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석자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
우남균 LG전자 사장
변대규 휴맥스 사장
임주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 사회=이주헌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지난해 국내 IT경기는 일부 부문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극심한 침체를 보였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은 이미 바닥을 찍고 상승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내수시장은 올해도 침체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하반기 가서야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이런 가운데 IT업계는 올해 대전환의 계기를 맞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올해는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원년이 될 것이며, 통신방송의 대융합 등 산업변화가 예상된다. 또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어서 IT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전자신문은 신년을 맞아 IT업계의 주요 이슈를 알아보고 향후 기업의 대응방안이나 정책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갑신년 국내 IT시장의 흐름을 읽고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이주헌(사회·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마감됐다. 지난 한 해는 신정부 출범 초기부터 북핵문제다, 불법 정치자금이다, 이라크 파병이다 해서 혼란도 많았고, 내수 시장은 극도로 침체됐다. 이런 가운데 2만달러 시대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고, 동북아중심이나 신성장동력·이공계출신 우대·유비쿼터스 시대 같은 신조어도 출현했다. 우선, 지난 한 해의 IT산업을 회고해 본다면.
△이기태(삼성전자 사장)= 세계적으로 지난해 IT장비시장은 2000년 버블 붕괴이후 계속적으로 침체돼 회복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세계 IT전체 시장으로 보면 전년의 9900억달러에서 1조달러를 넘어서 3.3% 가량 성장을 했다. 아직 본격적인 회복단계에 돌입하지는 않았지만 IT산업계의 가동률이나 생산추이를 보면 회복기에 점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컴퓨터를 중심으로 반도체, 반도체에서 통신 장비 순으로 회복기미가 확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플래시메모리나 TFT LCD·휴대폰 등은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를 맞이해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시장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은 여전히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내수에서는 휴대폰 시장의 경우 카메라폰과 다양한 신제품이 출시됐지만 포화된 시장이었고, 경기 부진으로 소비위축이 심화돼 대수로만 봐도 1570만대에서 1400만대 수준으로 11% 감소했다. 통신장비 시장도 전년도 2조원에서 24% 역성장해 1조6000억원 정도에 머무른 것으로 추정된다.
△우남균(LG전자 사장)=뉴밀레니엄에 들어서면서 기업들이나 개인들에게 쓸데없는 투자를 많이 하게 한 것이 지난 3∼4년간 이른바 수요의 공동화 현상을 초래했다고 본다. 게다가 경기도 무척 나빴다.
올해에는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 GDP성장률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4∼5년마다 반복되는 IT업데이트 시기가 맞물리면서 전자 및 통신 분야에 대체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 다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수출과 내수간 불균형이다. 지금도 8 대 2로 수출이 많은데, 앞으로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증가는 정보통신단말이나 디지털TV 등의 부문에서 호조를 보인 덕택이지만 앞으로 반도체와 더불어 한국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품목은 평판디스플레이(FPD)라고 생각한다.
△고현진(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소프트웨어 업계 역시 취약한 한 해였다. 우리는 IT강국이라 하는데, 사실은 통신 인프라 강국이다. 대부분의 IT수출도 제조업쪽이어서 소프트웨어부문은 취약하고, 그나마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시장만이 새로운 정보단말에 탑재가 늘어 호조를 보였다. 나머지는 특수 분야의 한두 업체를 제외하고는 올해는 물론 앞으로도 경쟁력이 없다고 본다. 그래서 유비쿼터스 시대도 다른 나라보다 앞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단말의 성공은 어떤 서비스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누가 먼저 최소한의 규모의 경제를 가지는 서비스 형태를 만들어 내느냐가 경쟁력의 관건이다. 우리는 규모의 경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사회=2만달러 시대를 견인할 수 있는 10대 성장동력에 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언급이 됐다. 10대 성장동력이 과연 우리의 먹거리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측도 있지만 국가적으로는 국민경제에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10대 성장동력의 의의와 효과는 뭐라고 보는가.
△임주환(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신성장동력과 관련해 논란이 일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잘 된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투자할 수 있는 재원과 인력 모두 제한돼 있는데, 어느 한쪽에 집중해야 하는 구조다. 정부에서 10대 분야에 직접 투자하고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은 기업체나 연구기관에게 주는 의미가 깊다. ‘집중과 선택’을 통해 향후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과열양상을 보여 언론으로부터 좋지 않은 평을 받기도 했으나 삼성과 LG의 경쟁처럼 정부의 정책도 약간의 경쟁은 바람직하다. 미국 국방부의 경우 중요한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똑같은 RFP 하나 가지고 세개 팀을 만들어 경쟁시킨다.
△고현진=마찬가지 생각이다. 부처별로 자원 낭비한 것 아니냐는 말도 하지만 10대 성장산업은 정부의 정책을 국가적으로 인식의 수준을 확 올리는 것이다. 인식의 수준을 높였다는 점에서 괜찮다고 본다. 산업정책을 한 부서에서 관장하는 것도 괜찮지만 조금 쪼개서 효과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신성장동력산업은 역시 산업계가 주도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산업계는 정부의 계획을 어떻게 보는가.
△이기태=참여정부는 2012년에 2만달러 시대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근데 그 목표는 2012년에 부가가치 생산규모가 169조원, 수출이 2500억달러, 고용창출이 241만명,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달성한다는 것이어서 상당히 구체적인 안들로 구성돼 있다.
10대 신성장 동력은 부처간 약간의 문제는 있지만 리던던시 개념에서 보면 된다. 업계도 한 팀만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고 백업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진행하다 보면 우열이 가려지고 나중에는 그런 팀들간의 결속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러므로 초기에는 경쟁을 시키고 중반에 가서는 결집을 시키는 국가적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
또 부처의 역할보다는 2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 위주로 진행돼야 한다. 10대 신성장 동력은 집단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부분도 있지만 개인의 사고의 발상에 의해서도 좌우되기 때문에 사람 위주로 가면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중시해서 짜맞춰야 할 것이다.
정통부의 IT신성장 동력 9대 과제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잘 돼 있는데, 과연 누가 맡아서 제대로 하는가가 문제다. 코어기술과 그것을 응용한 상품력에 대한 기술까지 전담해서 잘 끌어가야 할것이다. 예를 들어 코어기술만 해놓고 이것은 됐으니까 하고 나머지 2차적인 실행부문으로 연계가 안되면 의미가 없고 코어기술과 부가적인 기술들이 합쳐져야 성공의 기회가 올 것이다.
△사회=산자부와 정통부가 마찰을 빚었던 것이 디지털TV와 홈네트워크 부문이었다. 산업계에서 보면 신성장 동력 육성방안이 정부 주도형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한 의견은 어떤가. 정부의 의지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남균=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단계를 보면 CRT에 이어 LCD가 세계 시장의 지배력을 갖게 되고, 이제는 PDP·OLED가 나오고 있는데, 10대 성장동력에 이런 제품을 선정하는 것 자체가 의의가 있다고 본다. 큰 눈사람을 만들 때도 처음 한 뭉치 눈이 대단히 소중하다. 지금까지 디스플레이 산업을 보면 정부나 업계, 학계가 연합해 눈뭉치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 큰 힘이 됐다. 눈뭉치를 굴려서 눈사람을 만드는 작업은 업계가 해야 할 일이지만 처음 눈을 뭉치는 작업은 정부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새로운 사업모델을 업체들이 빨리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 주어야 한다. 무엇이 눈뭉치를 만들어 줄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 여러가지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변대규=10대 성장산업 자체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은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국가 경제 전체를 생각했을 때 정부의 산업정책이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지대한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60년대, 70년대 전자산업을 보면 정부 정책보다는 사회의 복합적인 환경이 기업가를 만들어내고 기업가들이 혁신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고 본다. 오히려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했던 부문은 경쟁력이 떨어져 있고, 오히려 내버려 두었던 부문은 지금 경쟁력을 유지하는 측면도 있다. 성장동력을 정하고 추진할 때 이러한 측면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사회=환경이 중요한데, 이공계나 IT분야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망이 식은 것도 하나의 문제다. IT투자도 필요하고 이공계 인력에 대한 근본적인 인력양성 대책도 필요하다. 인력문제와 R&D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또 청년 실업자 문제를 해결할 묘안은 없는가.
△고현진=정부의 역할은 초기 시장을 만들어준다든지, 표준을 만들어준다든지 또는 인력양성을 들 수 있다. 정부의 이러한 역할 가운데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시장조성이라고 생각한다. 성공하는 기업모델이 나오는 것이 우수인력을 그 산업분야로 쏠리게 하는 선도적 역할을 하게 된다. 시장조성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10대 성장산업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면도 있고, 수출지향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스타기업은 몇몇밖에 안된다. 이런 스타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뒤에서 받쳐주는 중소기업이 필수적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연계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이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지식산업이기 때문에 고학력 청년실업 문제 해결의 첩경이라 생각한다.
△임주환=이공계 기피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가장 필요한 것은 대우를 제대로 해주는 것이다. 옛날에 분위기를 바꾼 계기를 보면 KAIST나 KIST 연구원들에 대한 대우를 잘해 주었던 것이 한몫했다. 지금은 정반대로 돼 기피현상이 가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학비보조 정도로는 오히려 자긍심을 갖기보다는 훼손할 우려도 있다.
△변대규=이공계 문제는 개인들의 직업선택 기준 문제라고 본다. 경제적 여유나 사회적 인식이 그것인데, 이공계는 경제적 측면도 별로고 사회적 인식도 별로여서 기피하는 것 같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대표적으로 잘 사는 경우를 보여주면 될 것 같다. 벤처기업을 해서든지 아니면 대기업에 가서도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가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면 될 듯 싶다.
또 사회적 인식변화도 필요하다. 옛날의 사농공상 같은 의식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몇조원 정도 되는 기업이 자꾸 나와줘야 하며, 그런 맥락에서 보면 앞으로 벤처는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지만 정부나 언론에서도 벤처에 힘을 불어넣어줘야 한다.
△고현진=용어의 신선한 맛이 떨어지더라도 벤처보다는 중소기업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나. 벤처라면 창업을 육성하는 듯한데, 그보다는 이미 나와 있는 기업을 육성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과연 이공계가 진짜로 물먹고 있는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마는 않다. 사법고시 돼도 개업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너무 이공계 문제를 확대하는 것 아닌가. 문제가 되는 곳은 정부쪽이라고 본다.
△이기태=먹고 놀자는 사람의 기본 습성이다. 지켜줘야 할 것은 안지켜 주면서 왜 탓하는가. 사법고시 1000명 뽑으면서 기술직은 왜 안 뽑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현실적으로 병역특례제도도 오히려 축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입사해 대기업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사실은 대기업이 인력을 육성하고 중소기업으로 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남균=돈으로만 해결하기는 힘들다. 눈뭉치론처럼 정부가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이공계 얘기하면서 역행하는 단적인 사례가 병역특례제도다. 병역특례만이라도 확대하면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을 뽑을 수 있을텐데, 도대체가 구경하기 힘들다.
△사회=칠레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과의 통상문제가 현안이다. 수출로만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의 경우 어떻게 하면 잘 대처할 수 있을까. FTA 등 통상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우남균=해외에서 많이 근무해서 느끼는 것인데, 너무 한국 위주로 생각하는 경향은 좀 버려야 할 것이다. 처음 시행단계에서 문제 많겠지만 정부에서 최대한 FTA 빨리 비준해서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일본과도 FTA 체결해 국제사회에 들어간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일본과의 FTA는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지만 크게 보면 상호 보완적인 부분이 많다.
△이기태=깊이를 재볼 필요가 있다. 경쟁력이 있는 부문과 없는 부문간 차이가 크므로 일률적으로 개방하기에는 사회적 혼란이 있을 수 있으므로 대책이 필요하다. 있을 수 있는 혼란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아직 힘이 부족한 부문은 조금 있다가 열 수 있는 외교적 협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지만 어떤 부문은 좀 시기상조다. 교섭의 기술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글로벌 환경으로 체질개선이 선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 글로벌 기업간의 합종연횡을 많이 해서 중국이나 일본의 자본을 많이 끌어들여 회사 운영 자체를 국제화해야 한다.
△사회=기술표준이 수출지배력을 갖는데, 기술표준 선점과 협력 방안은.
△임주환=표준에 관한 한 글로벌 표준을 채택해야 경쟁력이 있다. 글로벌 표준을 채택해놓고 거기서 경쟁력을 가져야만 한다. IT분야의 표준경쟁은 전쟁이라 할 정도로 치열하다. 표준 잘 하려면 외국어 경쟁력이 필요하다. 기술력과 함께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IT분야의 표준은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고 있는데, 이 부문은 한·중·일이 먼저 공조해보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세 나라가 표준부문에서 성공모델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면 좋을 듯하다. 예를 들어 이통분야의 4G 같은 경우는 가능하다고 본다.
△사회=우리나라가 동북아 중심이라기보다는 동북아가 세계의 중심으로 같이 나가자 하는 생각으로 협력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보는데, 동북아 중심사회에 관한 의견은.
△고현진=아시아는 가장 취약한 경제블록이다. 아시아처럼 지리멸렬한 지역은 없다. 한국 혼자서만 표준문제를 추진해서는 안된다. FTA 이전에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다는 의미에서 최소한의 협력체로 일본·중국 등과 공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혹 중국에 다 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으나 특정 분야는 선택적으로 집중해서 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이기태=표준화는 4G에 대한 준비를 2년 전부터 해왔다. 중국과도 협력해 왔다. 구체적 단계에 들어가면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그동안 전문가를 동원해 많은 준비를 해 왔다. DMB 등은 적어도 사실상 표준은 확보해야 대외 협상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데, 힘의 논리에 의해 계속 바깥에서만 겉돌아서는 안된다.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든 개인에게든 힘을 주어야 한다. 삼성이든 LG든 규모에 관계없이 서로 잘할 수 있는 부문에 대해 밀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것이 필요하고 연구단계에서부터 기술표준이 논의돼야 한다.
△사회=방송은 과거에 공익성을 추구했고, 통신은 산업적 관점에서 다뤄져 전혀 다른 분야였다. 따라서 두 가지가 융합되면서 혼란이 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두 가지의 진정한 융합이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수 있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본다. 통신방송 융합을 추진함에 있어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가.
△변대규=정부 규제 문제를 잘 풀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 단추는 정부 규제문제를 완화하고 기득권을 없애 융화될 수 있도록 풀어주는 일이다. 고급 통신서비스와 AV기술과의 융합은 한국처럼 잘하는 나라가 없는 것 같다. 두 가지를 동시에 갖고 있는 기업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새로운 표준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다고 본다.
△우남균=한국업체가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서 어떻게 주도해 나갈 것인가를 생각하면 한국이 희망이 있다고 본다. 삼성·LG는 이제 모바일폰 분야에서도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 홈네트워크·홈어플라이언스·통신 등 네가지 솔루션을 일사분란하게 해낼 수 있다. 일본 몇개사 정도가 갖고 있을 뿐이어서 이 부문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원활한 통신·방송 융합을 위해서는 FCC의 모델을 참조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이기태=통신·방송 융합은 세계적 추세다. 시기의 문제이지, 되고 안되고의 문제는 아니며, 통신·방송 융합은 필연적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이를 수용하려는 자세가 돼 있어야 하고 기업들도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또 표준을 정해서 실시해야 하며, 각각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방송위원회나 정통부·산자부의 권한도 조정이 필요하다.
△사회=통신 시장은 번호이동성 시행과 관련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건전한 시장조성을 위한 방안은.
△이기태=후발 사업자들이 너무 정부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다. 사업은 각 회사가 나름대로 전략적 방법을 모색해 꾸려가야지 남에게 자꾸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요구사항 일부는 수용해줄 필요가 있지만 해외에서도 큰 성과를 못본 만큼 정부도 이 분야 외에서 후발사업자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공정경쟁 시장을 만들겠다는 원칙은 역사적으로 똑같았다. 단지 해석하는 사람들이 경쟁의 유효성이 어디까지 와 있고, 어디까지가 쏠림이고 아닌가를 판단하는 척도가 없이 집행이 이뤄져 왔기 때문에 문제였다.
따라서 정부가 예측가능한 정책을 제시하고 장관이 바뀌더라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원칙이 보다 구체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유비쿼터스 사회가 경제적·사회적으로 과연 폭발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우남균=유비쿼터스 개념을 담을 넘어가듯이 구분지어 생각하기 쉬우나 이미 유비쿼터스는 진행되고 있고, 우리 생활에 스며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전에는 기업과 산업간 경계가 분명했으나 이제는 수평적뿐만 아니라 수직적으로 통합되고 있다. 단말기만 해도 폰의 개념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정도다. 점점 더 복합화, 융합화되는 추세로 나아갈 것이다. 단지, 같은 업계 안에서 또는 같은 제품군 내에서 협력하는 것이 유비쿼터스 시대를 앞당기는 힘이 될 것이다.
△임주환=휴대폰이 유비쿼터스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유비쿼터스 강국이 되어 그 분야를 선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에서 먼저 시작한 것 같은데, 실제 생활에 적용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ETRI에서는 1년 전부터 연구를 해왔고 9대 신성장 기술로드맵 작성을 끝낸 뒤 올해 안에는 단계별로 발전계획 청사진을 마련해 제시할 계획이다.
△변대규=유비쿼터스 산업이 따로 존재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런 경향으로 가는 움직임은 있는 것 같다. 그런 유비쿼터스 경향은 기술에 대한 거부감을 인간중심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본다. 사람이 굳이 작업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처리해주는 쪽으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기태=유비쿼터스는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모습보다는 진화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비쿼터스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사실상 표준이 나왔을 때 적극적으로 주도해서 방향을 제시해주는 작업이 필요하고 출연기관들은 기술확보에 힘써야 할 것이다. 유비쿼터스는 4G와 더불어 경제적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자립은 물론 신개념서비스의 내용과 상품화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정보화에 따른 역기능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해킹은 물론 NEIS, 음란정보, 스팸메일, 카메라폰 등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고현진=이 문제는 유비쿼터스와도 연결되는 문제다. 이는 궁극적으로 IT산업 영역의 확대측면에서 비롯된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순기능부터 먼저 언급돼야 한다. 새로운 시장창출과 효율성 제고, 새로운 제도 시행 등과 같은 측면에서 봐야 하고 역기능에 너무 치중해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다른 나라들은 우리나라에 와서 역기능과 관련한 것들을 배울 정도로 선행하는 효과도 있다.
△우남균=좋은 약도 부작용은 있기 마련이다. NEIS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정보유출이 문제인 만큼 보안을 강화하는 것이 해답이다. 해결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해법이지 사용을 막는 것은 옳은 방법은 아니다.
△이기태=정보의 역기능에 중점을 두면 순기능을 제한하게 될 것이므로 역기능을 제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윤리적인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리=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