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일본 방송에 대한 2차 빗장이 열린다. 지난 1일 도쿄에서 열린 디지털방송 개시 축하 행사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수상(오른쪽에서 여섯번째)과 일본 방송사 대표들이 참석, 축하의 박수를 치고 있다.)
내년부터 일본 대중음악과 영화·드라마가 국내 안방을 찾아온다. 2차 개방인 이번 일본 방송개방은 그동안 금기시돼 왔던 일본 문화가 국내 방송에서 허용된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일본 대중음악의 케이블TV와 위성방송으로의 개방 확대는 그동안 일부 마니아 사이에만 유통되던 일본 음악을 TV를 통해 직접 접할 수 있어 침체된 국내 음반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트렌디 드라마에서 강세를 보이는 일본 드라마의 케이블TV·위성방송에서의 개방도 국내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방송산업에 미치는 영향=지난 2000년 6월 일본 대중문화 3차 개방 및 일본방송 1차 개방 이후 국내 파급효과는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3년간 일본 방송프로그램 수입 점유율은 9.5%에 불과했으며 특히 지상파 방송 3사의 국내 제작 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이 평균 94.8%에 달했다.국내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지난해에는 대일 방송 프로그램 수출이 흑자로 전환됐으며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 대일 수출도 지난해 총 1317편(114만7900 달러)으로 증가추세다.
이에 비춰보면 이번 2차 개방은 국내 방송산업에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오히려 한·일간 방송프로그램 공동제작 확대 및 프로그램의 다양화 등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제작으로 일본내 국내 스타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지를 상승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일본 드라마의 최초 개방에 따른 사회적 영향력과 국내 시청자의 드라마 시청 선호, 프로그램 특성상 문화적 파생효과가 크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PP들의 일본 프로그램 수입 움직임=예상했던대로 드라마 채널들이 내년부터 일본 프로그램을 방영하기 위한 계획으로 분주하다. SBS드라마플러스는 일본에서 9년간 시청률 1위를 고수한 트렌디 드라마 ‘골든 볼’을 비롯해 ‘고쿠센’ ‘별의 금화’ ‘푸드 파이트’ 등을 방송할 계획이다. MBC드라마넷도 일본드라마를 긴급편성, ‘야마토 나데시코’ ‘도교 러브스토리’ ‘춤추는 대수사선’ 등을 방송할 예정이다. 영화채널 OCN도 ‘퍼스트 러브’와 ‘한여름의 메리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일본 드라마를 방송할 계획이다.
◇부정적 영향과 대책=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일본 저질 문화의 국내 유입과 국내 방송콘텐츠 산업 타격 등이 지적된다. 방송위는 이에 따라 일본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심의체계 강화를 추진한다. 방송사업자의 자체적인 사전심의 강화를 권고할 방침이며 일본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 모니터 및 기획심의 및 사후 심의체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국내 프로그램의 대외 경쟁력 제고를 위해 콘텐츠 투자를 유도하고 우수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국내 방송프로그램의 일본 진출 또는 일본내 위성방송 채널사업 진출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추가 개방계획은=앞으로도 개방 폭을 확대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앞으로 1∼2년 후 3차 개방시에는 일본 오락 프로그램에 대해 지상파 방송에서의 제한적 개방 및 케이블TV·위성방송에의 전면 개방, 4차 개방시에는 케이블TV·위성방송·지상파방송 등 전 매체에 대한 전면 개방이 예상된다.
김영덕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연구원은 “드라마외에는 국내 방송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드라마의 경우는 극 전개가 빠르다는 점이 젊은 층에 어필하고 영화에 출연한 일본 스타들이 드라마에 그대로 출연한다는 점에서 어느정도의 국내 시청자가 몰리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