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에 참석한 분야별 전문가들은 IT로 인한 사회현상을 언급하며 색다른 분석을 내놓아 흥미를 끌었다.
최양수 교수는 미디어 기술과 형태 발전에 따른 영화의 내용 변화를 예로 들며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물도 IT로 변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영화관 출입은 공적인 활동이었으나 홈미디어의 발전으로 영화감상이라는 행위가 사적활동으로 변화했다는 것. “과거의 포르노영화는 등급외 극장에 출입하는 남성만을 위해 제작됐다면 지금은 여성의 시각을 반영한 포르노도 등장하는 내용물의 변화가 발생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나아가 “IT진화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수단으로서 인간의 몸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강조될 것”으로 예상했다.
네트워크의 진화가 공간에 미치는 영향에 10∼20년 뒤 현실화할 신 행정수도 구상이 거론됐다. 김성국 교수는 “신 행정수도의 공간배치를 연구하며 미래 사무환경을 고민했다”며 “네트워크로 사회적 결집을 강화하는 현상이 드러났듯이 공간개념을 재편하는 재택근무 등으로 사무실 공간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혁백 교수는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부상한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의 예를 들며 인터넷을 통한 소액다수 정치헌금 실현 가능성을 가늠했다. 임 교수는 “딘 후보가 딘 포 아메리카를 통해 모금한 액수가 3000만달러에 달하는데, 250달러 미만의 소액헌금이 70%를 차지하고 이중 상당액이 인터넷을 통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임 교수는 “거대이익집단의 돈에 의해 좌우된 정치를 환수하자는 구호가 먹혀들고 있다”며 정치문화의 개선을 낙관했다.
황경식 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다중자아가 출현하는 현실을 거론하며 “예전엔 병리적 측면이 부각됐으나 해방적 기능을 가졌다”고 해석하고 “생리와 병리의 개념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국경, 문화를 초월한 e메일 교환은 국가경계를 무너뜨려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응하는 법, 나아가 ‘거버넌스(governance)’가 ‘거버먼트(government)’를 대체할 수 있는지와 같은 해체시대의 중심잡기 과제를 남겼다”고 분석했다. ‘‘거버넌스’는 기존의 정부 중심의 국정 운영(거버먼트)과 달리 정부와 시민사회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국정 운영체제를 의미한다.
정보화 자체를 장년층이 주도하나 그 영향과 수용이 10대와 20대 젊은층에서만 활발한 세대 격차도 거론됐다. 변재일 차관은 “처음 휴대폰 문자메시지(SMS) 서비스를 대할 때 조그마한 휴대폰 자판으로 문자를 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다”며 “우리 40∼50대는 컴퓨터 키보드를 생각해 자판을 크게 만들 궁리를 했는데 10∼20대는 엄지만으로도 빨리 문자를 쳐 놀랐다”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