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경기 전망]장밋빛 미래 `이구동성`

 ‘2004년은 IT경기 재도약의 해.’

 올해 국내 경제는 지난해의 침체에서 벗어나 제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특히 IT산업에 대해서는 희망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말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IT업체들은 IT경기가 완전히 회복되는 시점으로 56.2%가 올해 하반기를, 24.2%가 올해 2분기를 꼽았다. 이러한 경기회복은 디스플레이 산업(16.1%)이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이동통신서비스(14.1%), 디지털콘텐츠서비스(13.4%), 디지털방송서비스(9.7%)에도 큰 기대를 걸었다.

 경제연구소의 전망도 다르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정보통신산업은 품목별 주도제품의 교체수요, 국내업체의 경쟁력 강화, 신흥시장 개척을 통한 수출시장 다변화 등으로 작년대비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또 반도체산업은 D램 등이 호황국면에 들어서고 본격적인 수요회복에 따른 수급개선으로, 가전은 지난해 급락에 대한 기술적 반등과 아테네 올림픽 개최에 따른 디지털가전의 수요 증가로 작년에 비해 다소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은 위축된 내수경기가 발목을 잡아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내기는 힘들겠지만 세계적으로 컴퓨터 등 IT제품을 교체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데 힘입어 반도체 정보통신 산업이 호황을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산업은 작년보다 생산은 20.5%, 내수와 수출도 각각 18.7%와 17.9%씩 각각 증가하고 정보통신업 역시 생산은 작년대비 19.7% 늘어나고 내수와 수출 증가율은 각각 18.5%와 20.8%에 달할 것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은 추정했다.

 부문별로는휴대폰의 경우, 내년에는 11% 성장한 5억3000만대의 수요가 예상된다. 또 멀티미디어화가 진전돼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컬러폰과 카메라폰의 비중이 각각 60%, 25% 수준으로 증가하고 1메가픽셀 이상의 첨단 카메라폰 보급도 확대될 전망이다. 지상파, DMB 기능탑재 휴대폰도 보급될 예정이며 게임기 형태의 단말기가 등장하는 등 멀티미디어화가 더욱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LCD는 내년 PC 수요증가 및 LCD TV 시장 확대 그리고 휴대폰 수요증가 요인으로 수급과 가격이 모두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데스크탑 모니터 시장의 18%를 차지했던 LCD 모니터의 시장 점유율이 내년에는 무려 57%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여 LCD 분야의 시장전망이 매우 밝은 것으로 보인다.

 노트북PC의 선전이 기대되는 PC는 작년보다 8% 이상 증가한 1억4900만대의 수요가 예상되고 있다. 노트북은 내수시장에서는 데스크탑이 아직 점유율이 높지만 수출의 경우, 노트북이 데스크탑에 비해 배이상 앞지르고 있는 것을 볼때 내수시장에서의 노트북의 확산이 기대된다.

 IT경기 침체와 공급과잉으로 2002년부터 부진을 보인 반도체 경기는 본격적인 수요 회복 및 반도체 수급 개선으로 상승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D램 수요의 경우, 적어도 42%의 급증세가 예상되지만 공급증가율도 40%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여 가격상승 효과는 크지 않은 가운데 안정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플래시메모리는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등의 수요 증가로 메모리반도체의 새로운 주력분야로 부상하면서 세계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점유율 향상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반도체 수출은 작년대비 18.5% 증가한 226억달러로 지난 2000년 이후 4년만에 2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삼성경제연구소는 전망했다.

 가전제품의 경우, 내수는 프리미엄 가전을 중심으로 7%대의 성장률을 보이며 10조원대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수출은 미국 경제와 IT 경기의 호전에 따른 세계 경제의 회복과 중국시장의 지속적 성장에 힘입어 15%대의 성장률을 시현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PDP는 올해에 비해 112.1% 성장하며 수출 효자 품목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수요도 42.9%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DVD의 경우, 디지털 리코더 제품군을 중심으로 세계 총수요는 13.9%, 내수는 16.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오디오는 기존의 아날로그 제품의 수요 감소 및 가격하락이 지속되며 MP3 등이 국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세탁기는 국내 수요 2%대의 미미한 성장 속에서도 드럼세탁기의 수요가 25%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차세대 10대 성장동력에 대한 정부차원의 육성정책이 본격화돼 기술개발, 인프라 조성 등 산업기반 조성사업이 이뤄져 관련 IT산업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10대 성장동력 중 디지털TV,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은 현재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이기 때문에 이들 산업에 대한 정부의 육성정책은 통상마찰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들 분야에 대한 정부의 육성정책은 기술개발 지원, 인력 양성, 인프라 조성 등 기술혁신 기반조성이 본격화된다.

 또 올해에는 차세대 IT서비스의 등장으로 국내 IT산업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터 디지털방송, 3세대 이동통신이 단계적으로 확대됨은 물론 DMB와 같은 차세대 방송·통신 서비스의 조기 상용화가 추진됨으로써 새로운 서비스 및 기기시장이 창출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올해 정보통신기기 생산은 작년 대비 21.0% 증가한 177조원으로 예상되며 수출은 26.9% 증가한 732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정보통신산업협회는 전망했다. SW 및 컴퓨터 관련서비스 분야의 생산은 연평균 25.6%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42.6% 증가한 29조1000억원으로 전망된다. 특히 모바일게임, 아바타 등 디지털콘텐츠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문 수출은 연평균 59.6%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올해에 86.1% 증가한 13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됐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 국내 CEO들이 보는 올해

 지난해 극심한 침체국면이있던 IT경기가 올해 되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본격적인 경기 회복시기에 대해서는 예상이 제각각이지만 대부분의 CEO들은 올해안에는 반드시 경기가 바닥을 찍고 오름세로 반전될 것으로 예상했다.

 통신분야는 대부분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KT 이용경 사장은 “2004년은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지겠지만 번호이동성 실시, 휴대인터넷 사업자 선정, 유무선 통합서비스 본격화, 통방융합의 가시화 등 굵직한 이슈들로 향후 통신시장 흥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환기”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차세대 성장엔진의 하나로 지정된 휴대인터넷 사업자 선정은 향후 통신시장의 질적성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SK텔레콤 표문수 사장은 “국내 IT산업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수년간 확대됐으며 기술개발 확산,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앞으로도 비중과 영향력이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한 “지난해 유비쿼터스와 컨버전스(convergence)를 화두로 한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는 올해부터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고속·고품질로 제공하고 방송 통신의 융합을 대비하는 IT기술 확보를 통해 미래 산업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김윤 사장은 “미국 본사 임원진들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사상 최대의 이익률 감소를 경험했던 미국 기업의 이익률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며 “한국도 아직은 생산과 도소매 증가율이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IT업계 관계자들은 분명 2004년은 2002년이나 작년보다는 전망이 밝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시장조사기관들 역시 국내 IT 투자가 작년보다 7% 가량 늘어나고 2007년까지 평균 7.5%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나 콘텐츠 등 인터넷분야도 유료화와 이용인구 증가로 상당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NHN 이해진 사장은 “올해는 수익과 현금을 확보한 메이저 업체들간의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세계 최고의 브로드밴드 보급율을 바탕으로 성장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여기서 얻은 기술과 경험을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지 검증받는 한해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또한 “그동안 부진했던 음악과 영화 등의 콘텐츠들이 본격적으로 유료화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옥션 이재현 사장은 “지난해 유통시장은 TV홈쇼핑마저도 역성장의 고배를 마셔야 했던 어려운 한해였으나 올해엔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가계형편이 나아지면 유통시장은 자연스럽게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특히 젊은층의 구매력이 늘어나고 전자상거래 활용인구가 증가하면서 인터넷 쇼핑시장의 약진이 예상된다”며 “인터넷쇼핑은 지난해보다 배이상의 성장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대형 솔루션이나 소프트웨어분야는 지난해 수준과 비슷하거나 소폭의 상승론 등 매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한국HP 최준근 사장은 “올해는 경기 회복의 속도가 문제”라며 “수출 회복과 더불어 정치경제 상황이 안정된다는 가정 아래 2004년 중대형 시스템 시장에서도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3년간의 경기 침체로 미뤄진 IT 투자가 제조 및 유통, 건설 등을 중심으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LCD, 정보 통신기기 등 한국의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분야에서 설비투자와 함께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예상되며 중공업 및 유통분야에서도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에 대한 수요확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LGCNS 정병철 사장은 “2003년 SI 시장은 전년 대비 10% 미만의 성장을 보였으나 2004년에는 전반적인 시장 회복과 IT아웃소싱 시장의 확대에 힘입어 10% 이상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정 사장은 “특히 2004년에는 IT 지출에 대한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운영 및 관리가 기업의 중요한 역량으로 강조되고 SLA 기반의 품질에 대한 관리가 활성화돼 IT아웃소싱 시장은 점점 확산될 것”오으로 보았다.

 그러나 IMF 이후 IT 수요를 이끌어왔던 금융업계는 카드사들의 적자누적 등으로 올해에도 투자가 위축돼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의 증가가 예상됐다.

 우리금융정보시스템 표삼수 사장은 “금융업계는 비용절감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IT 투자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동결하거나 소폭 증가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은행권만 살펴보면 내년 IT투자 규모는 1조5000억∼1조8000억원, 금융권 전체적으로는 2조∼2조3000억원 정도의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기관들은 IMF 직후 해마다 2∼3배씩 IT예산을 늘려 책정하면서 IT산업 전분야에 걸쳐 수요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2004년에도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보험사들이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와 방카슈랑스 시장 개방에 대비, 예년에 비해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영림원소프트랩 권영범 사장은 수요자 측면에서 2004년도의 전반적인 경기는 2003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점쳤다. 소비 위축과 그에 따른 투자 위축이 지속되면서 수요에 대한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 정보화의 근간인 전사자원관리(ERP) 관련 시장에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의 신규 수요가 많이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ERP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중견·중소기업들의 수요가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에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될 것이라는 신호탄이 여기 저기에서 오르고 있다. 권 사장은 이에 대응해 중견 ERP솔루션 공급업체들은 제품의 구축, 사후지원에 있어서 총체적인 역량이 우수한 벤더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컴 백종진 사장은 2004년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은 수적인 규모는 큰 비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기업들간에 시너지 창출을 위한 협력으로 질적인 향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안으로는 국산 사무용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의 협력 확대로 외산 제품들과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며 해외 시장을 준비해 시장 개척을 마친 기업들이 일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측했다.

 또 세계 통신 인프라 환경이 급속도로 발전했으므로 2004년에는 웹기반의 소프트웨어들이 해외시장에서 선전할 것으로 보여 향후 거대해지는 소프트웨어 웹서비스 시대 수익원년이 될 것으로 보았다. 또한 국내 모바일 소프트웨어 시장도 호조를 보이며 해외시장에 테크놀러지 리더로, 수익 리더로 발전하리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