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신삼국지]세계 경제지도 함께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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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대의 주도권을 노린 신삼국지가 열리고 있다.

 오랜 기간 아시아 경제를 좌지우지 했던 일본이 장기 침체에 빠져 쇠퇴조짐을 보이고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한국은 IMF위기를 겪으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지못한 채 정체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따라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 3국간 생존을 건 경제전쟁이 갈수록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3국의 경제규모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한국이 1.70%, 일본과 중국이 각각 12.89%, 3.82%, 홍콩의 0.57%까지 합치면 세계경제의 18.96%를 차지하는 거대한 경제권이다.

 이 수치를 아세안까지 아우르는 동아시아에 한정해 대입하면 한중일의 위상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한중일의 국내총생산은 2001년에 동아시아 지역의 89.5%를 차지했다.

 이러한 형세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고관세의 빗장을 내리고 개방의 대열에 동참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3국간 경쟁은 자동차·섬유·반도체·전자·기계·화학·철강·조선 등 대부분 업종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는 3국의 산업발전 과정이 유사한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한중일은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를, 중국은 일본에 소비재를,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 자본재와 핵심 부품소재를 각각 수출하는 삼각구도를 형성하면서 3국이 분업구조를 형성해 왔다.

 미래의 첨단 기술산업에서도 3국의 경쟁이 예상된다. 첨단기술의 경쟁력은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비해 많은 분야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다음은 한국이며 중국은 많은 부분에서 열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삼국간의 경쟁에서 아직은 일본이 한발 앞서있는 형국. 그러나 경쟁분야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으며 중국이 한국과 일본에 대해 많은 분야에서 개선을 보인 반면 일본은 반대로 많은 분야에서 경쟁력 저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산업연구원이 올해초 내놓은 ‘한·중·일 제조업 및 부품소재 경쟁력 비교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현재 일본은 섬유류를 뺀 모든 제조업에서 한국과 중국에 비해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94년과 비교할 때 일본은 정밀기기와 화학을 뺀 모든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한국은 정체상태를 보인 반면 중국은 모든 산업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높아져 경쟁력이 급상승했다.

 지난 94년과 2000년 세계시장 점유율을 비교해 보면 일본은 화학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기·전자, 철강, 자동차, 조선 등도 점유율이 떨어졌다. 반면 중국은 전기·전자, 철강, 조선, 자동차, 화학제품, 섬유류 등 대부분 업종에서 높아졌다. 한국은 전기전자, 자동차, 화학제품, 철강 등은 소폭 높아졌으나 섬유류, 정밀기기 등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급부상으로 한국은 일본에 뒤처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도 맞서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올해초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인들은 우리나라의 기술 경쟁력이 일본을 따라 잡기도 전에 앞으로 4년 안에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란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은 한국이 일본을 따라 잡는데는 4.27년이 소요되는데 반해 중국이 한국을 추월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은 3.76년에 불과하다고 내다봤다. 쉽게 말해서 일본을 따라잡기도 전에 중국에게 밀린다는 결론이 도출된 셈이다. 중소기업은 중국과의 격차가 2.34년에 불과했다.

 특히 자동차 등은 조만간 중국의 기술력 발전 속도에 밀려 아예 경쟁력을 상실할 것으로 전망돼 국내 주력업종의 기술경쟁력 유지, 강화에 비상등이 켜졌다.

 중국산 제품의 해외 진출은 눈부실 지경이다.

 의류나 봉제품에 그치지 않고 전자제품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하이얼(海爾), 창훙(長虹), TCL 등 중국의 대형 가전업체들은 세계적인 메이커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특히 하이얼은 출범 16년 만에 중국 유수의 가전 메이커로 자리매김하고 앞으로 세계 500대 기업으로 커간다는 웅대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중국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나 단순기술을 이용한 제품뿐 아니라 정보산업을 집중 육성해 2010년까지 중국경제 최대의 기간산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10차 5개년 계획기간(2001∼2005년) 정보산업에 총 1조7000억위안(2000억달러)을 투자해 반도체 200억개, PC 1800만대, 이동전화 단말기 1억대를 생산하고 인터넷 이용자도 2억명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우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도체부문에 집중 투자해 자체 기술로 제품을 개발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이동통신 제품 시장도 자국 브랜드를 주류 제품으로 육성하기로 해 한판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 기업들의 최근 움직임은 흥미롭다. 일본 기업들은 세계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경쟁전략을 잇따라 전환하고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 과거의 무조건적인 다기능 우선에서 생활환경 변화에 따른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세계 가전시장에 이어 게임시장의 석권한 소니의 경우 기존 제조업의 한계를 인식하고 외부환경에 발맞춰 종합인터넷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또 소니는 유비쿼터스 실현을 목표로 홈네트워크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차세대성장동력 육성과 동북아 허브 구축 등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산업육성정책과 기업차원의 경쟁력 강화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은 선진 구미기업들이 중국으로 가는 발판이 될 수 있어 중국 진출 교두보로서의 위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저임금에 대한 매력으로 중국에 진출한 구미업체들이 주변부에서 부품 및 R&D네트워크를 구축해 효율화를 추진중이기 때문에 한국은 우수한 기술인력, 중국과의 근접성으로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한중일 기업간에는 경쟁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화를 추구한 구미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부품조달, 판매망 등을 망라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제휴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세 나라의 경제협력 구상 가운데는 세계시장을 겨냥한 것도 적지 않다. 인터넷, 이동통신, 디지털 TV 등 정보기술 분야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표준화 시장에 도전할 ‘삼자 동맹’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세 나라 협력 논의는 한국의 구실에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아시아 패권을 노리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는 넘기 힘든 장벽이 있고 그런 장벽을 낮추는 데 한국이 허브로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중일간에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유무역협정(FTA)논의도 활발해 지고 있다.

만약 한·중·일 경제가 자유무역지대로 묶여 관세를 철폐할 경우 한국 227억달러, 중국 240억달러, 일본 606억달러의 연간 수출증대 효과가 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기대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 중국 부상으로 완벽한 삼자구도

 일본과 한국을 따라잡기에 벅차보였던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완벽한 삼국정립의 시대가 오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은 우리나라의 첨단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에 눈독을 들이면서 저돌적인 공세에 나서면서 첨단산업 기술의 유출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이 몇년안에 반도체와 평판 디스플레이, 디지털 가전제품, 휴대폰 및 휴대형 단말기, 그리고 자본·기술 집약형 산업인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수익성 높은 첨단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의 한국 기업사냥은 중국 국영 화학그룹 란싱(藍星)이 쌍용자동차 인수를 위해 채권단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첨단산업체를 인수하려는 중국 기업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란싱의 쌍용차 인수 시도라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은 자동차 이외에 평판 디스플레이와 온라인 게임, 제약, 의료장비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기업인수에 나서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한국 모니터제조업체인 오리온전기의 자회사인 오리온PDP 인수를 추진중이다.

 오리온PDP는 지난 2월 세계 최대규모인 84인치 PDP개발을 발표, 업계를 놀라게 한 바 있으나 단기간에 한국과 일본의 PDP기술을 따라잡기 위한 중국업체들의 전략에 따라 중국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중국의 BOE테크놀로지는 올해초 하이닉스로부터 초박막 액정표시 장치(TFT LCD)사업 부문인 하이디스(HYDIS)를 인수, BOE하이디스를 출범시키고 중국에서 TFT LCD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BOE하이디스는 오는 2005년 베이징에 17인치 이상의 TFT LCD를 연간 300만장 이상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한편 하이닉스는 자금유동성 위기 타개를 위해 D램 공정에서 생산성을 최소 40% 향상시킬 수 있는 골든칩(0.11미크론급) 기술을 중국에 판매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며 하이얼(海爾)은 내년 2월부터 중소형 일반냉장고로 한국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고 선언하는 등 중국이 한국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