능을 갖는 기기를 인공적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전기 기계를 이용하는 방법 외에도 동물 장기 이식, 줄기세포 배양, 생체조직 배양 등의 방법이 쓰이고 있으며 수명 연장과 질병 치료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전망이다.

◆ 기고 - 위기의 반도체 경쟁력

 이조원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장 jwlee@nanotech.re.kr

 우리나라는 2003년 11월 30일 현재 경쟁력이 높다는 반도체 부문에서 무려 18억달러의 무역 역조를 기록했다. D램에 과감하게 투자, 세계 1등을 차지했고 플래시 메모리에서도 인텔을 제치고 1등이 됐지만 많은 부품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근본 모순을 극복하지 못해서다.

 문제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주력 분야인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유지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D램은 시황의 변동이 심하고 거액의 설비투자가 필요하지만 16Gb DRAM용 캐패시터는 아직 개발 방향조차 결정되지 않는 등 미래가 불투명하다. 업계는 고집적 불휘발성 대체 메모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만약 16Gb D램 개발이 실패하거나 반도체 기술 정체로 신발·옷과 같이 저가 범용화가 이루어지면 성능 개선보다 저가·신뢰성·내구성 개선의 방향으로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우리나라는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이 경우 반도체 산업의 메모리 의존도가 격감하고 다른 중국 저가 범용 제품군들(신발·옷·DVD)처럼 우리나라 메모리는 중국 제품에 뒤지게 될 것이다.

 향후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이어갈 초고집적 반도체 기술의 개발은 나노기술을 통해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나노기술을 통한 소자의 소형화도 물리적·기술적·경제적 한계를 안고 있다.

 투자비 부담, 반도체 가격 급변, 기술적 한계 등의 불확실성 때문에 최근 경쟁국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성장 기반을 재정비하고 있다. 미국은 MRAM등 메모리 분야를 재무장하고 나노소자 개발을 위해 국가 나노기술 프로그램인 NNI와 SRC가 손을 잡는 등 국가적으로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전력하고 있다. 일본은 디지털가전용 시스템IC사업을 강화하고 있고 산학관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한 포커스21을 통해 매년 10억달러의 정부투자가 진행 중이다. 유럽도 연 12억달러를 투자하는 Medea Plus라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나노 기술 공세와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으로 샌드위치가 됐고 2007년께 기술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마의 장벽이 도사리고 있어 반도체 경쟁력의 위기를 맞고 있다. 마의 장벽을 해결하면 반도체 패권국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패자가 될 것이다.

 국가 R&D역량을 집결하여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연구 중인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 시스템IC 사업 등을 국가적으로 지원해야 할 정당성이 여기에 있다. 이 사업들이 제 궤도에 올라서려면 미국과 일본처럼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 동시에 나노팹 센터와 특화팹 센터 등 인프라를 조기 구축해 산학연 연구 개발의 중심지로 키워야한다. 특히 반도체소자 연구 뿐 아니라 주요 공정 및 장비를 동시 개발할 수 있는 국가 R&D 시스템이 필요하다.

 향후 5∼10년간의 환경 변화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국가 중추산업인 IT의 경쟁력 확보를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