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성 제도가 새해 벽두부터 통신시장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새해 첫날인 1일 이동전화 3사 모두 휴일도 반납한채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것이 올 한해 번호이동성 대전이 예사롭지 않은 수위로 전개될 것임을 예고했다. 시내전화 사업자들 역시 새해 번호이동성 지역 확대로 인해 시장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동통신 업계는 작년말부터 사실상 전면전에 들어갔다. SK텔레콤·KTF·LG텔레콤이 각각 통화품질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멤버십·로열티·부가서비스 확충 등 한결같이 고객서비스를 경쟁적으로 강조한 것은 비교적 ‘건전한’ 모습. 이동전화 3개사는 작년말 서로 흠집내기식 광고전은 물론이고 통신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당국에 제소와 맞제소도 불사하면서 주위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번호이동성 제도는 올 한해 이동전화 시장전반을 무한경쟁 구도로 이끌면서, 특히 요금인하 열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요금인하 바람은 LG텔레콤의 약정할인제가 작년말 통신위로부터 타당하다는 결론을 얻으면서 정보통신부 역시 SK텔레콤·KTF에게도 이를 허용해주기로 결정, 사실상 대세로 굳어졌다. KTF는 LG텔레콤과 마찬가지로 최고 40%까지 통화요금을 깍아주는 약정할인 요금제를 선언했으며, 위기감을 느낀 SK텔레콤도 후발 경쟁사들에 맞대응할만한 약정할인 요금전략을 마련해 정통부 인가를 기다린다.
번호이동성을 둘러싼 시장 경쟁은 가입자에게 번호주권을 찾아주고, 요금부담도 덜어준다는 혜택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그렇지만 가입자와 매출이 정체인 상황에서 산업 전반의 성장을 견인할 한 투자동력으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요금인하는 물론이고 어떤 출혈경쟁이라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면서 “가입자당매출(ARPU)을 낮춰 통신시장 전반의 부실화로 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동전화 단말기 업계는 연초부터 번호이동성 반짝 특수효과를 기대했다. 이동통신 3사가 번호이동성 마케팅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휴대폰 주문량을 대폭 늘린 덕분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LG전자·팬택&큐리텔 등 주요 휴대폰업체들의 1월 공급량은 예년 같은 시기보다 최대 100% 가량 늘어, 사상 처음 월 기준으로 200만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번호이동성 제도에 힘입어 후발사업자들이 욕심만큼 SK텔레콤의 가입자를 빼앗으면 현재 ‘1강1중1약’ 체제로 고착화된 이동전화 3사의 시장구도가 변하게 된다. KTF가 올해 목표치로 삼고 있는 100만 신규 가입, LG텔레콤이 600만 누적가입자를 달성할 경우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지금 53%에서 7% 가까이 끌어내릴 수도 있다. 후발사업자의 이러한 계획이 성사될지는 KTF의 번호이동성 시차제가 도입되는 하반기쯤에 예측 가능하다.
시내전화 번호이동성의 경우 워낙 KT의 아성이 공고해 하나로통신이 입지 확대가 쉽지않다. 하지만 대도시로 확대되면서 하나로통신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면 시장 판도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길 것으로 관측됐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