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기술 수준의 91% 그리고 중국·대만보다 15% 가량 높은 가격.
이같은 수치는 우리나라 인쇄회로기판(PCB:Printed Circuit Board) 산업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말해주는 것이다. 즉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첨단 기술과 중국 등 후발국의 파상적인 가격 공세에 의해 협공상태에 빠져 있다는 얘기다.
무역위원회가 올해 조사한 ‘PCB산업 경쟁력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술수준을 선진국(미국·일본 등)과 비교할 때 91%에 달하고 가격경쟁력은 경쟁국(중국·대만 등)과 비교할 때 15% 이상 높아 비교 열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국내외 415개(국내 247개·해외 168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기술경쟁력을 보면 우리나라 기술지수를 100으로 했을 때 통신용 PCB는 미국이 120, 일본이 110으로 나타났다. 빌드업 PCB는 미국이 100, 일본이 110으로 우리나라가 비교적 열위 위치에 놓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지만 중국·대만에 비해선 기술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빌드업 PCB에서 중국과 대만은 각각 70, 90으로 나타났고 통신용 PCB도 각각 70, 90으로 나타나 우리나라가 우위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격경쟁은 우리나라 가격지수를 100으로 하면 통신용 PCB는 중국이 130, 대만이 120이었다. 빌드업 PCB는 중국이 110, 대만이 100으로 조사돼 우리나라가 중국·대만에 비해 비교열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빌드업 PCB는 미국과 일본이 각각 80, 80이었고 통신용 PCB는 각각 80, 80으로 우리나라가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 요소별로 구분해 살펴보면 품질과 성능에서 일본이 109와 105, 그리고 미국이 114와 107로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디자인과 납기측면에선 일본이 96과 85 그리고 미국이 92와 79로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 우리나라가 디자인과 납기면에선 비교 우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경쟁국인 중국·대만과의 세부적인 비교에서도 품질·성능·디자인·납기 등 모든 항목에서 우니나라가 유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만은 디자인이 92, 납기가 89, 품질이 94로 우리가 경쟁우위에 있지만 격차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디자인이 84, 납기가 82, 품질이 79, 성능이 80으로 우리나라가 경쟁 우위에 있고 특히 격차가 상당히 벌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우리나가 PCB산업이 선진국과 후진국에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황에서도 우리의 약점을 보완하면 세계 주도권을 쥘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세계 인쇄회로기판(PCB)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일본·대만·미국 등과 함께 4대 PCB 산업국으로 확고한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다. 일본 기판 시장조사 기관인 NT인포메이션이 최근 발표한 생산량 10대 순위(2002년 기준) 자료에 삼성전기와 대덕그룹이 ‘10대 메이커’에 진입했다.
LG전자는 46위에서 21위로 무려 25계단, 코리아써키트는 23위에서 18위로 5계단, 이수페타시스는 60위에서 58위로 각각 올라섰다. 또한 영풍전자·에스아이플렉스 등 업체가 100위권에 신규 진입했으며 심텍·코스모텍 등 일부 업체들도 100위권에 새롭게 가세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한국의 기판 산업 입지가 세계 시장에서 커져가고 있는 추세다.
이는 국내 주요 업체들이 경기 불황속에서도 시설투자·기술개발 등에 힘을 기울여 디지털가전·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등 전방 산업의 수요에 적극 대응했기때문이다. 특히 이들 전방산업은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고 있어 PCB업체는 경쟁국에 비해 유리한 고지에 있다.
전자산업진흥회 한 관계자는 “세계 수준의 전방산업·우수한 현장 기술인력·높은 수율비 등 강점을 최대한 살리고 취약한 원부자재 및 장비 국산화·미흡한 차세대 연구개발 투자·부족한 고급 연구개발인력 등의 약점을 보완하면 세계 1위도 넘볼수 있다고 밝혔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