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앞두고 이공계 인사와 정보기술(IT) 전문가의 국회 진출에 관심이 쏠린다.
공천혁명을 통한 대대적 물갈이로 당의 환골탈태를 노리고 있는 한나라당은 물론 치열한 영입경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도 이미지 차별화를 위한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각 당이 상향식 공천을 지향하는 데다 물갈이에 대한 내부 논의가 불거지는 등 정치진입의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경기불황으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IT스타’ 모시기에 그친 지난 총선과는 또 다른 양상을 띌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공계의 공직진출을 부흥하기 위한 법제화가 추진될 정도로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점도 총선을 앞둔 정국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사회문제로 부각된 이공계 기피현상을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이공계 인사들의 정치권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당선가능권에 비례대표 후보를 일정 비율 이상 추천하고 지역구의 경우에도 경선참여를 적극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에서 IT계 인사 영입에 나섰던 남궁석 의원은 “법조계 등 인문계 중심인 국회에 이공계와 IT전문가 등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수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상철 전정통부 장관, 본인의 잇단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올인전략’으로 열린우리당의 차출설이 끊이지 않는 진대제 정통부 장관 등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개각으로 물러난 박호군 전과기부 장관과 박기영 순천대 교수(국과위 수석간사), 유희열 전 과기부 차관, 황우석 교수 등도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IT기업인으로는 선거때마다 단골로 거론되는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대표, 이재웅 다음 사장, 조현정 비트컴퓨터 사장 등 스타급 벤처인과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 김동연 텔슨전자 부회장 등 IT기업인이 본인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전국구 영입설에 시달리고 있다.
과학기술인, IT 전문가의 국회 진출을 주장하는 여인철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 이성우 과학기술노조 위원장, 원자력연구소 출신인 이병령 전유성구청장 등의 행보도 관심사. 기술고시 출신으로 삼성그룹, 서울지하철공사 사장 등을 거쳐 자민련 지구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명년 한국기술사회장도 국회 입성에 도전한다.
그러나 각당의 적극적인 관심표명과는 달리 지금까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영입인사는 안병엽 전정통부 장관(열린우리당)을 제외하고는 각각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현정부의 스타급 관료나 호남정서를 반영한 DJ맨 등을 간판으로 삼는 등 IT·과학기술분야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두차례에 걸친 열린우리당의 영입인사 발표와 민주당 영입인사는 각 분야의 전문가 영입보다는 세 넓히기 차원의 명망가에 집중됐다는 평가다. 뚜껑을 열지 않은 한나라당도 “영입 1순위는 이효리”라는 발언이 나올 정도로 파격적인 전략을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공천결과가 나오기전까지는 미지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난 정권 말기 잇따라 터진 벤처비리사건으로 벤처인의 인기도 예전같지 않은 데다 기업의 비자금 사건으로 접촉이 아직 원활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현실론과 “정치권이 인기전략으로 흔들기 보다는 IT산업계나 과학기술 연구계 등 전문분야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느냐”는 소임론도 제기되고 있어 이공계, IT전문가 진영의 국회입성은 아직 낙관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 분야별 예상 인사
◇과학기술계=과기계에선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과 차세대 성장동력 프로젝트의 출범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져 이번 총선이 그 어느때보다 과기계 출신들의 ‘여의도 입성’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특성상 ‘대중성’이 떨어지는 데다 조직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는 지역구 쪽 보다는 비례대표제에 의한 전국구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역구 후보로는 전 과기부 차관 출신인 한영성씨와 최근 과기부장관 후보로 떠올랐던 유희열 전 차관이 출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 차관은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에 총선출마설이 나돌고 있으며 유 전차관은 과기부 출신 고위 관료중에선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호군 전 장관의 인천 출마설도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비례대표로는 박기영 순천대 교수(국과위 수석간사)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박 교수는 대선전부터 노무현캠프에서 큰 역할을 맡은 데다 ‘여성 과기인’으로 희소성이 높아 그의 의지만 있다면 국회 입성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최근 입각설이 나돌았던 황우석 교수(서울대)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황 교수는 사석에서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며 국회 입성에 대해 손사레를 치고 있지만 복제소와 광우병 예방소를 개발하면서 일약 ‘전국구 스타 과학자’로 부상, 전국구 후보 0순위라는 관측이다.
과기계 일각에선 또 김태유 정보과학보좌관의 출마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 보좌관은 당초 과기부나 산자부 장관 기용설이 나돌기도 했으나 최근 두 부처에 오명씨와 이희범씨가 각각 기용돼 국회 쪽으로 방향을 틀지 않았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중배 기자 jblee@etnews.co.kr>
◇연구단지=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을 맡고 있는 여인철 박사(43)는 지난 대선기간 중 국민참여운동 대전본부장을 지낸 인물로 정치 때가 묻지 않았다는 점이 강점이다. 대덕연구단지에서는 한국선급에서 수석연구원으로 근무, 선박해양분야에 조예가 깊다. 과학기술인의 정치세력화를 부르짖고 있는 여 박사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대전 서을 출마를 위해 뛰고 있다.
원자력연구소 출신인 이병령 전유성구청장(56)과 과학기술노조 이성우 위원장(41)도 유성을 지역구로 출마의 뜻을 밝히고 있다. 자민련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 전유성구청장은 서울대 공과대학을 나와 미국 테네시주립대학을 거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핵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형 경수로 개발책임자, 한국원자력연구소 책임연구원 등에 이어 국회 과학기술연구회 특별회원을 지낸 바 있다.
또 이 위원장은 현재 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며 지난 총선에서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일정부분 연구단지의 고정표를 확보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유성구에서 해볼만 할 것으로 점치고 있는 분위기.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IT·벤처기업인=그간 총선 때마다 참신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춰 각 정당의 외부 영입 인물 1순위로 손꼽혀 온 조현정 비트컴퓨터 사장, 이재웅 다음 사장,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대표는 이번에도 본인 의지와는 무관하게 언론에 이름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들은 정치 입문 계획은 물론 의지도 없다며 정치 참여에 대한 가능성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보안업체인 마크로테크놀러지 이성만 사장은 일찌감치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 사장은 고향인 충남 천안 출마를 계획,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할 예정이다. 한나라당 천안 지구당은 3선 경력의 함석재 의원이 맡고 있어 공천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이 사장은 휴일마다 천안에 내려가 지역구 관리 등 사전 정지작업을 펼치고 있다.
문용직 나우콤 사장도 청년개혁연대 활동을 통해 일찌감치 정치에 발을 들인 인물로 열린우리당 마포지역 출마가 점쳐진다. 이밖에 윤진호 인터링크 사장도 성북갑 지역구 출마를 준비중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남북한 경제·IT협력 분야=남북한 경제·IT 협력 분야의 소장파 그룹들도 내년 총선을 겨냥해 잇따라 도전장을 던져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최 성 통일정보센터 소장(41)은 열린우리당 깃발을 내걸고 고양시 덕양(을)에 출마할 예정이다. 최 소장은 김대중정부에 이어 노무현정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의 싱크탱크로 활동해온 인물. 고려대에서 북한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최 소장은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통일외교 담당 보좌역을 거쳐 청와대 외교안보비서실에서 통일정책 수립을 담당했고 남북정상회담 준비접촉 대표단의 일원으로도 활동했다. IT·경협 대북전문가들의 모임인 ‘통일IT포럼’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 소장은 지난해 대선때 노무현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대북정책 자문활동을 했으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상임자문위원을 거쳐 현재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남북경제협력진흥원 수석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 9월 경의선이 통과할 고양시에 고양생활경제연구소를 설립하고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본격적인 터닦기를 해왔다.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전 이사장(40)도 민주당 뺏지를 달고 고향인 광주 동구에 지난 10월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다. 구 전 이사장은 광주 동구 현역의원인 김경천 의원과 공천 경선을 벌일 예정이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구 전 이사장은 지난해말까지 SK텔레콤 상무로 재직하면서 IT분야 남북협력사업을 전담하는 등 남북 교류분야의 소장 전문가로 손꼽힌다. 특히 지난해 6월 평양에서 처음 개최된 남북 당국간 통신협상을 기획하고 남한 대표단의 일원으로 협상에 참여하기도 했다. 올해 초 입각전까지 미래전략연구원 원장을 맡았던 윤영관 외교부 장관과도 가까운 사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