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 경영난에 유통업계도 비상

적자경영 책임 힘없는 가맹점에 전가 비난도

 신용카드업계의 경영난 ‘불똥’이 유통업계로 튈 조짐이다. 카드사들이 경영난을 덜기 위한 조치로 가맹점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무이자 할부 행사 등을 잇따라 취소하면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삼성·비씨·국민·외환 등 주요 신용카드회사들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유지하던 가맹점 수수료율을 재계약 기간에 맞춰 일제히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카드사들은 그동안 백화점·할인점 등 대형 유통점은 2% 이하, 대형 인터넷 쇼핑몰은 2.5%대, 집단 전자상가와 전문점은 2.7%대의 수수료율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신용카드의 연체율이 개선되지 않고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유통 가맹점을 대상으로 수수료율을 최고 1∼2%포인트(P)까지 올리는 방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에서는 올 한 해 카드 신용 판매액이 60조원에 달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1%P만 올려도 약 6000억원의 수지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카드회사들은 이미 대형 유통점과 직영 가맹점을 제외한 중소형 쇼핑몰과 소형 오프라인 점포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수수료율을 0.5%P 인상키로 하고 이를 중소 유통점의 결제를 대행해 주는 지불결제대행(PG) 업체에 통보했다.

 이에 앞서 이들 카드사들은 최장 12개월까지 혜택을 주던 무이자 할부 기간을 길게는 6개월, 짧게는 3개월 이하까지 단축했다. 또 할부 혜택에 따른 부담도 카드사와 유통업체와 공동으로 부담하는 데서 유통업체가 전액 부담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임덕빈 테크노마트 컴퓨터상우회장은 “생필품의 하나로 자리잡은 컴퓨터 카드 수수료율은 2.6% 대로 비교적 높음에도 또다시 이를 올리려고 하고 있다”며 “카드채 부실 등 카드 사의 문제를 고스란히 가맹점에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테크노마트는 총상우회 주도로 삼성·LG·비씨·국민카드 등 4개 카드회사와 제휴를 맺고 평균 2.5% 대의 카드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으며 내년 초 비씨카드를 필두로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하이마트와 전자랜드21 등 전자 전문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LG카드와 제휴한 하이마트 측은 “아직까지 수수료율에 대해서는 카드사 쪽에서 직접적인 통보가 없었다”며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 카드사와 공동으로 진행하던 무이자 할부나 판촉 행사 등은 전년이나 올 상반기에 비해 대폭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가전 가맹점의 경우 지금까지 평균 2.7% 대의 카드 수수료를 물어 왔는데 카드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조정될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덧붙였다.

 TV홈쇼핑과 인터넷몰 쪽에도 카드사의 경영난으로 프로모션·이벤트 등 마케팅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솔CS클럽은 “PG업체가 관리하는 중소형몰은 이미 일괄적으로 수수료율을 1차 인상했다”며 “아직 대형몰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 수수료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지만 관행적으로 진행하던 무이자 할부 행사 등은 축소되거나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LG홈쇼핑도 “일반적으로 1년이 계약 기간”이라며 “당장 재계약 기간을 앞두고 카드 수수료율과 관련해 직·간접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고 말했다. 또 카드채나 적자 경영과 관련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임시방편 격으로 힘 없는 가맹점을 대상으로 수수료율만 인상하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카드 수수료율과 관련한 재계약 기간이 시작되는 내년 초부터는 카드와 유통업체가 인상 폭을 놓고 적지 않은 갈등을 빚을 전망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