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형반도체(ASIC) 기업들이 부품업체에서 시스템기업으로 변신하며 돌파구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두인칩·아라리온·C&S테크놀러지 등 ASIC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기업들은 자체 제작한 칩을 핵심부품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을 직접 개발해 사업분야를 확장하고 매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WCDMA칩을 개발과 ASIC 디자인서비스를 해왔던 서두인칩(대표 김태완 http://www.seoduinchip.co.kr)은 셋톱박스와 MP3플레이어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스토리지와 주기판에 들어가는 시리얼 ATA칩을 개발한 아라리온(대표 박기순·정자춘 http://www.aralion.com)은 자사칩을 내장한 스토리지를 만들었고 영상프로세서을 개발한 C&S테크놀로지(대표 서승모)는 영상전화기 사업에 기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왜 진출하나=코스닥에 등록된 ASIC 1세대 기업인 이들이 시스템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칩 공급만으로 실적 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적과 주가 관리 부담에 시달렸던 이들은 덩치가 큰 시스템 사업으로 매출을 높여 지속적인 성장 지표를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기업들은 시스템업체에 종속되는 부품업체의 설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시스템 사업에 진출하기도 한다. 시스템 업체가 부품을 채택해주기만 기다리기엔 위험부담이 크다는 이유다. 시스템 원가에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핵심칩을 가지고 있어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또 칩을 사용하는 시스템 시장이 열리지 않아 자체적으로 칩이 들어가는 시스템을 만들기도 한다. 시장도 확대하고 자사 칩을 표준화하려는 전략이다.
◇시스템 사업 진출 성과=서두인칩은 2000년 셋톱박스 시장에 진출한 이래 올해 최대 매출을 올리며 셋톱박스 메이커로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사는 여세를 몰아 최근 각광받고 있는 MP3플레이어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아라리온은 스토리지 전문업체를 표방하며 중소기업 시장 공략을 강화, 음악서비스업체인 마이리슨닷컴에 4억원에 상당한 스토리지를 구축했다. C&S테크놀로지는 중국 차이나유니콤이 자사의 영상전화기 ‘비쥬폰’을 이용해 상하이, 톈진, 베이징 등 300개 도시와 광둥성, 지린성 등 30개 성을 대상으로 영상전화서비스를 본격 개시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진출에 대한 평가=이런 성과에도 불구 이들의 시스템 사업 진출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상화마이크로텍 이길용 사장은 “세계적인 IT기업인 모토로라와 루슨트 등은 관련 칩을 개발하다가 시스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최적화된 시스템을 제공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며 새로운 성공모델의 창출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그러나 이들이 최근 반도체 부분을 전문화시켜 분사하는 등 부품 전문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전문화의 결여를 경계했다.
에이로직스 김주덕 사장은 “중국이나 대만 등지의 딜러들이 칩 업체에게 아예 시스템을 개발하면 선주문을 하겠다는 등 칩 개발업체에 시스템사업 진출에 관한 유혹이 많다”며 “몇몇 딜러의 조건만 믿고 시스템 사업을 무작정 시작하는 것은 벤처기업에 위험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