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페리얼 코리아
안도열 지음
뫼비우스 펴냄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각하다. 과학기술이 21세기 지식정보사회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국가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청소년들은 과학을 점점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망국병적 현상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원인은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과학’과 ‘사회’ 사이에 걸쳐 있는 높은 장벽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막연히 ‘과학은 어렵다’라고 생각하며 보다 쉬운 것만을 추구한다. 과학자들은 또 자신들의 눈높이에서 ‘그것도 모르냐’며 사회에 대한 담을 높인다.
그러나 이젠 과학과 사회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과학기술계와 인문사회계 간의 괴리가 지금처럼 지속되는 한 ‘과학기술중심사회’ 구현은 요원하다. 소설 ‘임페리얼 코리아’는 과학자의 눈으로 사회를 바라본 새로운 시도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저자는 현직 이공계 대학 교수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 토마스 왓슨 연구소 등을 거쳐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는 특히 양자전자와 양자컴퓨터 분야의 전문가로 논문 100여 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안 교수는 “양자 정보처리 연구를 수행하면서 전문 학술지에 발표해온 논문과 관련된 내용을 소설이란 친근한 매체를 빌어 일반 대중들이 접하기 쉽도록 재미있게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처녁작인 만큼 고조선 및 아틀란티스에 얽힌 설화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을 시작한 지 출간까지 7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골격은 ‘전쟁’이란 코드가 사용됐다. 하지만 과학자답게 그 뿌리 속엔 다양한 과학기술들이 녹아있다. 과학기술부의 창의적연구진흥사업으로 ‘양자정보처리연구’에 몰두해온 저자로선 소설의 형식을 빌어 많은 사람들이 과학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처음부터 시간과 공간이 서로 얽히는 ‘시공간의 왜곡현상’이 사용됐다. 2004년 정부가 중동지역에 평화유지군 파견 결정에 따라 특전사 1개 대대병력과 화학무기 사찰을 위한 과학자 등 1진 400여명의 지휘를 맡은 한민우소령이 시공의 왜곡현상에 의해 1894년 동학혁명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후 10만의 동학군이 일본군에 의해 무참히 학살당했던 공주 우금치 전투를 역사의 전환점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고,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치욕과 울분의 역사는 바뀌어 새로운 역사의 문을 연다. 그러나 저자의 근본 의도는 대한제국이란 가상 역사의 틀을 통해 과학기술에 데한 장기 비전과 리더십에 의해 강국이 되어가는 과정을 소설 형식을 빌어 그리고 있다.
“19세기 말 조선이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당시 사회 지도층이 진정한 리더십과 비전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도 당시와 매우 흡사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으면서 메시지가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는 저자는 “개인이건 국가건 미래는 미리 준비한 사람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