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최대의 게임 서비스공급업체(퍼블리셔)였던 비벤디유니버설게임즈(VUG)의 명성이 국내에서도 급격히 퇴색되고 있다.
비벤디유니버설게임즈는 자회사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게임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1’ ‘디아블로2’ 등을 국내에서만 총 600만장 이상 판매해 온 회사다. 그러나 해외에서 자금사정 악화로 여러차례 인수설에 휘말린 데 이어 최근 국내에서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워크래프트3’와 ‘워크래프트3:프로즌쓰론’을 제외한 나머지 타이틀이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어 ‘VUG=대박 타이틀 보유회사’라는 등식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비벤디 제품이 대부분 PC게임 위주인데 반해 국내 PC게임 시장이 급격히 축소된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다. 여기에 PC게임 시장에서 스타크래프트 독주가 수년째 계속돼 시장이 심각하게 왜곡된 것도 비벤디를 ‘자승자박’한 꼴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비벤디코리아는 최근 ‘하프라이프’ ‘홈월드’ ‘노원리브스포에버2’ ‘나스카레이싱2003’ ‘아이스윈드 데일2’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2’ 등 총 6종의 게임을 슬림팩으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슬림팩이란 저가형 게임 CD를 말하는 것으로 포장없이 낱 CD(주얼)를 묶은 패키지 상품이다. 이 가운데 ‘하프라이프’ ‘홈월드’를 제외한 나머지 타이틀은 아직 국내 출시되지도 않은 신작 게임.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비벤디 신작게임을 ‘주얼’로 판매하는 것은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국내 PC게임시장의 몰락과 비벤디의 침체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또 블리자드 최초의 온라인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도 서비스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비벤디코리아측은 지난해 말 클로즈베타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서비스 일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
외국 사정에 밝은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매물로 나왔던 비벤디유니버셜게임즈의 인수 가격이 계속해서 급락세를 보여 왔다”며 “‘월드오브 워크래프트’가 국내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할 경우, 비벤디유니버셜게임즈의 명성은 옛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