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벤처조합에 대한 출자비중이 전체 30%에 육박하면서 벤처 투자시장의 판도를 좌우하는 변수로 떠올랐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을 위시한 주요 연기금의 벤처투자조합 참여액(약정액 기준)이 전체의 29.9%에 달해 정부, 벤처캐피털 등과 함께 벤처투자 시장의 삼각편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까지 펀드 조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벤처캐피털들이 국민연금 유입이 가시화로 지난해 12월들어 조합결성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벤처투자 시장의 큰손이 된 국민연금 모시기 경쟁이 올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실제 중소기업청 조사결과 지난 2001년 7월 연기금의 벤처투자가 허용된 뒤 지난해 12월말 현재 총 39개 조합, 4550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이 결성됐으며, 이 가운데 국민연금을 비롯 군인공제회·공무원연금관리공단·대한지방행정공제회 등 연기금 출자비중이 30%에 달했다.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 2002년 KTB벤처조합·동원벤처조합·우리벤처조합 등 9개 조합에 총 910억원의 출자를 약정하고 이 가운데 742억5000만원을 집행했다. 또 지난해에는 스틱M&A조합·다산조합·KTB유동화조합·KTIC조합 등 14개 조합에 1745억원을 출자키로 하고 955억원을 집행해 지난 12월 현재 총 23개 조합에 2655억원의 출자를 약정(1697억5000만원 집행)했다.
국민연금측은 올해 투자방향에 대해 “상반기에는 신규 출자보다는 일단 출자약정금 추가 집행과 함께 기존 투자조합의 모니터링과 사후관리에 주력할 예정”이라며 “하반기에는 지난 99년부터 조성돼 해산되는 펀드가 나오는만큼 이들의 운용실적을 분석해 벤처투자 및 창투사 선정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움직임은 향후 다른 연기금과 벤처캐피털의 동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미 군인공제회·경찰공제회·대한교원공제회·대한지방행정공제회 등이 조합 결성에 참여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서울대발전기금이 처음으로 IT전문 M&A펀드에 참여하는 등 시장 참여를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벤처캐피털 업계의 판도도 하반기부터 해산되기 시작하는 조합의 성과와 함께 연기금의 유입 여부에 따라 후속 조합결성의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양정규 한국기술투자 사장은 “국내 벤처캐피털 산업이 초기에 중소기업 지원정책에서 출발해 일본 모델을 벤치마킹했지만 점차 펀드중심 운용, 연기금·기관투자자 위주의 장기투자, 대형화 등 미국식 양상을 띠고 있다”면서 “성공사례, 전문성, 투자시스템의 선징성, 운용의 투명성 등 연기금의 조합선정기준이 벤처캐피털의 질적 성장을 이루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국민연금의 벤처투자액은 전체 운용재원(약 110조)의 1%에도 못미쳐 5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유럽과는 큰 차이가 있다”면서 “1% 정도만 할애해도 벤처 및 구조조정 시장의 선순환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투자조합 출자비중 30%대에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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