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반도체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가장 먼저 장악하는 회사가 향후 미래 전자 산업을 지배할 것이다.” 국내외 나노기술 연구에서 상용화가 가장 빠른 분야는 메모리 및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다. 인텔, NEC, IBM 등 국내외 정상급 반도체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회로선폭 0.13㎛ 이하 90나노미터(nm) 미세공정 시대를 열었다. 무어의 법칙(18개월마다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두 배 증가한다)을 주창한 바 있는 인텔의 무어 박사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ISSCC 학회에서 “모든 컴퓨터가 통신의 기능을 갖고 모든 통신이 컴퓨터 기능을 갖는 진정한 컨버전스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며 이를 구현하는 기술의 핵심은 나노기술이다”며 “나노반도체의 실현으로 무어의 법칙이 계속 될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각 업체들은 21세기 나노전쟁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무어의 법칙’을 지속하려 하는 인텔의 나노 이니셔티브는 지난해 하반기 90나노 공정을 이용한 차세대 프로세서 ‘프레스콧’을 선보이고 15nm 나노반도체 개발 시도를 발표하는 등 공격적으로 나노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IBM은 최근 회로선폭 20nm로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여 3년 내 상용화 한다고 발표했을 정도로 앞선 기술을 자랑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나노반도체는 앞으로 3∼5년 이내 발표되고 상용화될 제품에 비해 ‘조족지혈(鳥足之血)’로 평가받을지도 모른다.
이는 국내외 굴지의 반도체 업체와 연구소는 앞다퉈 65nm∼20nm 급 차세대 나노반도체 기술 선점을 위해 치열한 연구개발(R&D)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업체들은 왜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나노기술 적용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디지털컨버전스 시대 반도체는 PC, 가전, 이동통신은 물론 바이오(바이오칩), 항공우주, 국방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분야의 두뇌와 핵심 저장장치 역할을 한다. 나노 기술을 선점, 시장을 장악하는 회사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산업의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회사뿐만 아니라 통신, 가전 등 전(全) 전자산업 업체들이 나노 반도체 및 관련 기술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다.
미국 버클리 대학은 최근 인류가 과거 30만년 동안 축적한 정보량은 약 12 Exa(10의 18승) 바이트지만 앞으로 3년 안에 이에 필적하는 정보를 인류가 생산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처리하려면 무어의 법칙에 따른 반도체 집적도로는 더 이상 대응할 수 없게 된다.
국제반도체기술로드맵(ITRS)에 따르면 2010년 25nm, 2016년에는 13 nm 게이트길이를 갖는 실리콘 트랜지스터 시제품이 출시되는 것으로 돼있다. 수정을 거듭하고 있는 ITRS 로드맵을 고려하더라도 앞으로 10년 안에 상당한 나노 기술 발전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나노반도체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삼성전자, 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반도체, 가전 업체들과 산학 연구소의 나노 반도체 기술 수준은 이미 세계 정상권에 이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나노 시대에서는 인텔을 제치고 세계 1위 반도체 회사로 도약한다는 비전에 따라 각 분야에서 개발을 진행 중이다. 90나노공정의 8기가비트(Gb) 낸드형 플래시메모리를 출시한 바 있으며 30nm 테라비트급 플래시메모리소자 동작특성을 세계 최초로 확인하고 CNT를 통한 비휘발성 메모리 상온 동작을 확인해 세계적인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 받았다.
삼성SDI는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전계방출디스플레이(FED)에서 일본을 앞지르고 있으며 하이닉스는 MRAM용 MR소자, 소재 및 단위공정을 개발했고 단전자 소자를 이용한 회로 기술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LG전자도 FED 및 Nano Data 저장시스템(NDSS)을 개발, 나노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학연 등 연구계도 세계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충북대는 10nm급 실리콘 단전자(SET) 로직회로 On Chip기술을 개발했으며 성균관대는 세계 최초로 금속 탄소나노튜브(CNT)의 반도체 나노소자 전환기술을 개발했다.
이에 대해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 이조원 단장은 “의료·재약, 재료, 화학제품, 공정 등 각 나노산업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수준에 가장 근접해 있는 분야가 바로 반도체”라며 “그러나 나노 개발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세계 정상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도체만으로는 안되며 관련 나노재료, 나노 공정 등이 함께 발전해야하는 숙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 나노반도체 종류·성능
△탄소나노튜브 반도체=탄소나노튜브 반도체는 상온에서 실리콘보다 70배 이상 우수하고 빠른 것이 특징이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지난 2001년 수직형 CNT FET를 개발하여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IBM은 2002년 실리콘 반도체보다 특성이 우수한 CNT 반도체를 개발하였고 이를 토대로 2005년까지 시험생산을 거쳐 10년이내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분자 반도체=분자 반도체는 전자 1개를 이용해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단전자소자, 현재 반도체의 광리소그라피(Optical Lithography) 기술은 빛의 파장 한계 때문에 나노영역에는 제한적으로 밖에 사용할 수 없게된다. 이를 응용하면 커다란 분자조차 수 나노미터(㎚) 크기고 분자단위로 자기조립(Self-assembly)하여 미세구조 형성이 가능하게 된다. 현재보다 1000분의 1 이하의 자원으로 1000배 이상의 고성능 정보처리가 가능한 반도체가 가능하다. 분자전자소자는 세계 수준에 비해 아직 국내 연구가 미진해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P램(Phase-change RAM)=P램은 쓰기속도 100나노초(㎱, 1㎱=10억분의 1초), 읽기속도 50㎱로 동작하고 20억회까지 반복사용이 가능하며 70도 고온에서 20년간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는 차세대 나노급 메모리다. 기존 메모리는 구성단위인 셀 내부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저항(capacitor)이 있지만 P램은 전류를 가할 때 셀의 저항이 높은 비정질에서 낮은 결정질로 변화하면서 데이터를 저장하기 때문에 집적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Fe램(Ferroelectric 램)=Fe램은 D램과 같은 집적도와 S램과 같은 고속 동작, 플래시메모리와 같이 비휘발성의 특성을 가지는 통합 메모리다. 하나의 트랜지스터와 하나의 커패시터가 단위 셀을 이루는 구조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해 3월 차세대 이동통신용 및 SoC용 메모리로 Fe램을 상용화하는 기술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 국내 나노반도체 전문가
나노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상용화 수준과 연구 수준은 세계 정상급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LG전자, 삼성SDI, LG필립스LCD 등 세계 1, 2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있으며 산자부, 과기부 등이 ‘시스템IC2010’사업 등을 통해 나노급 반도체 개발에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종합기술원의 김태완, 최원봉, 김정우 박사는 나노소자 개발에 최정상으로 국내외 인정받고 있다. 김태완 박사는 1K(K는 1024)비트 시험용 M램을 개발했으며 최원봉 박사는 탄소나노튜브를 일정하게 배열해 성장시켰으며 이를 반도체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김정우 박사는 30나노미터(nm)의 초미세선폭을 갖는 플래시메모리의 기반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최중범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는 단전자소자(SET) 분야 국내 연구자로 손꼽히고 있다. 최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원 이귀로·홍성철 교수와 국내 처음으로 전자선 직접묘화 방법을 이용한 선폭 50㎚ 이하의 단선 패터닝을 기반으로 한 저온 SOI (Silicon On Insulator) 단전자 트랜지스터 제작에 성공하기도 했다.
신형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전산학과 교수도 젊지만 나노소자분야에서 대표적인 연구자로 손꼽힌다. 원광대 이종호 교수팀과 공동으로 전기적으로 전자를 유기해 형성된 반전층을 사용, 게이트폭을 기존 130㎚에 비해 크게 줄인 50㎚의 새로운 반도체 소자를 개발하기도 했다. 화학연구원 이창진 박사는 국내에선 유일하게 분자반도체를 연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 김기남 상무와 김학진 부장, KIST 정병기 박사, 하이닉스 박영진 상무와 박춘선 차장, 서울대 서광석 교수, 삼성종합기술원 박완준 박사 등이 국내 나노 반도체 전문가로 꼽힌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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