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섬유(glass fabric)·구리(동) 등 국제 원자재 거래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인쇄회로기판(PCB)산업계가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등 새해부터 불안한 출발세를 보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에서 동이 연말 대비 약 11% 인상된 톤당 2370 달러에 거래되고 유리섬유도 연말 대비 20% 올라가는 등 국제 원자재 거래가격이 새해들어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동거래 가격은 전문기관 예상치인 톤당 2238달러선을 돌파했으며 유리섬유 인상 시점이 최근들어 분기별에서 매월로 단축되고 있어 이를 원자재로 한 PCB 산업계는 생산원가 상승으로 적지않은 경영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국제 원자재 가격에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치가 반영되고 순동·유리섬유 등의 주요 생산국들인 일본과 대만이 지난해 경기 침체로 설비 투자를 중단하거나 생산량을 감축, 원자재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PCB 핵심 원자재인 동박·동박적층원판(CCL) 등을 생산하는 두산 전자BG·일진소재산업·LG전선 등 업체들은 이달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이른 시일내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유리섬유가 다음달 또 한 차례 인상될 것으로 전망돼 PCB업계는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뜻하지 않은 원가상승요인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두산 전자BG(사장 장영균)는 지난해 8월 페놀 재질의 CCL을 약 10% 인상 한 데 이어 에폭시 재질의 CCL도 이달부터 10%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회사측은 “그간 원가절감 등을 통해 원자재 인상분을 최대한 흡수해왔다”며 “그러나 새해들어 동박·유리섬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에폭시 제품의 인상률이 지난달 대비 13% 상승, 더 이상 자체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진소재산업(대표 김윤근)은 지난해 유연생산시스템을 도입, 생산성 혁신으로 원자재 가격인상분을 흡수, 3∼5% 가량 인상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 원자재 폭등으로 또 한 차례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측은 “지난해 11월 이후 동 거래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간데다 동 물량이 중국으로 대거 쏠리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돼 동가격 인상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돼 동박 인상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선(대표 구자열)도 동거래 가격이 계속 상승함에 따라 1월 중순쯤을 목표로 제품 가격 인상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회사측은 “PCB 경기가 지난 3년간 부진하면서 동박 가격이 45∼50% 가량 하락했다”며 “경기회복·동가격 상승 등으로 일정 비율의 제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난야·창춘 등 대만·중국 업체들도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CCL 가격을 인상한데 이어 올해 1월부터 10% 인상을 국내 업체에 통보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기판 생산 업계는 제품 인상 원인을 납득하면서도 생산 원가 상승을 우려, 난감해 하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