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기가비트 방화벽 일반기업시장 약진

외산과의 공개 테스트서 우위…고객지원 강화로 입지도 탄탄

 일반기업의 기가비트 방화벽 시장에서 국산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이 시장에서는 국산 제품이 다국적 외국 기업의 제품에 비해 성능이 떨어져 경쟁에서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국산 업체들의 제품 향상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최근들어 공개 테스트에서도 우위를 보이는 사례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산 제품의 텃밭인 공공 및 금융 시장에 이어 일반 기업에서도 성과를 거둠에 따라 올해 국산 기가비트 방화벽 진영의 약진을 예상하고 있다.

 ◇국산 방화벽 승기 잡았다=외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낸 국내 업체는 시큐아이닷컴이다. 시큐아이닷컴은 기가비트 방화벽인 ‘NXG’를 KT, SK텔레콤, LG텔레콤, 삼성네트웍스 등의 통신 업체에 판매한 것을 비롯해 한국전산원과 삼성전자 등 굵직한 고객을 연이어 확보했다.

 이는 기가비트 방화벽 시장을 선도하는 세계적 업체인 넷스크린, 시스코, 노키아 등의 업체와 경쟁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전산원 공급 입찰에서 넷스크린, 라드웨어, 톱레이어 등 6개 외국 업체와의 공개 테스트에서 시큐아이닷컴의 제품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시큐어소프트도 결실을 거두고 있다. 시큐어소프트는 시스코, 노키아 등과 경쟁을 벌여 하이닉스반도체와 엔트로에 기가비트 방화벽인 ‘수호신앱솔루트1000’을 공급했다. 넷스크린과 경합을 벌인 일동제약에도 제품을 납품했다.

 중국과 일본 수출에 주력해온 퓨쳐시스템과 어울림정보기술도 국내 일반기업 시장에 대한 공략을 준비 중이다. 퓨쳐시스템은 임대나 할부 등 다양한 판매 방식을 도입해 시장에 안착한다는 방침이다.

 ◇성능에서 뒤지지 않는다=이처럼 국산 기가비트 방화벽이 외산 제품과의 경쟁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이유는 과거에 비해 제품 성능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기가비트 네트워크 환경을 지원하는 방화벽은 외산 제품뿐이었다. 외산 업체들은 이미 2002년부터 기가비트 방화벽을 내놓고 시장을 선점한 상태였다.

 작년 하반기에 접어들어 소위 국내 4대 방화벽 업체인 시큐아이닷컴과 시큐어소프트, 퓨쳐시스템, 어울림정보기술이 외산에 뒤지지 않는 기가비트 방화벽을 출시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국산 제품의 대표 브랜드로 여겨지고 있는 시큐아이닷컴의 NXG는 초당 4기가비트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성능을 나타냈다. 또 이전에는 국산 방화벽이 주로 소프트웨어 방식이었는데 기가비트 방화벽으로 넘어오면서 성능이 높은 하드웨어 방식으로 변한 것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경수 시큐아이닷컴 사장은 “과거에는 국산 제품이 일반기업 시장에 명함을 내밀기도 부끄러웠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외산과 성능으로 겨룰 수 있는 준비가 끝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외산 제품에 비해 제품 최적화나 유지 보수 등 고객 지원 측면에서 강한 국내 업체 특유의 장점이 더해지면서 일반 기업 시장에서도 국산 기가비트 방화벽의 입지가 굳어지고 있다.

 ◇기가비트 방화벽이 보안시장 이끈다=정부 인증이 필요한 공공 및 금융 시장에서는 이미 국산 업체가 방화벽 수요를 독식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밀렸던 일반 기업 시장에서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함에 따라 올해 국산 기가비트 방화벽 시장의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올해 기가비트 방화벽 수요가 공공 및 금융 시장에서 최소 300억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 방화벽 업체들은 경기 회복 추세에 민감하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일반 기업에서도 100억원 정도의 추가 수요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출혈경쟁 등 돌발 변수만 불거지지 않는다면 기가비트 방화벽이 국내 보안 시장 회복의 견인차로 작용할 전망이며 국산 업체들이 그 과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홍선 시큐어소프트 사장은 “국산 업체가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백신이나 침입탐지시스템(IDS)에 이어 향후 시장성이 높은 기가비트 방화벽 시장에서도 국산 업체가 시장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