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영원한 강자로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국내 업체가 브라운관(CRT)·TFT LCD·PDP 등 3대 디스플레이 제품군에서 이미 세계 1등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차세대 평판 디스플레이인 유기 EL도 일본에 이어 세계 2번째로 개발, 양산체제를 구축하는 등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업체가 1등 반열에 오르는 데 소요된 기간은 브라운관(CRT)이 20년이 걸렸지만 LCD는 4년이 소요됐고 PDP는 불과 생산한지 2년 반만에 1등에 오르는 기록을 달성, 평판 디스플레이 세계사에 새로운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평판 디스플레이 산업이 경기 견인=디스플레이 리서치는 세계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기술의 디지털화와 소비의 고급화가 맞물리면서 세계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2003년 616억달러에서 2012년엔 1400억달러에 달하는등 세계 수요가 급팽창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중 LCD는 연평균 17%, PDP는 18.2%, 시장 진입기인 유기 EL은 무려 90.4% 이상 고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세계 시장 확보를 위한 업체간 기술 개발 경쟁이 심화되면서 디스플레이의 세대 교체가 급속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2000년에는 LCD 시장이 180억달러에 그쳐 220억달러를 기록한 CRT에 뒤졌지만 2002년 처음 역전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LCD는 2006년에는 CRT 시장 규모의 2.5배에 해당하는 500억달러의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선두주자로 손꼽는 PDP는 오는 2006년 10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 디스플레이가 세계 경기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도별로 살펴보면 모니터와 휴대폰용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이 각각 21.6%, 9.5%의 안정적인 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반면 TV용 시장이 연평균 68.8% 성장할 것으로 예측, TV용 평판 디스플레이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평판 디스플레이가 한때 국내 최대 수출 품목이었던 D램를 제치고 3년 뒤인 2006년에는 시장 활성화로 87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디지털TV·컴퓨터·휴대폰 등 세계적 수준의 전방산업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나라 평판 디스플레이 산업은 일본·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 매우 유리한 입장에 있기때문이다.
실제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는 최근 715개 IT기업을 대상으로 2004년 IT산업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제 발전은 평판 디스플레이 산업(16.1%)이 주도할 것’으로 제일 높게 응답했다고 밝혀 평판디스플레이가 우리 경제의 유망주자임을 예고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업체간 선두 경쟁=디스플레이 시장은 한국이 약간 앞선 채 일본·대만이 그 뒤를 잇고 중국이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오래된 디스플레이 기술인 CRT 분야에선 LG필립스디스플레이와 삼성SDI 등 국내 업체의 점유율이 55%에 이르고 있어 확고한 아성을 짓고 있다.
또 우리나라 LCD는 지난 95년 양산을 시작으로 연평균 23%씩 LCD 산업이 성장하면서 2001년 이후 LCD( 10인치 이상)의 세계 최대 생산으로 부상, 삼성측과 LG측 등 국내 업체들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국이 40%, 대만 39%, 일본 21%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간 세계 LCD 1위 다툼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LCD 예상 매출액이 6조원으로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가 추정한 지난해 10월까지의 업체별 LCD매출에서 삼성전자가 39억9500만달러를 기록, LG필립스LCD에 비해 2000만달러 정도 앞서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필립스LCD는 1등 기준이 중대형 패널 출하량 혹은 출하량 환산 면적이 기준이 돼야 한다며 중대형 패널 기준으로는 LG필립스LCD가 2002년 4분기부터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1등을 기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PDP 산업은 지난 99년 양산을 시작한 이후 시점 점유율이 2001년 3%에서 지난해 30%로 2년만에 10배가량 성장했다. 올해엔 국내 PDP업체들이 생산 능력면에선 일본을 앞지르고 오는 2005년부터는 실제 판매량에서도 일본을 앞지를 전망이다.
따라서 2005년에는 CRT·LCD에 이어 PDP까지 국산 비중이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돼 디스플레이 분야 ‘그랜드 슬램’이 이뤄질 전망이다.
국내 업체간 대화면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크기인 57인치 TV용 풀HD급 TFT LCD 개발을 지난해 성공했으며 54인치·57인치 제품도 올해 잇달아 상용화할 계획이다. 또 PDP TV 42인치·50인치·63인치 제품 등 3종을 선보이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크기인 76인치급 PDP TV를 개발했으며 42인치·50인치·60인치 등 3종류의 PDP TV 제품을 출시, 시장 선점에 들어갔다. 또 이 회사는 17인치·23인치·30인치 등 3종류의 LCD TV를 출시했으며 조만간 42인치 LCD TV도 출시, 대형 제품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 미래의 디스플레이 어떤 게 있나
LCD·PDP 등의 뒤를 잇는 미래형 디스플레이는 전자종이·3차원디스플레이·FED(Field Emission Display) 등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이에 대한 상용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선 ‘종이를 닮은 전자 디스플레이’인 전자종이 기술은 종이의 유연함과 안락함, 디스플레이의 편리함을 함께 지니고 있다. 따라서 얇은 전자 종이 1장만 지니면 신문·책·서류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해 볼 수 있고 책처럼 누워서도 볼 수 있다.
전자종이를 구현하는 방법엔 마이크로캡슐화된 하전 입자의 전기 영동을 이용하는 방식(MFPD), 유연성이 있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방식(FOLED), CLC(Cholesteric LC)·PDLC(Polymer Dispersed Liquid Crystal)·GH(Guest Host) 액정 등을 이용한 방식 등이 있다.
이중 지름 0.1㎜ 이하의 작은 공 내지는 캡슐들을 이용해 잉크 효과를 내는 방식이 주목되고 있다. 두 장의 얇은 전극판 사이에 전하를 지닌 흑·백색의 작은 공이나 캡슐들을 가지런히 깔아두고 전극판에 음 또는 양의 전하를 띄워 공이나 캡슐들을 이리저리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여 흑·백을 표시하는 방식이다.
미국 ‘이잉크’와 ‘자이리콘’ 등이 마이크로 공을 이용한 전자종이 시제품을, 일본 도시바는 두루말이처럼 말았다 펼 수 있는 전자종이용 LCD의 시제품을 공개했다. 또 우리나라 아이콤포넌트도 전자종이용 필름 시제품을 개발했다.
3차원 디스플레이 기술은 기존 LCD 등 2차원 디스플레이 기술을 대체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HDTV 이후 차세대 TV모델로서 향후 시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되고 있으며 선진국의 경우 3차원 영상 기술은 국가기밀로 분류될 정도다.
이 기술은 영상 인식 방법에 따라 스테레오스코픽 방식과 체적형 방식으로 나뉘어지고 있다. 스테레오스코픽 방식중 안경을 착용하지 않는 무안경식인 배리어 방식과 렌티큘라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타인의 안경을 써야하는 위생상의 문제점을 없애는 장점이 있기때문. 현재 샤프·NEC·삼성SDI 등 업체들이 상품화를 위한 공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체적형 방식은 다시 깊이 표본방식과 홀로그래피 방식으로 구분된다. 깊이 표본 방식은 물체의 깊이·방향에 여러 영상을 중첩, 입체 영상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360도 어떤 각도에서도 관찰이 가능한 것은 물론 인체 피로감을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홀로그래피는 현실적으로 개발이 어려워 실용화가 먼 기술로 평가되고있다.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며 개발 중인 FED도 있다. FED는 CRT와 평판 디스플레이의 장점을 접목한 것이다. CRT의 원리는 하나의 전자총에서 전자들을 방출해, 영상을 표시하는 것지만 FED는 아주 작은 크기의 수많은 전자총에서 전자를 방출해, 각각의 형광체와 충돌시켜 빛을 내고 영상을 만든다.
FED는 CRT처럼 발산광으로 어두운 곳에서도 볼 수 있고 LCD에서와 같이 보는 각도에 따른 색상 변화가 없다는 장점을 가진다. 또 전압은 높으면서 전류량은 무척 작아 실제 소비 전력은 무척 적다. 또 수천 ppi급 고해상도 모니터의 제작도 가능하기 때문에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써 기대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FED는 고전압이 필요하고 전압의 변화에 따른 발광 세기 변화가 선형으로 제어되지 않으면 정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