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보기술(IT)·경제협력 분야에서 2003년은 ‘시련과 전진’이 교차하는 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도 남북 IT·경제협력의 끈이 계속 이어졌다. 북한은 핵 위기 속에서도 경의선·동해선 연결식과 개성공업지구 착공식에 임하는 등 남북 교류협력에서는 적극적이었다.
◇당국간 경협 제도화=올해 남북 장관급 회담과 차관급 회담인 경제협력추진위원회가 각각 4차례씩 열렸다. 또 각종 실무협의회 등을 포함하면 올해 들어 남북 당국간 회담은 40차례 가깝게 열려 남북대화가 이미 제도화 단계에 들어섰음을 읽게 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올해에는 국민의정부 이래 추진돼온 경제협력 사업의 여러 결실이 맺어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경의·동해선 철도 궤도연결(6.14), 개성공단 착공식(6.30), 금강산 육로관광 정례화 (9.1)가 이뤄졌고, 4개 경제협력합의서 발효(8.20), 원산지확인 합의서 발효(9.29), 남북직거래 확대 합의(8.28) 등이 그것이다.
특히,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인한 2개월간의 방북 중단사태에도 불구, 연말까지 예상되는 남북교역액은 7억5000만달러로 남북교역이 시작됐던 지난 1989년의 39배가 넘을 전망이다. 남북교역에 참여한 업체와 품목수도 크게 늘어 지난 1989년 16개 업체에 불과했던 업체수가 올 11월말에는 451개로, 품목도 89년 25개에서 572개로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후 불거진 북핵문제로 군사당국간 회담이 한번도 개최되지 못했고, 대북송금 비리, 8·15 행사를 둘러싼 남남 갈등, 대구 U대회에서의 남북 충돌,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자살 사건 등은 남북간의 진정한 화해 협력이 결코 순탄한 과제가 아님을 방증하기도 했다.
◇민간분야 IT·경제협력 지속=남북이 중국 단둥에 합작설립한 IT개발용역회사인 하나프로그람센터에서는 평양정보쎈터 연구원 20여명이 파견돼 다산네트웍스·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으로 부터의 네트워크 관련 스위치·임베디드 리눅스 개발용역을 사업을 이어갔다.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조선콤퓨터쎈터와 용역수행 방식으로 게임·모바일·리눅스 소프트웨어를 공동개발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해 조선콤퓨터쎈터에 9개 신규 개발용역 과제를 제시하고 투자금액을 59만6000만달러 증액했다. 삼성전자는 이로써 지난 2000년 3월부터 조선콤퓨터쎈터와 컴퓨터 공동개발 사업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총 42개 과제에 286만3370달러를 투자했다.
평양에 모니터 조립생산공장을 운영중인 아이엠알아이는 평양 공장에서 생산된 17인치 컴퓨터 모니터를 북한 내수시장에 소량 공급하고 있으며, 하나로통신은 북한 삼천리총회사와 3차원 애니메이션을 공동 제작하고 있다. 훈넷도 북측 조선장생무역총회사와 합작 설립한 조선복권합영회사를 통해 북한 내에서의 신용카드결제·전자상거래 사업에 대해 북한 당국으로 승인을 받았다.
대학 및 연구기관들도 북측과 공동 연구개발 및 정보교류를 확대했다. 포항공과대학교는 지난 2001년 공동연구 계약을 맺은 평양정보쎈터와 ‘가상현실 건물 탐방 체계’를 공동 개발한 데 이어 동물들의 스틸·동영상을 촬영한 뒤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하는 3차원 ‘가상 동물원’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하나프로그람센터에 파견된 평양정보쎈터 연구원들에게 ‘과학기술 논문제목 번역(영한)시스템’ 개발용역을 맡겼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북한의 대표적인 과학기술 연구기관인 과학원과 과학기술 협력방안 및 자생식물 조사·보존 등을 논의했다. 이밖에 남한의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은 북한 교육성과 함께 평양에서 ‘평양과학기술대학’ 건립을 위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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