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드웨어 시장을 바라보는 중대형컴퓨팅 업체들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한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치열한 가격 경쟁과 과도한 유통 전략으로 인해 시장의 재고 등의 마이너스 성장 요인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위축됐던 IT 투자가 재개되고 서버 시스템의 교체 주기 도래, 제품의 가격 경쟁력 향상 등의 플러스 요인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국IDC에 의하면 올 국내 서버 시장은 약 전년 대비 6.7% 성장해 1조3천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기존 리스크나 CISC 시장은 매우 미미한 성장이나 제자리 걸음에 머무는 반면 아이테니엄 서버 시장은 전년대비 178%의 고속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제조업에서 IT 수요가 기대되고, 특히 기상청·국방과학연구소 등 정부 연구소의 슈퍼컴퓨터 도입도 올 시장 성장에 특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업체별로는 적게는 한 자리수부터 20% 이상의 고성장을 기대하는 등 전반적으로 공격적인 영업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올 서버 시장은 아이테니엄에 대한 본격 부흥기를 꾀하는 한국HP를 비롯해 IBM 및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차세대 칩 기반의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교체 주기를 맞을 전망이다. 이때문에 윈백을 둘러싼 업체간 전투는 어느 해보다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 한국HP
올해로 구 컴팩코리아 합병 2년째를 맞는 한국HP(대표 최준근)는 올해도 한 자리수 성장을 목표로 새웠다. 1조8000억원 규모로 집계된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HP는 2조여원(IPO 제외)대 기업으로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한국HP의 올 한해 최고의 키워드는 ‘아이테니엄’과 ‘어뎁티브 엔터프라이즈(AE)’로 압축할 수 있다. 한국HP는 모든 역량을 아이테니엄 칩 기반의 인티그리티드 서버 판매에 집중하고 차세대 컴퓨팅 전략인 AE를 시장에 뿌리내린다는 두 가지를 핵심 목표를 세웠다.
우선 AE의 경우 어뎁티브 인프라스트럭쳐(AI)라는 개념으로 지난해 경쟁사 중 가장 먼저 발표했음에도 온 디맨드 전략을 펼치고 있는 한국IBM에 비해 다소 밀린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HP는 올해 아웃소싱 및 유틸리티 서비스 시장 확산과 더불어 HP의 차세대 컴퓨팅 전략을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엔터프라이즈 영역의 핵심 사업인 서버 분야의 경우 올 상반기 국내 유닉스 서버 시장의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려 국내 서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세부적으로는 운영제체(OS)별 유닉스·윈도·리눅스별 경쟁사를 공략하는 것을 비롯해 △IA64 비즈니스 토대(Ecosystem:이코시스템) 구축 △IA-64 매출 활성화 △리스크칩 기반 유닉스 서버 성장기조 유지 등으로 세웠다.
특히 올해를 한국IBM의 메인프레임 윈백 원년으로 삼고, 관련 영업을 적극 전개할 계획이다. 또 기존 IA서버 채널들이 로앤드 유닉스 서버도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통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IA(인텔아키텍처)서버의 경우 취약한 1·2웨이 서버 시장의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을 가동, 31% 전후인 시장 점유율(대수 기준)을 33%까지 높여 경쟁사의 추격을 따돌릴 계획이다.
서비스 사업 역시 지난해 P&G코리아나 올림푸스코리아, BMW코리아 등 글로벌 기업에서 주로 올린 사업 성과를 국내 기업으로 본격 확대해 아웃소싱 매출 비중을 15%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국HP는 아웃소싱 사업 확대를 위해 그룹 SM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SI 기업 인수합병도 전략적인 방법으로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프린터를 비롯한 IPG 부문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발표한 ‘인조이 모아(Enjoy More)’ 전략을 강화할 예정이다. 디지털 카메라, 포토프린터, 포토잉크, 포토용지, 포토웹 등 HP의 완벽한 디지털 포토그래피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서 쉽고 재미있는 디지털 체험을 확산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PC를 비롯한 PSG 부문에서 한국HP는 소비자 시장의 경우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를 강화한 제품으로 승부를 내고 기업용 시장은 TCO(Total cost ownership)를 높일 수 있는 제품을 주력 제품으로 내세워 매출의 극대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 인터뷰 - 최준근 사장
“기존의 리스크 칩 기반의 유닉스 시장에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EPIC(Explicit Parallel Instruction Computing) 아키텍쳐 기반의 아이테니엄 서버는 비단 한국HP만의 화두가 아닌 기업 시장에서 최고의 이슈입니다. 한국HP는 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절대 놓치지 않고 새로운 서버 트랜드를 주도해 나갈 것입니다.”
최준근 한국HP 사장은 지난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대해 “각 IT 벤더들이 단순한 제품 판매 위주보다는 각 사의 비젼이나 전략하에서 향후 기업의 비즈니스 및 시장의 요구를 신속히 반영 할 수 있는 IT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둔것”으로 요약했다. 이에따라 유틸리티 컴퓨팅·아웃소싱·가상화 기술·메인프레임 대체·콘솔리데이션 등의 솔루션 중심으로 고객을 유도했으며 “이같은 기조는 올해에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분석했다.
최 사장은 “서버 업체들이 유통 비즈니스를 강화하면서 서버 시장이 하이엔드급 대형 서버와 소형 서버로 양극화되고 있으며 소형 서버 시장은 윈도·리눅스·유닉스로 더욱 세분화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아이테니엄의 등장으로 기업용 시장에서 다양한 운용체계에 대한 요구가 높을 것으로 보고 “다양한 플랫폼의 기반의 모든 시스템을 제공는 멀티 OS 전략으로 경쟁 업체를 따돌릴 것”으로 확신했다.
또한 최 사장은 “아이테니엄과 같은 새로운 서버 트랜드와 경쟁사의 새로운 칩 등장과 함께 윈백이 더욱 치열하게 펼쳐 질 것”이라며 윈백 전략을 강력하게 구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 한국IBM
한국IBM(대표 신재철)은 올해를 온 디맨드가 확산되는 원년으로 삼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관련 비즈니스를 펼칠 계획이다. 온 디맨드 비즈니스는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금융 및 서비스 인도 여부에 따라 온디맨드 용량산정 모델, 유틸리티 서비스 모델, 더 나아가서 전략적 아웃소싱 등으로 융통성있는 여러 모델을 제공할 계획이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유닉스(p시리즈) 사업 본부에 있어 올해는 매우 중요한 한 해다. 지난 2001년 10월 시장에 선보였던 파워4 프로세서의 뒤를 잇는 새로운 파워5가 올 상반기 발표되고, 이를 탑재한 신규 제품군이 올 2∼3분기중 대거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리눅스에 대한 사업을 강화하고, 이를 이용한 블레이드 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메인프레임(z시리즈)의 경우 z990을 중심으로 기존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업그레이드 영업을 적극 전개하는 동시에 중소 규모 사용자들과 재해대비 시스템 용도로 z800의 신모델들을 판매할 계획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준 중형서버(i시리즈)의 경우 제조, 유통사업 등 기존 엔터프라이즈 고객군의 지속적인 수요뿐만 아니라 서버통합, 리눅스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한 신규고객 유치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스토리지 사업부는 기존 대형 시장뿐 아니라 SMB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과 미드레인지 시장 입지를 강화할 수 있도록 ISV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디지털미디어·생명과학 등 솔루션 분야에 대해서도 더욱 적극적인 영업을 추진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소프트웨어 사업 부문의 경우 개발 및 마케팅 부문의 조직을 개편할 예정이다. 지난 수년간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부문은 전체 매출액에서 10∼15%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이 부문의 비중을 크게 늘린다는 방침이다. 우선 ‘크로스 브랜드 미들웨어 솔루션’을 강화하기 위해 제품별로 운용되던 5개 브랜드를 솔루션 관점으로 재정의한 12개 미들웨어 스페셜티로 팀으로 재구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고객의 구매 형태에 맞게끔 기존의 영업·지원 조직도 재편하고, 산업별로 특화된 오퍼링을 개발할 계획이다.
영업 측면에서는 SMB 시장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다. 채널의 확충을 통한 매출 증대, 특화솔루션의 산업별 리더십 확보를 통한 솔루션 비즈니스, 로앤드 서버 및 소프트웨어를 통한 매출증대, 다양한 익스프레스 오퍼링 제공 등의 전략을 추구할 계획이다. 또 금융산업분야에서도 솔루션 리더십의 유지 및 확장(기간 시스템 혁신), 채널 혁신 및 고객 이해, 여신 프로세스 개선, 리스크 관리 등 기존의 고객 주요 투자분야에서의 리더십 유지와 바젤2, 결제(CLS), 스마트카드 등 신규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도록 주력할 계획이다.
△ 인터뷰 - 이상호 부사장
“지난해 시장의 특징 중 하나라면 업체들이 차세대 컴퓨팅 모델을 대대적으로 선보였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 한해를 개념 확산기로 볼 때 올해는 차세대 컴퓨팅이 IT 인프라를 한 단계 발전시키고 시장 성장을 이끌어 낼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IBM 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상호 부사장은 올해 한국IBM의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는 역시 지난해 소개한 온 디맨드 서비스를 확산시키는 것으로 꼽았다.
이 부사장은 “중요한 것은 기업의 경영 프로세스에 대한 컨설팅 능력과 이를 접목시킬 수 있는 솔루션, 서비스 등 총체적인 고객지원 능력을 지니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온 디맨드는 비즈니스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비용 구조를 가변화해 경비를 낮추며,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올해 주요 비즈니스 이슈로 ‘경영과 기술의 만남’에 필요한 대표적인 새로운 기반 기술 중 하나인 그리드를 꼽았으며 올해 매출 증대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다른 분야는 프로세서 주도권. 올해 가시화된 64비트 컴퓨팅 시장의 주도권 경쟁은 올해도 보다 가속화 될 것이 분명하고, 안정성이 검증된 파워프로세서 5를 기반으로 승부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이 부사장은 유비쿼터스 컴퓨팅, 생명공학, 연구개발 등 대규모 컴퓨팅 용량을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슈퍼 컴퓨팅의 확산이 올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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