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통합(SI)업체들이 지난해 수주해 이월된 수주 물량을 넉넉히 확보하고 올해 매출목표 달성을 향한 본격 시동을 걸었다. 대형 SI업체들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올해 매출목표를 작년보다 20% 안팎으로 높게 잡고 공격적인 경영기조를 세웠는데, 이는 ‘곳간’에 수주 잔고액이라는 겨울나기용 양식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주잔고액에 따라 출발선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대형 SI업체들의 경우 매출잔고가 전체 매출목표액의 50∼60%에 달하고 있어서 올해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룹 해체이후 몇년간 홀로서기을 위한 인내의 시절을 보냈던 대우정보시스템의 직원들은 밝은 마음으로 갑신년 새해를 맞았다. 구조 조정의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데다가 작년에 수주해 이월된 잔고액이 올해 매출 목표액의 절반을 거뜬히 넘어섰기 때문에 올해 비상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2004년도로 넘어온 수주잔고 물량은 옛 대우 관계사 및 대외부문을 합해 작년(1583억원)에 견줘 10% 늘어난 1830억원이나 된다.
신정철 경영기획팀장은 “매출 목표액의 절반 이상은 수주 잔고로 깔고 가야 매출 달성이 안정적인데, 올해 이월된 수주 잔고가 매출목표인 3150억원의 50%를 넘어 안정적인 사업을 벌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매출 규모로 SI업계 선두 주자로 삼성SDS(대표 김인)는 지난해 공공사업과 IT 아웃소싱 사업 확대로 대외부문에서만 7000억원 이상의 수주 잔액을 확보했다. 올해 매출 2조원 돌파를 위한 순조로운 출발을 한 셈이다.
최현수 BI사업본부장은 “대외 SI사업 부문과 그룹 관계사 물량까지 합치면 2004년 매출목표액(2조원)의 절반 이상이 확보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SDS는 산업은행(5년 750억원)과 KT&G(3년 100억원) IT아웃소싱 프로젝트를 통해 올해도 상당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또 지난 연말 수주한 총 350억원 규모의 중국 광저우성 지하철 3호선· 천진시 지하철 1호선·우한시 지하철 1호선 역무자동화시스템 프로젝트등 해외 사업을 통해서도 수주 잔액을 쌓아 놓았다.
SI업계 ‘빅2’인 LG CNS(대표 정병철)는 지난해 하반기 서울시 신교통카드시스템 사업과 철도청 차상신호시스템 프로젝트 등 초대형 SI 프로젝트를 독식한 덕분에 올해 작년보다 20% 이상 신장한 1조6000억원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근 부사장은 “작년에 공공분야에서 전년보다 2배 늘어난 5000억원 가량의 물량을 수주해 올해 이월된 물량이 3500억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LG CNS는 이월 수주물량으로 △법원 등기 업무 2차 전산화 사업 △외환은행 차세대시스템 △현대자동차 알라바마 공장 MES(생산수행시스템) △현대캐피탈·카드 차세대시스템 구축사업 등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확보해 놓고 있다.
2004년 매출액 1조원대 돌파를 목표로 잡은 SK C&C(대표 윤석경)의 경우 그룹 관계사 및 대외사업 분야를 통틀어 무려 7000억원 가량의 수주물량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유용종 공공사업부문장은 “공공사업 2년차였던 지난해 수주해 이월된 공공부문의 수주물량은 700억원 가량”이라고 말했다.
올해 작년대비 20% 증가한 4500억원의 매출목표를 설정한 포스데이타(대표 김광호)도 지난해 하반기 대외사업에서 급피치를 올렸으며 이중 대부분이 올해 매출로 잡힐 예정이다.
고성진 SI사업본부장은 “이월된 수주물량은 대외 부문에서 1200억원, 관계사 물량이 10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100억원 매출목표를 세워 놓은 동양시스템즈(대표 구자홍)는 동양생명보험 마이엔젤(myangel)센터 프로젝트·알리안츠생명의 변액보험 시스템 및 흥국생명 시장리스크 관리시스템 구축사업 등 잇따른 금융권 사업 호조 등에 힘입어 대외사업에서만 100억원 이상의 수주잔액을 안고 2004년을 출발했다.
쌍용정보통신(대표 강복수)도 계약이 올해로 이월된 해군 전술 C4I 체계 개발사업 등을 수주물량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대상정보기술(대표 이문희)은 작년 수주 잔고액에 비해 10억원 이상 늘어난 30억원이상의 수주 잔고를 확보하고 2004년을 시작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