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체들의 위상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코리아 하우스’에 입성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게임업체들의 해외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주요 수출 국가의 지사에 외국인들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2002년 12월 블리자드 출신 개발자로 구성된 아레나넷을 인수하면서 블리자드에서 R&D 부사장을 역임한 패트릭 와이어트를 비롯 마이크 오브라이언, 제프 스트레인 등 유명 개발자들을 보유하게 됐다. 특히 아레나넷에는 MS 핵심 설립자 출신 개발자 등 화려한 이력의 개발진이 대거 포진돼 있다.
엔씨소프트는 중국, 일본, 대만, 미국 등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각국 지사와 합작 법인의 규모도 커지고 있고 취업한 외국인수도 늘고 있다.
오스틴에 위치한 엔씨 미국지사에는 ‘울티마 온라인’개발로 유명한 리처드 개리엇을 비롯해 30여명이 근무중이며 미국 LA 마케팅 지사에는 50여명, 아레나넷에는 20여명이 일하고 있다. 엔씨시나(중국), 엔씨타이완(대만), 엔씨저팬(일본) 등 엔씨소프트의 해외 합작법인에도 70명∼100명이 근무 중이며 90% 이상이 외국인이다. 엔씨소프트 국내 본사에도 2명의 외국인 개발자가 취업해 있다.
플레너스(대표 노병열 김정상)도 한국과 인연을 맺은 외국인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게임포털 넷마블이 중국, 일본 등 해외진출을 가속화하면서 외국 출신 직원이 3명이나 된다. 넷마블 일본 담당인 안토 준코씨를 비롯 중국담당하는 조선족 출신 안해상 과장, 캐나다 국적의 교포 하지원 주임 등이다. 특히 안해상 과장은 독립운동가 안중근 지사의 동생 안명근 선생의 친손자다.
넷마블 일본 사업 지원업무를 도맡고 있는 안토 준코씨는 “일본인도 일 열심히 하는 국민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국민들인데 한국인들은 정말 밤늦게까지 일하고 술마시고 언제 잠을 자는지 모를지경”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맥스(대표 정영희)에도 호주 출신의 잭 포터씨가 작년 하반기 입사, 비디오게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언리얼 엔진 제작사인 에픽사에서 5년 근무한 바 있는 잭 포터씨는 2001년 서울에서 개최된 게임올림픽 ‘월드사이버게임즈’에 참가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한국과 인연을 맺기로 결심했다. 최근 한국말 공부도 시작했다는 잭 포터씨는 “전세계 게임산업에서 한국은 메이저 세력으로 부상할 중요하고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선두로 자리매김한 온라인게임의 성장, 한국게임업체들의 세계 시장에 대한 빠른 이해, 정부의 강력한 지원 등이 어울려 한국 게임시장은 더욱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아예 한국에 스튜디오를 차린 사례도 있다. 탈드렌 스튜디오 에릭베스키 사장은 작년 11월 아예 한국에 ‘탈드렌 코리아’를 설립하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봤다는 게 에릭 베스키 사장의 설명이다.
NHN, 넥슨 등도 외국인 임직원이 크게 늘고 있다. 2000년 설립된 한게임저팬은 처음에는 우리나라 직원 10명으로 출발했으나, 작년 10월 네이버저팬과 통합하면서 현재 직원은 100여명으로 늘었다. 이중 80% 이상이 일본 현지 직원이다. 99년에 설립된 넥슨저팬에도 최근 인원이 30여명으로 늘었으며 이중 23명이 일본 현지인이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원하는 외국의 유능 개발자들이 국내 게임업체들의 해외 지사에 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지원한 외국인들이 화려한 경력을 보고 국내 게임업체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