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
프란스 드 왈 지음
김소정 옮김
새물결 펴냄/3만5000원
제4의 영장류로 불리는 ‘보노보’의 발견은 다윈의 갈라파고스 발견 이후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으로 비유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프리카 콩고의 밀림에 사는 ‘보노보’는 인간 이외에 직립에 가까운 생활을 하며 모계 사회를 이루며 살아갈 뿐 아니라 인간처럼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정상위로 섹스를 즐기기도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은 상징언어로 인간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 책은 20세기에 마지막으로 발견된 ‘보노보’의 생태에 대한 최초의 보고서로 이 영장류의 행동과 군집생활을 자세히 소개, 학계에 불고 있는 ‘보노보 열풍’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책의 저자인 프란스 드 왈은 에모리대학 심리학과 교수이자 여키스영장류센터의 연구교수이고, 사진을 찍은 프란스 랜팅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에 정기적으로 사진을 싣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야생동물 전문 사진작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보노보’라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침팬지와 함께 우리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구인데도 말이다. ‘보노보(학명 판 파니 스쿠스)’는 1929년에야 비로소 새로운 종으로 인정받게 됐는데 그 전까지는 작은 침팬지 정도로 인식됐다. 주요 서식지가 콩고 내전이 벌어졌던 지역으로 연구를 위한 접근이 쉽지 않다. 이런 탓에 과학자들조차 아프리카의 밀림 속에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이 영장류의 사회생활을 이제 막 연구하기 시작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보노보’ 사회가 침팬지보다는 인간 사회에 더 가깝고, 인간보다는 더 인간적인(?) 동물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침팬지 사회에서는 수컷이 무리를 지배하고 공동 사냥과 집단간 전쟁이 벌어지는 반면 ‘보노보’ 사회는 평등하고 평화롭다. 그리고 ‘보노보’ 사회에서는 무엇보다도 다른 구성원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암컷, 특히 어미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온화한 모계 중심의 ‘보노보’ 사회의 모습은 인류가 사냥꾼이자 도구 제작자인 남성을 중심으로 진화해왔다고 주장하는 남성 중심적 인류 진화론에 대해 도발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보노보’는 ‘전쟁이 아니라 사랑을 하는’ 영장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짝짓기 행위를 통해 긴장을 해소하는 ‘보노보’의 성생활은 매우 흥미롭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온갖 체위로 온갖 상대와 무시로 성적인 접촉을 하는 ‘보노보’에 대해 ‘호색한’ 또는 ‘매춘하는 동물’이란 오명을 씌우기도 했지만 책에서는 그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예컨대 인간 사회에서 성은 지배를 위한 도구이지만 ‘보노보’들 사이에서는 성은 화해와 협력을 위한 도구다.
‘보노보’는 상징언어로 인간과 거의 막힘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칸지’라는 ‘보노보’가 이 분야의 국제적 스타로 잘 알려져 있다. 상징언어를 이해하는 이들의 능력은 인간만이 상징적 동물이라는 기존의 학설에 의문이 들게끔 한다.
이처럼 사랑·평화·평등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보노보’의 사회 생활을 들여다보면 인간 중심, 남성 중심, 힘 중심의 우리 인간 사회를 한번쯤 되돌아보게 된다. 256쪽. 3만5000원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