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 `인터넷대란` 피해자에 민사소송

 통신사업자가 가입자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KT·하나로통신·두루넷·온세통신 등 4개 통신사업자가 통신위원회의 1.25 인터넷대란 관련 사업자 일부 책임 결정에 불복, 지난 해 녹색소비자연대를 통해 통신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한 가입자를 대상으로 12월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통신사업자가 가입자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통신사업자 일부는 이미 참여연대로부터 민사소송이 제기된 상태여서 소송 결과가 주목된다.

 확인 결과 이들 4개 통신사업자는 사업자간 사전협의를 거쳐 지난 해 12월 12일 일제히 법무법인 태평양과 광장 및 사내 법무담당 등을 통해 각각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며 소송대상 인원은 KT(9명), 하나로통신(7명), 두루넷(5명), 온세통신(2명) 등 총 23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사업자가 제기한 민사소송은 통신위원회가 내린 재정결정에 대해 책임이 없음을 입증하기 위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으로, 통신위 결정 후 60일 이내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결정에 승복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취해진 조치라는 것이 업체측의 설명이다.

 KT 홍보실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고객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 아니라 1.25 대란의 경우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어 사업자들도 피해자이므로 모든 책임을 지기는 곤란하고 앞으로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선례를 남길 우려가 있어 취해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 사업자들로부터 소송을 제기당한 가입자들은 가당치도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지난 해 통신위원회가 내린 재정결정에 따른 사업자의 배상액은 가입자 1인당 150원에서 350원 정도로 극히 미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자들의 입장을 십분 고려하더라도 모양새가 우습게 됐다.

 더구나 제정신청에 나섯던 가입자 중 상당수가 지루한 소송절차 등을 꺼려 소송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업자들이 가입자들의 기를 꺾어 자동승소함으로써 책임을 면하려는 술책이라는 비난도 면키 어렵게 됐다.

 이와 관련, 녹색소비자연대 박찬 부장은 “연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통신사업자들이 몇백원을 물어주기 싫어 고객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과 같은 꼴”이라며 “이미 소장을 받아 이에 응하겠다는 가입자가 5명 이상 나섰으므로 법무법인 청지를 통해 공동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