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기기자의 게임속으로]프로게임단이 봉인가?

 지난해까지 승승장구하던 한 프로게임단이 둥지를 잃고 헤메게 됐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관계자의 설명은 이랬다. 지난해 N사가 이 게임단에 연간 4억원을 지원하겠다며 기존 스폰서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자사 게임단을 창단하자고 제안했다. 마침 기존 스폰서의 게임단 유지에 대한 의지가 약해지면서 불안한 관계를 이어온 이 게임단에게는 너무나 솔깃한 제안이었다. 고민 끝에 기존 스폰서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 단체를 이적키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을 내린 뒤 N사는 갑자기 말을 바꿔 계약 날짜를 미루더니 아예 소식을 끊어버렸다.

 최근 들어 이처럼 프로게임단을 두고 상식이하의 행태를 보이며 농간을 부리는 기업과 관계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프로게이머들에 대한 인기가 치솟으면서 게임단을 단기적인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거나 중간에서 이권을 챙기려는 속셈에서 비롯되고 있는 행태다.

 실제로 최근 프로게임단을 돌아다니며 바람만 불어넣고 사라지는 정체불명의 인사가 등장해 게임단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또 그동안 프로게임단을 운영해온 기업 가운데는 게이머를 이런 저런 행사에 동원해 놓고도 단기적인 마케팅 효과가 적다며 나몰라라 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지난해 프로게임단 창단을 약속, 화제가 됐다가 홍보효과만 거둔 후 슬며시 계획을 접는 사례도 있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게임단 창단 조건으로 ‘매출 확대에 얼마나 기여할지를 보장하라’는 억지를 부린다고 한다. 한마디로, 프로게임단을 장사속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같은 몇몇 부도덕한 기업과 인사들로 인해 안그래도 어려움과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프로게임단들이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지난해 방송출연 거부까지 해가며 자신들의 권익을 찾고자 노력해온 이들로서는 너무나도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 프로게임 리그는 이미 1000만명에 달하는 팬을 확보하는 등 ‘e스포츠 문화’를 앞장서 이끌고 있다. 특히 몇몇 스타 플레이어의 경우에는 수십만명에 달하는 팬클럽을 거느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자신들의 우상인 프로게이머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내용을 기사화 하면 곧바로 항의메일을 보내올 정도로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는 열성 팬들이 적지않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는 기업들이 프로게임단을 상대로 이런 저런 농간을 부린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돌아올지는 자명하다. 프로게임단이 야구단이나 농구단과 같은 스포츠구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일부 몰지각한 기업들의 횡포부터 사라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