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자상거래의 특징 중 하나는 국경을 초월한(borderless) 거래다. 과거에 기업들이 글로벌 마켓 정책의 일환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한 것은 국경을 넘어(cross border) 소비자를 찾는 일방통행일 뿐 진정한 의미의 보더리스(borderless)라 할 수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국경이라는 장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발달은 소비자가 직접 국경을 넘어 사업자를 찾아갈 수 있게 만들었다. 사업자는 물론 소비자도 경계를 넘을 수 있는, 그래서 사실은 국경이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해외 쇼핑몰을 자유롭게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우선 인터넷 공용어인 영어 구사부터 자유로와야 한다. 최소한 상품 설명이나 구입 과정에서 제시되는 거래 조건의 경우, 정확히 해석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배송비도 고려해야 한다. 가격이 낮은 상품인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쇼핑몰이 해외 배송을 하는 가이다. 자국내 배송만 한다면 아무리 매력적인 상품이라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런 딱한(?) 상황의 소비자를 고객으로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있다. 인터넷 해외구매 대행이라는 업종이다. 소비자를 대신해 주문하므로 일단 언어 걱정이 없다. 또 그 쇼핑몰이 직접 해외배송을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구매 대행업체가 해당 국가 내에 물류 기지를 마련해 놓고 배송을 대행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상품 가격과 운송비에 약간의 수수료를 더해 지불하면 된다.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니즈에도 부합해 날로 사업이 확대되는 추세다.
그러나 편리한 만큼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이들 구매대행업자의 법적 지위와 책임 범위에 대한 논란이다. 예컨대 구입한 상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소비자는 구매 대행업자에게 책임질 것을 요구하지만 대행업자는 단지 대행만 했을 뿐이라며 회피한다. 특히 물품을 교환하거나 반품하려면 물품 값의 절반이나 되는 해외 반송료를 요구하기도 한다.
실제로 전자상거래소보법에서 규정한 소비자의 7일내 청약철회권도 이들 업자에게는 무용지물이다. 해외 구매의 속성상 7일내 조건없는 청약철회는 적절치 않다고 인정되지만 마치 국내 쇼핑몰처럼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당연히 7일내 청약철회권이 적용될 것으로 알고 구매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책임이 논의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법적 보완책이 마련되겠지만 인터넷처럼 변화가 빠른 분야는 재빨리 법률과 제도를 마련해 피해를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런 분야일수록 더욱 성숙한 소비자 의식이 요구된다. 소비자 의식이 준엄하게 깨어있으면 법이 필요없다.
<이병주 소보원 사이버소비자센터 소장 bjlee@cpb.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