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M, 불황 털고 비상 나래

올 경기회복 조짐에 기대감 한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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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벽두부터 고객관계관리(CRM)산업계에 재도약의 기운이 용솟음치고 있다.

 휴대폰 번호이동제도에 따른 통신서비스 경쟁이 가열되고 차세대 금융시스템의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온오프라인 유통 경쟁이 심화되는 등 CRM 수요를 촉발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또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긍정적이고 각종 소비지표가 좋아지는 등 경기회복의 조짐도 CRM 수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다.

 김관호 렉스켄 사장은 2004년도 CRM 시장의 기상도가 맑을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김 사장은 “국내 기업들이 CRM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한데다 비즈니스 목적에 따라 실속있는 CRM 프로젝트를 전개하면서 경기동향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수요를 형성하기 시작했다”며 “설령 올해 경기 침체가 계속되더라도 고객관계관리(CRM)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콜센터와 연계한 분석 및 운영 CRM으로 비교적 단순하게 진행됐던 CRM 프로젝트가 올해에는 영업자동화(SFA), 캠페인관리, 컨택트센터, 파트너관계관리(PRM), 채널관리 등 비즈니스 기능단위로 세분화되는 추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변화가 대기업과 금융·통신업종 중심의 CRM 수요를 다양한 업종의 중견·중소기업으로 확산하는 발판을 마련해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1년 770억원, 2002년 998억원으로 성장세를 구가하다가 지난해 700억원대로 후퇴했던 CRM 시장이 올해 다시 도약, 1000억원을 무난히 돌파해 할 전망이다.

 CRM 시장의 재도약의 조짐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감지됐다. SK텔레콤이 차세대마케팅(NGM)을 위한 100억원대 CRM 프로젝트를 발주한 것을 필두로 하나은행, 현대캐피탈, 농협, 근로복지공단 등에서 비즈니스 기회가 열려 올해부터 구축작업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새해 들어서도 LG카드 사태를 통해 드러난 신용카드 사업의 아킬레스건인 ‘신용판매비율의 증대’를 도모하기 위해 신용카드회사들의 CRM·마케팅·캠페인 분할(세그멘테이션) 운영 전략을 펼치고 있어 수요 증대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또한 현대택배가 올해를 고객만족경영을 위한 시스템화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CRM 및 개인정보단말기(PDA) 기반 디지털 배송체계를 확립하는데 7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현대택배의 CRM 프로젝트는 통신·금융업종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CRM 수요처를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요 회복 조짐에 대응한 CRM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전사자원관리(ERP) 솔루션 시장의 지배력을 발판으로 삼아 CRM 고객확산에 나선 한국오라클과 SAP코리아의 시장공세에 눈길이 모아진다. 두 회사는 지난해 3분기 이후 SK텔레콤, 동부화재, LG화학, 한불화장품, 2001아울렛 등을 CRM 고객으로 확보하며 기존 CRM업체들을 크게 위협했다.

 전문기업들의 응전 대세도 볼만하다. 분석 CRM 선두기업인 한국NCR테라데이타는 실시간 데이터웨어하우징(DW)을 토대로 하는 초대형 CRM 솔루션으로 시장 입지를 넓힐 태세다. 운영 CRM 분야의 선두주자인 시벨시스템즈코리아도 파트너관계관리(PRM) 및 유니버설애플리케이션네트워크(UAN) 형태의 신제품을 내세워 수성의지를 다지고 있다.

 유니보스아이젠텍, 렉스켄, 씨씨미디어, CNM테크놀로지, 이네트크레젠 등 토종 CRM업체들도 영업자동화(SFA), 캠페인툴, 캠페인기획툴, 데이터클린징과 같은 특화 솔루션으로 제2금융·보험·유통업종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