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을 앓는 분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영진 가오리무역 사장(42)은 지난 99년부터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는 근위축증인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 지팡이가 있어야 다닐 수 있고 계단을 오를 때마다 고통스럽지만 그는 지난 2002년 후반부터 무역사업을 하고 있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 소속 업체들의 일본 진출을 돕는 것이 주 업무다. 통역, 번역에서부터 시작해 좋은 제품이 있으면 직접 일본 기업에도 판매할 계획이다. 현재는 게임이나 디지털콘텐츠 쪽으로 분야가 국한돼 있지만 향후에는 IT, CT, BT산업부문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때 전신마비가 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양호한 편이죠.” 불편한 몸으로 사업을 하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오히려 웃음으로 대답한다. 일이 신난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적인 측면과는 별도로 사업이 꼭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다. 같은 40대로서 최근 40∼50대의 명예퇴직 바람을 바라보면 착잡하다. 자신의 삶이 혼돈함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할 뿐이다.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무역을 전공하고 일본 무역상사에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 많은 인적 네트워크가 있는 만큼 신체적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죠.” 그는 현재 이렇다 할 실적은 없으나 현재 일본 대기업과 5∼6개 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어 올해 목표액인 50만달러 수출에는 지장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끝으로 그는 ‘일부 벤처기업이 자아도취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최근의 시장 동향을 분석하고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을 준비를 해야 하는데 막무가내식으로 개발부터 해놓다보니 결국 시장에서 팔릴 수 없는 제품을 내놓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40∼50대, 좋은 세월을 기다리지 말고 좋은 세월을 만들어 가는 세대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새해 꿈이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