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004 CES’를 찾은 관람객들이 LG전자의 부스에 설치된 76인치 PDP TV를 보며 감탄하고 있다.
‘1000억달러 대결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1일(현지시각) 폐막한 ‘2004국제가전쇼(ICES)’는 1000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세계 가전시장을 겨냥한 IT공룡이 가전 공룡에게 도전장을 내민 장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모토로라 등 내로라 할 글로벌 IT업체들은 가전의 아성을 굳게 지키고 있는 삼성, LG, 소니 등에게 신제품을 들이밀면서 잠재력을 과시했다. 이 행사는 ‘IT+가전’이 거부할 수 없는 조류임을 보여주었다.
이를 반영하듯 글로벌 IT업체들은 가전분야가 IT불황을 돌파할 새로운 구세주라 여기며 전력투구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대응, 삼성·LG·소니 등 세계 가전 메이저들도 대형·고화질 디지털TV를 출품하며 IT업체들에게 ‘추격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한국산 가전품에 대한 세계인의 반응도 뜨거워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가 22개 업체로 구성한 한국관은 전시 3일만에 상담 건수 497건에 2722만달러(10일 오후 4시 현재)의 상담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글로벌 IT업체 가전 진입=빌 게이츠 MS 회장은 지난 7일 CES 개막 전날 행한 기조연설에서 리모컨으로 영화, 음악, 디지털 사진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집안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새 소프트웨어인 ‘미디어센터 익스텐더’를 소개했으며 시계와 컴퓨터를 결합한 ‘스폿(SPOT)’이라는 첨단 시계도 선보였다.
인텔은 대형TV용 반도체인 ‘LCOS(Liquid Crystal on Silocon)’를 공개, 화제를 모았다. 세계PC의 선두인 델도 처음 CES에 참가해 가전시장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HP도 대형 디지털 TV와 MP3 플레이어를 발표하며 소문만 무성했던 TV시장 진출을 확인시켜 주었다. 여기에 모토로라가 평면TV를 발표하며 30년만에 가전시장 재진입을 선언했다. 이에 대응, 세계 디지털TV 시장 맹주로 부상하고 있는 국내 가전업체들도 세계최대 크기인 80인치 PDP TV를 출품하는 등 세계 가전시장 수성의 의지를 굳건히 다졌다.
◇가전+ IT 융합 뜨거워=가전과 IT기술이 결합하면서 전통 가전시장이 새로운 네트워크형 가전제품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이번 CES는 여실히 보여주었다. ‘무선으로 연결된 디지털 거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바로 이러한 조류 때문인데 MS의 경우 PC와 가전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발표했다. 또 삼성도 AV네트워크인 ‘애니넷(Anynet)’과 TV시청이 가능한 휴대폰, 동영상을 지원하는 MP3플레이어 등 다량의 융합(컨버전스) 기기들을 출품해 시선을 모았다. 반도체 회사인 LSI로직은 융합 추세에 맞추어 혼합형 DVD리코더칩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IBM, HP 등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들이 디지털 온라인 음악사업 진출을 잇따라 선언한 것도 주목을 끌었다.
세계최대 컴퓨터업체 IBM은 스트리밍 시장 강자인 리얼과 제휴, 디지털미디어 시스템을 내년 2분기중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일본 소니도 올봄부터 미국에서 온라인 음악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인데 곡당 가격은 경쟁사인 애플수준인 곡당 99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HP도 애플이 제작한 디지털 음악플레이어를 HP 브랜드로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미국)=유형준 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