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 납품 비리 파장

 한국IBM 간부들이 비자금 조성과 금품로비, 입찰담합 등 각종 납품 비리를 저질러 온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IT기업은 물론 전체 컴퓨팅 관련시장에 일대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4일 검찰에 따르면 한국IBM은 지난 2001년에서 2003년 사이 다른 업체를 들러리로 내세워 입찰을 담합하는 등 각종 납품 비리를 통해 정보통신부, 국세청,대검 등 9개 관공서에서 660억원 규모의 컴퓨터 납품을 따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LG IBM과 LG전자, SK C&C 등 15개 컴퓨터 관련 기업들도 입찰 담합에 가담하고 공공기관은 이같은 담합행위를 묵인해 준 것으로 드러나 글로벌기업에 대한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이번 수사결과에 따라, 서울지검 특수1부(김태희 부장검사)는 한국IBM과 국세청 등 공공기관 관계자12명을 특가법상 뇌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LG IBM 등 가담자 3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처럼 한국IBM과 그 협력사들이 연루된 납품 비리가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국내 진출 37년째인 한국IBM은 출범이후 최대 고비를 맞게 됐다. 실제로 그동안 뇌물제공 등 기업윤리에 반하는 영업활동을 금지해 온 IBM측은 이번 검찰 수사결과에 큰 충격을 받고 한국IBM과 LG IBM 관련자 5명을 모두 해고했다.

 IBM 본사도 최근 한국지사를 상대로 예년과 달리 강도높은 감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 ‘융통성’을 발휘하며 영업을 진행해 온 한국IBM의 운신폭을 상당히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리란 관측을 불러오고 있다. 외국계 지사장 선임으로 결말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극단적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한국적인 상황을 감안한 공격적인 영업이나 마케팅보다는 일방적으로 본사의 지침을 전달되는 상명하달식 지사 운영이 불가피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따라 그동안 한국 시장의 특성에 맞게 마케팅이나 영업방식을 토착화하려 애써온 다국적IT기업 지사들의 노력이 뒷걸음질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컴퓨팅 시장에서 한국IBM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이같은 우려는 단순한 예상수준에서 그치지는 않으리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당장 납품비리에 가담한 15개 컴퓨터 관련 업체들이 향후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최소 1개월에서 2년까지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받게 돼 이번 한국IBM의 납품비리 사건으로 인해 얼룩진 국내 컴퓨팅 시장의 상처가 단기간에 아물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