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신삼국지]`IT 르네상스` 시대 연다

 ‘IT 삼국동맹으로 세계시장을 정벌하라.’

 IT시장 공략을 위해 서로 창을 겨누었던 한중일이 전략적인 동맹에 나서면서 동북아 르네상스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세기 한중일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보다 산업화에 뒤져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산업문명의 잇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IT 산업과 표준분야에서 주도국가라기보다는 주변국가들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 분야, IT 산업분야에서 한중일은 미국 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이를 바탕으로 공동보조를 취해나갈 경우 확실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따라 한중일 정부 및 기업차원에서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올해 가시적인 성과가 속속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월 제주에서는 의미있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왕쉬뚱 중국 신식산업부 장관, 카타야마 토라노수케 일본 총무성 장관 등 한중일 IT 장관 3인이 제주에서 장관회담을 갖고 차세대 이동통신 등 7개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합의하는 3국 협력약정을 체결한 것이다.

 협력약정 체결의 취지는 한중일 3국이 IT기술개발방향을 함께 논의하고 국제 표준화를 이끌어가자는 것으로 IT 분야 세계시장 선점을 위한 공동보조라는 의미를 던져줬다.

 3국간 협력약정이 체결되는 IT분야는 △3G, 차세대 이동통신 △차세대 인터넷 △디지털TV, 방송 △네트워크, 정보보호, 공개소프트웨어 △통신서비스정책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3국 협력 등 7개 분야.

 기술표준화와 관련, 한중일 3국이 공동보조를 맞출 경우 전세계적으로 ‘사실상의 표준(de-facto standard)’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중일 3국의 기술표준이 국제표준이 될 경우 지금껏 선진국들이 이미 제정한 표준에 맞춰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 일본과 공동보조를 맞추는 점 역시 관심사다. 일본은 뛰어난 2G기술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표준을 따르지 않아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었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과의 제휴를 통해 차세대 이동통신에서는 고립상태를 벗어나고자 한다.

 3국은 앞으로 7개 분야에 대한 상호 정보교환, 공동연구개발 및 인력교류를 활성화하고 산·연·관 관계 전문가로 구성된 실무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처럼 정부차원에서 포괄적인 협력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3국 기업간의 제휴도 활발해지고 있다. 삼성전자·하이얼·산요 등 한중일 가전업체들은 지난해 통신기술을 이용해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네트워크 가전사업 부문에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이들업체는 네트워크 기술(삼성전자), 고기능가전(산요전기), 중국내 판매망(하이얼) 등 각각 우위분야을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각사 상표로 제품을 판매하되 리모컨 하나로 각사의 제품을 조작할 수 있도록 호환성있는 가정내 네트워크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3사는 중국 시장의 반응을 보아가면서 네트워크 가전제품의 아시아 표준규격은 물론 세계표준을 목표로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제휴가 추진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한중일 기업인들이 동북아 전자상거래시스템을 공동 구축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3국간 경제협의체제를 확대하기 위해 IT·금융·에너지·서비스 업종 등에 대해서도 제휴를 추진키로 했다.

 특히 e비즈니스는 물류· 금융· IT· R&D 허브와 함께 동북아시대를 열 수 있는 고리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입장에서는 e비즈화를 통해 허브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던 e비즈니스 활동을 동북아 지역으로 확대해 전체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앞선 IT기술을 활용하면 동북아 지역의 네트워크 중심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우리나라 주도로 지난 200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부품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도 올해에는 실질적인 결실을 맺을 전망이다. 중국측의 준비부족으로 올해까지는 한일간 연계에 그치고 있으나 중국과 대만 등과의 연계가 가시화되고 있어 내년부터는 명실상부한 동북아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프로젝트가 본 궤도에 오르면 동북아 각국의 전자부품 및 세트업체들은 보다 쉽게 구매자와 필요한 부품을 확보할 수 있게 되어 경쟁력 향상에 큰 몫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 한중일 대표 IT기업은 변신중

 지난해 말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세계경제포럼(WEF)과 함께 2004년을 전망한 연말 특별호에서 세계 경제에 영향력을 미치는 8명의 경제인을 선정했다. 이중 한명은 한국의 이건희 삼성 회장으로 뉴스위크는 그의 강소국론과 천재경영론이 많은 인사들에 의해 인용되는 등 사회 경제전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선정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중국 장 루이민 하이얼 회장도 8명중 한명에 선정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장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하이얼은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 최대의 가전메이커이다. 수출실적은 1999년 1억 4000만 달러에서 2001년에 4억 2000만 달러로 껑충 뛰었다. 불과 2년 만에 3배로 늘어난 것이다.

 하이얼은 지난 99년에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 본격적인 미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이얼은 소형냉장고를 통해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2002년말 현재 미국 1도어 냉장고 시장의 50%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냉장고의 성공에 힘입어 세탁기, 자동식기세척기 등으로 품목을 확대했는데 월마트 등 미국 소매체인 상위 10개사 가운데 8개사가 하이얼의 제품을 취급하기에 이르는 등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경우 삼성전자는 미래 디지털 시대의 화두가 될 홈네트워크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위해 단순한 하드웨어 생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확보한 디지털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야심을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160GB용량의 HDD에 최대 100편의 영화를 저장할 수 있고 지상파를 이용한 VOD서비스를 통해 언제든지 영화를 볼 수 있는 셋톱박스를 월트디즈니에 독점 공급키로 했다. 또 이에 앞서 11월에는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로드쇼에서 미국의 음악파일 제공업체인 냅스터와 제휴, 냅스터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는 전용 MP3기기를 생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다.

 일본 소니도 가전업체에서 벗어나 게임, 엔터테인먼트, 금융서비스를 중심으로 인터넷비즈니스를 펼친다는 ‘e소니’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 홈서버 역할을 할 차세대 게임기인 PSX를 개발을 위해 프로세서를 포함한 반도체를 IBM, 도시바와 공동개발해 올해 하반기부터 생산하고 내년에는 세계 10대 반도체 제조업체를 목표로 반도체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PDP TV사업을 대폭 강화한데 이어 유기EL생산에 착수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 기고 - 한중일 FTA로 동북아 시대를 연다

 현오석 무역연구소장 oshyun@kotis.net

 세계경제에서 한중일과 동북아가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경제규모와 교역량 확대, IT산업의 발달 그리고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률에 힘입은 바 크다. 특히 중국의 거대한 소비시장이 가시화되면서 동북아 시장에 대한 전세계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 냉전시대 전략적 요충지로서 동북아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부각됐다면, 최근에는 동북아의 경제적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동북아라고 하면 극동러시아, 몽골, 중국, 북한, 한국, 일본을 지칭하지만, 그 핵심은 한중일 3국이라고 할 수 있다.

 한중일 FTA의 필요성-동북아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더불어 한중일 3국도 상호간에 관심과 협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특히 한일FTA체결을 위한 정부간 협상을 금년내 개시키로 함으로써 동북아내 FTA 체결의 첫단추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실,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경제협력에 대한 필요성은 수차례 제기되어 왔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일본의 기술력, 중국의 노동력, 한국의 생산기술은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고, 3국의 거대한 소비시장은 지역주의로 인해 가로막힌 미국과 EU를 대신할 안정적인 수출시장으로서 3국 모두에게 큰 유익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생산 측면에서도 각종 시설의 중복투자를 막고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여 전반적인 경제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3국간 협력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또한 동북아 지역안정, 국제무대에서 3국의 역할 강화 등 외교적 차원에도 3국간 경제협력이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3국간 협력의 필요성과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3국간 경제협력 수준은 아직도 낮은 상태이다. 한중일 3국간 역내 교역비중은 1990년 12.7%에서 2001년 21.8%로 증가하긴 했지만, NAFTA의 46.6%, EU의 59.4%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3국간 역내 투자비중도 2001년 기준으로 7.4%에 불과하여 NAFTA와 EU의 25.4%와 26.6%를 크게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한중일 3국의 전통적인 대미 수출 의존, 과거사 문제, 각국 취약산업의 구조조정 문제, 중일간 주도권 다툼 등의 장애요인으로 인해 3국간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국간 FTA체결을 위한 과제-이러한 장애요인을 극복하고 한중일FTA를 체결하기 위해서는 3국 모두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먼저 중국과 일본은 상호간에 불필요한 주도권 다툼을 버리고 대국으로서의 포용력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일본은 한국과 중국 제조업체들의 일본에 의한 시장잠식 우려를 해소시키기 위해 노력해야하며, 중국은 WTO가입 약속에 대한 이행사항을 실천하고 각종제도를 투명화 하여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