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을 어떻게 공략하고 활용할 것인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을 꿈꾸는 기업이라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화두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2004년도 경제성장 전망치만 봐도 그렇다. 올해는 미국 3.4%, 일본 1.3%, 한국 4.3%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해 중국은 미국에 비해 2배나 높은 7.7%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러한 중국경제의 안정적인 고속성장과 2008년 올림픽 유치 성공, WTO 가입 등 대외적인 일련의 사건들은 중국이 세계 진출의 허브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단순히 이전처럼 중국을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려는 생산기지화가 아니라 중국 시장을 자신들의 내수 시장화하려는 이른바 ‘현지화, 하이테크 기술화’로 시너지효과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돌아서고 있다.
삼성, LG, SK 등이 그룹의 앞날을 중국 시장 진출의 성공여부로 간주하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지도 오래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 중소기업도 중국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을 정도다. 특히 첨단산업과 제조업에 속하는 기업 등이 주로 중국에 진입하려던 이전과는 달리 금융 등 서비스 업의 진출도 점차 늘어날 조짐이다.
◇중국, 한국의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지난 2002년부터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했다.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 대한 투자가 429건으로 18.6%(건수비중 기준), 4억9200만달러로 20.8%(금액비중)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 투자건수는 1266건으로 54.9%, 금액으로 8억100만달러가 투자돼 33.8%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또 수출입은행이 최근 투자잔액 1000만달러 이상 중국 현지법인 6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2년도 투자수익률은 10.8%다. 이는 2003년 우리기업의 세계 전체 투자수익률 7.6%보다 높은 수준이며 2000년도 대 중국 투자수익률인 7.6%보다 높게 나타났다.
투자 수익률이 늘어나고 있지만 투자실패율도 높다. 대한상의가 최근 202개 수도권 모기업 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진출업체의 재투자 의향을 물어본 결과 41.7%가 부정적 응답을 보이고 있다. 34.3%만이 재투자에 긍정적 응답을 나타냈다. 10개 중 2개가 투자실패로 철수경험이 있으며 13.7%가 철수를 계획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실패원인으로는 사전조사 미흡(40.8%), 업종선정 실패(29.5%), 현지 내수부진(11.1%), 현지 파트너와 불화(9.8%) 등이 주로 거론됐다.
계명대학교 중국학과 백권호 교수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대한상의 자료를 토대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기업은 경영성과에 대해 약 80%가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수익성에 대해서는 59.2%만이 만족한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중 투자 실패율을 20%수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중국이 최대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는만큼 수익률에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입견 배제, 경쟁력 갖추는 것 필수=효율적인 중국 시장 진출 전략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비교적 공통적이다. 중국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현지의 법과 제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진출에 앞서 국내 경쟁력부터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기업들의 일면을 보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최대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의 휴대폰, 농심의 라면 등이 중국에서도 역시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점이 그렇다.
백권호 교수는 최근 세미나에서 “내수시장 지향 진출기업의 현지화 전략추진이 미흡하다”며 “연구개발 등 핵심역량의 현지이전및 마케팅 기능의 강화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전략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KOTRA 해외조사팀의 황재원 중국팀장은 “중국 시장 진출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국내 경쟁력을 우선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경쟁력 없는 기업이 마지막 생존방식으로 중국 진출을 모색한다면 100% 실패할 것이란 얘기다. 결국 자사가 해외 진출 역량을 갖고 있는지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 팀장은 중국 시장의 정보를 파악하는데 드는 비용지출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분야별 전문가가 있는 만큼 댓가를 지불하고 정보를 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이나 혹은 자신감만을 갖고 승부를 걸기에는 중국 시장은 크다.
이재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소장이 최근 보고서에서 제조업 투자 비중이 2002년 말 85%로 여전히 높고 지역편중도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해외기업들의 진출 현황
글로벌 기업의 중국투자와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중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11월말까지 외국기업의 투자실행액은 4951억20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에 나선 외국기업수만 무려 46만812개에 이른다. 지금까지 외국기업이 중국에 투자하겠다고 맺은 투자계약액은 투자실행액의 2배에 가까운 9285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외국기업의 투자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2004년도에 중국은 미국과 영국에 이어 전세계에서 세번째로 ‘외국기업투자 5000억달러 시대’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수익성 높은 첨단 산업 중심으로 투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IT산업 생산규모는 2002년 842억달러로 미국, 일본에 이은 세계 3위 시장이다. 중국정부는 지난 2000년 이후 첨단산업 발전을 위해 다국적 기업 유치에 2000년 이후 중국에 진출한 외국 자본의 40%이상이 첨단분야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은 지난 2001년 이후 첨단분야를 중심으로 꾸준히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전자업계의 중국 투자는 지난 2000년 357억엔에서 2001년 639억엔으로 증가하는 등 급수기하적으로 늘고 있다. 이미 도시바는 아날로그 디지털 TV생산 일체를 중국으로 이관중이며, 마쓰시다는 PDP 생산을 이미 중국에서 실시하고 있다.
중국이 모토로라, 노키아를 비롯해 통신업체에서부터 비롯해 이른바 첨단 IT기업의 새로운 각축장으로 변한 지는 이미 오래다. 단순히 유통시장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연구개발(R&D) 센터를 직접 설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들어서만 SAP가 중국에 R&D센터를 설립하기로 했으며, AMD는 이미 중국에 첨단가전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경제를 이끌어가는 금융기관 진출도 늘고 있다. 지난 2001년까지 중국에 설립된 외국계 금융기관 사무소 및 지점은 총 387개로 추정된다. 최근 들어 보험 등의 개방조짐이 보이며 금융기관의 중국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월마트, 까르푸 등 세계적인 유통업체들이 이미 포진하고 있는 유통시장도 주목할만하다.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세계 3위 유통기업인 마디어룽(메트로)은 30여개 안팎의 창고형 매장을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으나 향후 중국 전역에 100개의 매장을 추가로 개설하기로 했다. 제조업체도 늘고 있다. 지난 88년 광저우에 진출한 바오졔(P&G)는 이제 10개가 넘는 합작과 단독투자법인을 설립해 가정생활용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 96년 초기만 해도 연간 생산능력이 1만대에 그쳤던 이라이커쓰(Electrolux)는 이제 연산 100만대 규모다.
많은 완성차 업체가 중국에 진출해있는만큼 부품공급을 위해 진출한 외국기업이 2001년말 현재 645개에 달할 정도다. 세계 1위의 자동차부품 기업인 델파이는 중국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13개의 법인을 설립했으며 덴소, 다나 등 세계적인 부품기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처럼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해외기업은 공통적으로 복잡한 중국 유통망을 ‘경쟁’개념을 도입하며 효율적으로 관리해오고 있으며, 현지화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 성공적 중국 투자 위한 10가지 체크 포인트
중국진출의 시발점이 투자라 할만하다. 이미 국내 기업의 100% 단독투자비중이 지난 97년 46.6%에서 2003년에는 64.7%로 늘어났다. 현지 투자를 통해 시장진입을 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다는 판단에 기업들이 돈을 들이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기업의 현황과 업종, 경영전략에 따라 각각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살려 투자를 합자로 할것인가 독자로 할 것인가 채택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에 근거, KOTRA가 최근 성공적인 중국투자를 위한 10가지 체크포인트를 내놓았다.
1. 투자 입지 선정은 신중했는가.
2. 합자 파트너 선정은 적당한가.
3. 중국 비즈니스의 출발, 법과 제도 준수는 하고 있는가.
4. 조속한 생산을 희망한다면 임대공장이 유리.
5. 투자 초기 중국 관리들의 말에 무조건 현혹되지말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인하라.
6. 중요한 문서는 정부기관의 서명날인을 받아두라.
7. 영업허가증에 기재된 영업범위내에서만 내수판매가능하다는 점 확인할 것.
8. 판매대금 미회수 문제 적극 대처하라.
9. 전략적인 송금 방안 고려 해야.
10. 근로자 임금 수준에 대한 정확한 이해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