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스치는 바람일까, 지속되는 문화현상일까.
한류는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 제작하고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문화에 공감한다는 사실, 그래서 한국 문화에 익숙해진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한국 문화를 찾는다는 선순환 구조를 이룩했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냉정히 돌아보면 한국문화가 미국과 일본의 거대한 애니메이션·게임 문화에 비해 가능성은 다분하지만 실력이 떨어진다. 또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은 물론 중국까지 문화산업을 강화하겠다고 서로 나서고 있다.
결국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문화적 역량을 스스스로 강화하는 것이다. 문화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상위 문화가 하위 문화를 이끌고 나가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여러차례 검증된 어찌보면 문화에 대한 평범한 진리다.
정부의 마스터 플랜 위해 한발 앞서 나가는 스타플레이어들이 나와야 21세기 문화 5대 강국의 비전은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될 것이다.
◇동북아 문화공동체 구축을 향하여=한류는 중화권에 여전히 확대되고 있고 일상화돼 가고 있지만, 한계와 문제점도 적지 않다. 당장 중국시장의 경우 취약한 시장구조로 인해 수익창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현지 정부의 규제도 심화되고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서병문 원장은 “무엇보다 큰 문제는 한류를 한국 문화상품의 동북아 진출이라는 좁은 의미로만 해석, 한·중·일 삼국의 동북아 문화교류 및 협력 체제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주변 국가와의 폭넓은 쌍방향 문화 교류를 통해 ‘한류’의 위상과 의미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문화패권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은 상태에서 한류가 미국의 할리우드식 ‘무차별 문화 전파’ 로 인식될 경우 반발감만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
실제로 대만언론에서는 한국 연예인을 악의적으로 보도하거나 한류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또 한국 온라인게임이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중국 정부가 나서 한국 온라인게임 규제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서 원장은 “한중일 삼국이 동북아 문화공동체를 형성, 문화적 유대감과 동질성을 확보할 때 진정한 동북아 경제 협력과 번영이 가능할 것”라고 강조하고 “‘한류’는 동북아 문화 정체성 형성을 위한 기초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식=글로벌 스탠더드라는 획일적인 세계화에 대응되는 로컬 스탠더드를 확립하는데 동북아 문화공동체의 역할은 크다는 설명이다.
◇미래형 콘텐츠에 주목하라=인터넷의 확산, 디지털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변화 등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문화콘텐츠산업은 영역간 융합·글로벌화·블록화·엔터테인먼트화로 진화돼 가는 추세다. 현재 한류 열풍은 드라마, 영화, 가수 등 아날로그형 문화 상품이 주도하고 있으나, 향후에는 디지털 기술 융합 및 모바일 기술 발전으로 유무선 인터넷, 디지털콘텐츠 전자상거래 등이 핵심 콘텐츠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음악산업의 경우만 해도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음악파일 유통시장은 97년 전체시장의 0.1%를 차지하다 2010년이면 전체시장의 20% 이상으로 껑충 뛰어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게임의 경우, 오프라인으로 유통되는 패키지 상품보다는 온라인게임, 네트워크 게임이 각광받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디지털 애니메이션, 플래쉬 등이 미래형 콘텐츠라 할 수 있겠다. 출판만화 분야에서는 e북, 디지털만화 등의 상품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특히 모바일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모바일 음악, 모바일 캐릭터, 모바일 게임, 모바일 만화, GPS서비스, 모바일 방송,모바일 애니메이션 등 모바일 콘텐츠도 주목해야 한다.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인먼트), 에듀테인먼트(교육+엔터테인먼트) 등 생활 곳곳에 자리잡게 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시장의 변화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홈네트워크 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각종 가전제품들이 콘텐츠 플랫폼으로 가능해지면서 가정에서 활용되는 콘텐츠의 절대량 자체가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온라인게임은 이러한 미래 콘텐츠를 제대로 선점한 좋은 예다. 한국 온라인게임이 중국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중화권 게임시장을 선점해나가고 있다. 중국 시장 공략을 목표로 대대적으로 마케팅 활동에 나서는 소니 등 굴지의 게임회사들에게도 이는 높은 진입장벽일 수 밖에 없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 "빨간불일땐 숨고르기도 전략이다"
문화대국의 면모를 자랑하는 미국, 영국,일본의 움직임이 매우 빨라졌다. 거대 시장으로만 여겨졌던 중국 정부도 문화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연일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중이다. 미국은 최근 미디어와 통신사의 소유 규제를 크게 완화, 글로벌 대기업화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산업은 군수산업에 이은 2대 산업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영화 촬영 장소에 대한 허가 제도의 간소화, 관련 수수료 폐지를 통해 산업 활성화를 꾀하고 있으며 해외 투자 기업을 끌어올 수 있는세제혜택, 교통 인프라 혜택 등의 ‘미끼’ 정책도 계속 내놓고 있다.
일본 역시 5년 이내 최계 최첨단 IT국가로 거듭난다는 계획 아래 e-Japan 전략 수립을 완성했다. 2005년까지 3000만 세대가 고속 인터넷에 접근가능한 환경을 정비하는가 하면, 방송과 통신의 융합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공영방송인 NHK는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특집방송을 내보는 등 문화산업의 정비에 나서고 있는 모습니다.
중국은 가장 시장이 큰 나라인 동시에 가장 경계해야할 나라이기도 하다. 중국은 그 어느나라보다 정부 규제가 심한 나라다. 내일부터 당장 특정 콘텐츠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정부 정책이 나오면 먹혀들어가기 때문이다. 중국 문화부 관련 인사들이 한국 문화산업을 탐방하기 위해 방문한 횟수만도 10여 차례. 중국은 당장 상하이에 게임 아카데미를 설치하는 등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나 게임산업개발원을 모델로 한 진흥기관 설립에 들어갔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온라인게임에 대해서는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들을 하나씩 전개해나가고 있다.
*중국 샨다의 사례
중국 온라인게임 서비스업체 샨다의 사례는 중국 시장에 대한 장밋빛 환상에 젖어있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경계심을 일깨워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샨다는 국내 개발사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미르의 전설2’를 수입, 중국 현지에서 서비스해 동시접속자수 60만명이라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샨다 천탠차오 사장은 중국 10대 부호 반열까지 올랐다.
문제는 샨다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으면서도 국내업체에 로열티 지급을 무려 1년 동안이나 미뤘다는 점이다. 돈 받는 사람이 답답하지, 주는 사람은 만만디라는 전형적인 중국식 사고 방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여기에다 온라인게임개발사인 위메이드와 이 게임을 중국에 수출한 퍼블리싱업체인 액토즈소프트가 집안싸움까지 벌여 문제는 꼬여가기만 했다.
이 게임이 중국에서 워낙 큰 성공을 거뒀던 탓에 로열티 금액은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 수백억원 수준에 달했다.
특히 샨다의 로열티 미지급 문제가 중국 내에서도 이슈화됐으며, 샨다는 "한국업체가 제 역할은 못하고 중국에서 수백억원대의 로열티를 가져간다"는 언론 플레이에 성공, 중국 정부가 게임산업 규제정책을 들고 나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