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의 뮤직리서치]연말 가요대상 시상식

 이효리가 SBS와 KBS의 연말 가요시상식에서 최고가수로 선정되자 음악계가 시끄럽다. 팬들은 방송사가 음악성을 도외시하고 순전 화제성만을 갖고 이효리를 포상한 것에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최고 엔터테이너라면 몰라도 최고 가수는 너무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솔직히 그를 80년대에 가수왕 단골이었던 조용필이나 90년대의 김건모와 비교할 수 있을까. 분명 석연치 않다. 90년대 중반까지 국내 가요계는 주류 음악인들이 전부였다. 당연히 주류가수 중 뛰어난 능력을 보인 인물이 최고가수가 되곤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비록 지분은 적었지만 국내에도 서구처럼 비주류가 분위기측면에서는 급부상했다. 비주류에 문호를 쉬 개방할 수 없는 방송가요는 주류와 비주류를 포괄하는 전체가 아닌, 주류만을 선전하는 ‘부분’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방송을 무대로 활동하는 가수 가운데 인기정상이라고 대표성을 부여받기 곤란하게 된 것이다. 이효리 선정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온전한 대표성을 띠려면 방송이 비주류까지 아울러야 하지만 우리 방송환경에서 그것은 힘든 일이다. 텔레비전에서 가요순위프로가 없어지고 가수의 무대가 방송국이 아닌 공연장으로 옮겨지는 상황이 정착된다면 방송의 연말 시상식도 저절로 의미가 약화될 것이다. 이게 가장 바람직한 그림이다.

 그러나 방송가요 대상은 오랜 역사로 어느덧 시청자의 연말 주요 놀이문화로 인식돼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 설령 음악에 관심이 없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연말에는 ‘올해는 누가 최고인가’ 하면서 텔레비전 앞에 모인다. 그런 상태에서 연말 시상식이 쉬 폐지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 형식의 프로가 존재한다면 방송은 어차피 방송에서 활동한 가수를 중심으로 정리해 연말 방송가요대상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TV에서 볼 수 없는 비주류가수가 아무리 외국에서 바람을 일으킨다 하더라도 그 현상의 수용에 인색할 것이다. 2003년 그래미상에서 신인 노라 존스가 주요부문을 휩쓰는 것 같은 일은 불가능하다.

 해결책은 방송 연말시상식은 방송대로 놔두고 완전히 새로운 시상식 모델을 찾는 것이다. 바로 미국의 그래미상처럼 방송을 비롯한 주류 매체와는 완전히 독립된 음악계 주도의 시상식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방송처럼 ‘정리’만이 아닌 노라 존스의 예에서 보여주듯 ‘비전’도 제시하는 시상식을 꾸려낼 수 있다. 그것은 한해 나온 노래들의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 고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이번 이효리 논란의 핵이라고 할 ‘공정성’은 자연스레 얻을 수 있게 된다.

 한해 음악계의 흐름을 충실히 고찰하고, 그해 발표된 앨범들을 상당수 접한 음악전문가들이 모여 공정하게 심사하는 그런 시상제도를 만드는 쪽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부분일 수밖에 없는 방송에 아무리 질러봐야 이상적인 모습을 목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각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지상파 방송3사가 통합해 연말 시상식을 꾸리는 방법도 현실성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음악계 인사와 모임이 주도하는 순수 시상제도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달리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래야 이효리를 방송에서 최고가수로 포상해도 ‘너그러워지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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