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콘텐츠를 개발할 때는 장애인과 노인이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을지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인터넷만큼은 소외가 없도록 해야 하지 않습니까.”
충북대학교 전기전자 및 컴퓨터공학부 김석일 교수(51)는 최근 ‘웹콘텐츠접근성지침’ 표준안 마련을 주도한 인물답게 정보화 과정에서의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를 강조한다.
이번에 마련된 표준안은 김 교수가 정통부 산하 정보통신접근성향상표준화포럼의 접근성분과위원들과 공동으로 4개월 동안 개발한 것. 개발자들이 웹콘텐츠 제작시 실질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개발지침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결과다.
사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류 역사상 일찌기 누리지 못했던 정보접근의 평준화가 이뤄졌다. 더구나 초고속통신망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폭넓게 구축된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이용환경은 세계 최고 수준을 구가한다. 그러나 신체나 정신에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아직도 먼 얘기. 일반인과 장애인의 정보격차가 37% 포인트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는 이를 반증하고 있다.
웹콘텐츠접근성지침 표준안이 장애인이나 노인들의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교수는 “정통부가 과거에 마련했던 접근성지침은 선언적인 수준에 그쳐 개발시 직접 참고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 적었다”며 “이번에 마련한 표준안은 적용방법을 구체적으로 기술함으로써 실질적인 개발지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14개 조항으로 이뤄진 이 지침은 인터넷표준화기구인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에서 마련한 웹콘텐츠접근성지침(Web Content Accessibility Guidelines), 미국 재활법 508조 등을 참고하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하상장애인복지관,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등 장애인단체 관계자 및 인터넷 업체 개발자 등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해 개발됐다.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경우 스크린리더를 통해 음성으로도 내용이 전달되도록 한 조항이나 표·그래프 등을 이용할 때 시각장애인들도 읽을 수 있도록 한 조항 등 장애인들의 여건을 다각도로 고려함으로써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김 교수는 “이 지침이 앞으로 국내표준으로 자리잡고 정통부의 고시 등을 통해 널리 보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특히 각급 학교의 커리큘럼과 교재에 포함되도록 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웹접근성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IBM이 국내 한 맹아학교에 자금지원을 나설 때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을 인연으로 접근성 연구에 힘을 쏟아왔다는 것. 돈되는 기술에만 연구자금이 몰리는 학계 현실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웹접근성 분야 연구작업이 얼마나 외로운 작업이었을지 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김 교수는 앞으로 사정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
“최근 미국에서 본격 가동된 재활법 508조는 국가조달시장 공급물품 및 서비스에 대해 접근성 기준을 준수토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연간 5000억원에 달하는 미국 조달 시장을 외면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제 기업들이 직접 나서서 접근성 제고에 노력할 때입니다. 당연히 학계의 관심도 조금은 높아질 수밖에 없겠지요.”
이같은 김 교수의 지적처럼 정보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이제 단순 국민복지 차원을 넘어 국내 IT산업 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