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생산 현장에서 노동자의 단순하고 힘든 역할을 충실히 대신해 왔던 로봇이 차츰 우리 일상 생활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람의 형상에 지능을 가진 지능형 로봇 기술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닮은 대상을 갖고자 노력하는 인간의 욕구는 오래전부터 시작돼왔다.
이미 기원 전 수세기 전에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에서는 종교적인 목적으로 움직이는 조상(statue)들을 신전에 설치하였고, 18세기의 유럽에서는 회전하는 드럼 위에 부착된 선별기로부터 캠과 지렛대를 이용한 움직이는 인형을 만들어 상류사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세계적인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혼다의 두발로 걷는 로봇 ‘아시모’를 만들어낸 일본도 이미 몇 백년 전에 당시 유럽 수준의 움직이는 장난감을 만들어 내었다. 최근에 이르러 SF영화 속의 주인공 들이 로봇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다시 말해 로봇은 이제 단순히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꿈이 담긴 인간을 대신하는 ‘객체’로서 요구되어지는 것이다. 영국의 미래학자 이안 퍼슨은 2020년경 로봇의 지능이 사람 수준에 도달, 한 가정에 하나의 로봇 정도가 인간에게 서비스를 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학자들마다 로봇의 지능 수준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일고 있지만, 바야흐로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시대가 되어 로봇에게도 인간과 같은 사회성과 도덕성이 요구되어지는 새로운 질서가 형성될 것임은 틀림없다. ‘길을 걸어 갈 때 로봇은 인간에게 길을 먼저 양보해야 한다’ ‘지하철에서 로봇 만을 위한 좌석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라는 새로운 사회 규범이 필요한 시대가 다고오고있는 것이다.
‘로봇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시모프는 1950년에 출판된 그의 책 ‘I Robot’ 에서 지능을 가진 로봇을 만들 때의 3가지 조건을 이야기했다. 첫째는 로봇은 인간을 해쳐서는 안되고, 둘째는 인간의 명령이 첫째 조건을 위배하지 않으면 항상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로봇은 위의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할 경우에만 자기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사회적으로 로봇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도덕적 차원의 문제로서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게 될 미래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말 앞으로 개발되어질 로봇들에 대한 통제력을 인간이 가지게 될 것인지, 아니면 지능을 가진 로봇들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어가게 될 지 등의 걱정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 군인을 대신하는 살상용 전투로봇이나 섹스로봇 등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의 로봇 출현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유수의 세계 로봇학회들에서 이러한 미래 로봇의 도덕성에 관한 논쟁이 시작되고 있다. 유전자 복제 문제와 함께 ‘좋은 로봇’과 ‘나쁜 로봇’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시작된 것이다. 사람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며 초인간적 능력을 갖춘 SF영화속에나 나올것 같은 로봇 개발을 꿈꿔왔던 사람들이 이제 로봇의 ‘인간성’과 ‘도덕성’을 걱정하는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 김문상 지능형로봇개발사업단장 munsang@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