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인터넷 기술표준 `외풍`

 무선인터넷 표준 플랫폼 ‘위피’에 이어 2.3㎓ 휴대인터넷 기술표준화에서도 외국업체의 견제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휴대인터넷 기술표준에 각국 기업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불리한 입지에 놓인 외국업체들이 공정성 문제까지 거론, 통상이슈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미국 휴대인터넷시스템업체인 플라리온은 최근 “한국의 ‘HPi’ 진영이 표준화를 주도해 우리는 소외되고 있다”며 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주관해 온 프로젝트그룹(PG05)에서 탈퇴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플라리온 김홍진 지사장은 지난 8일 TTA에 보낸 e메일에서 “국내 휴대인터넷 표준화 지원을 위해 PG에 참가해왔으나 사실상 특정시스템 위주로 결정이 이뤄져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표준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돼 탈퇴한다”고 주장했다.

 플라리온은 PG가 이중화 방식 표준규격을 자사기술이 채용한 주파수분할방식(FDD)이 아닌 시간분할방식(TDD)으로 결정함에 따라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지로 내몰렸다.

 또 다른 미국 업체인 어레이콤 역시 최근 “TTA측이 PG 회의에 옵저버 자격으로만 참여하도록 하는 등 활동을 제한했다”며 미 대사관을 앞세워 표준화 절차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TTA측은 이에 대해 “플라리온은 PG산하 실무반인 워킹그룹 활동에서도 큰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전체적인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공정성을 문제삼는 것”이라며 “탈퇴사유에 사실왜곡이 있을 경우 즉각 반박공문을 보낼 것”이라고 대응했다.

 협회측은 또 “어레이콤의 경우 PG멤버 구성후 뒤늦게 참가해 2차례 회의까지 옵저버로 참석하는 룰을 적용한 것”이라며 “이같은 룰은 미국 표준기구인 IEEE나 미국정보통신표준위원회(T1)에서도 적용하는 것으로 미국 대사관도 설명에 수긍했다”고 덧붙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이한영 박사는 “TTA와 같은 민간주도는 물론, 정부의 기술표준 규제를 막는 국제협정 조항이 없어 미국측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며 “다만, 기술표준 확정이 무역장벽화 할 수 있다는 시비를 막기 위해 특정 단일표준을 정하는 합리적 근거와 절차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