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소스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리눅스의 세력 확산이 눈부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에 대한 강력한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는 리눅스는 그동안 서버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입지를 확보해 왔는데 올해는 특히 숙원인 엔터프라이즈와 데스크톱 시장 공략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년을 맞아 세계최대 리눅스업체 레드햇의 매튜 슐릭 레드햇 최고경영자(CEO)가 ‘리눅스가 세계IT산업을 변화시킨다’는 제목으로 본지에 특별기고를 보내왔다.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은 어떠한 기술이 개발되면 이를 독점화하고, 매우 엄격한 조건으로 이를 라이선스화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해 왔다. 하지만 독점과 같은 이러한 규제들은 표준 부재와 경쟁사들의 전략적인 방해 움직임을 초래, 결국 기업의 기술 혁신을 좌절케 하는 요인이 된다. 이에 따라 기존 패러다임에서는 전혀 접해 볼 수 없던 문제점들, 즉 △자질이 있는 프로그래머를 식별하고 고용해 훈련시키고 보유하는 일의 어려움 △급격하게 변화하는 기술에 대응, 고객의 요구를 일관성있게 만족시키기 어려운 점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GNU GPL(General Public License)의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패러다임은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모델이 가진 문제점을 전면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즉 기존의 독점적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모든 권리에 대해 ‘독점권(All Rights Reserved)’을 행사하면서 일부 제한된 허가만을 제공하는 반면, GNU GPL은 모든 사용자들이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공개하고 변형하고 공유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이에 따라 누구나 읽고, 수정하고 소스 코드를 공유할 수 있는 권리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 의해서든 기술 혁신을 가능케한다. 다만 GPL이 제한하는 것 중 한가지는 이러한 소프트웨어의 판매나 공유 혹은 배포에 대한 상업적 용도에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조컨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는 단순히 외부 경계를 무너뜨리려는 움직임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의 호환성을 보장한다. 학술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소비자가 가치를 창조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혁신자’나 마찬가지다.
이와관련, ‘비즈니스 리뷰’지에 ‘고객과 투자가들,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스테판 톰케와 에릭 본 히펠의 연구논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수많은 기업들을 실리콘 기술·컴퓨터 제조업 등으로 다양하게 분류하고 각 기업들의 생산품 개발 과정을 재설계하고 외부 경계를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이전에 알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결과를 도출해 냈다.
이들에 따르면 전통적 생산기술 혁신 방식은 상품의 연구개발 비용이 경제적이지 못하며 또 과학적으로도 부정확하다.즉 고객이 원하는 것 즉 ‘필요 정보’는 소비자에게 있으며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법 즉, ‘해결’ 정보는 생산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연구 개발의 책임은 현장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시장 조사 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필요’ 정보를 수집하는 생산자에게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왜냐하면 고객의 진정한 필요는 종종 복잡하고 민감하며 매우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또한 종종 소비자는 그들이 직접 제품의 견본을 가지고 시험해보면서 정확히 작동하는 것이 무엇이고 이에 따른 문제가 무엇인지를 경험해보기 전에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완전하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혁신자로서 소비자는 그들 스스로 제품을 고안하고 발전시키며 이를 소비자에게 다시 제공한다. 이와 같은 경향은 공급자와 소비자 접점의 위치를 변화시켰다. 이로 인해 속도와 효율성은 예전에 비해 놀랄 만큼 증가하고 있다.
다시 리눅스로 돌아와 보자.
오픈 소스 커뮤니티는 성장, 기술혁신 그리고 오픈 소스 테크놀로지 프로젝트의 안정성을 담당하는 프로젝트 수행자들 그룹으로 이루어졌다. 어떠한 기업도 이들 프로젝트 수행자를 10% 이상 고용하지 않았고, 많은 수의 프로젝트 수행자를 고용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시장에서 경쟁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 수행자들이 그들의 일을 수행할 때 부각되는 시장 경쟁의 현안은 기술적인 우수함보다 2차적인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유닉스를 무너뜨린 바로 그 활동가들 스스로가 이뤄낸 제품의 완전성이다. 리눅스의 성능, 확장성, 비용 절감과 같은 기술적인 결과들이 이를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장벽을 부수고 훌륭한 기술을 창조하는 것은 매우 순조롭게 이뤄지지만, 그것들이 이익을 창출하는 조직을 만들고 유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를 비롯해 리눅스업체들은 많은 장점을 가진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에 기반해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를 추구하고 있다.
레드햇이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에 매진하기로 결정했을 때, 목표에 충실 할 수 있는 적절한 소규모 기업이었다는 점이 행운으로 작용했다. 레드햇이 수직 구조를 가진 스스로를 대표하는 기업인 동시에, 소비자들도 소스 코드와 그들이 선택한대로 소스를 수정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는 사실은 레드햇이 수직적이고 수평적인 장벽을 낮추는 데 힘을 실어주었다.
레드햇은 20개 이상의 국가에서 지사를 운영하고 있고, 오픈 소스 모델은 레드햇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지리적인 위치에 상관없이 레드햇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거나 적용하는데 어떠한 제한도 생기지 않게 한다.
레드 햇의 최근 재정 보고서는 오픈 소스가 수익성 있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익 창출 비즈니스를 수립하는데 건전한 토대가 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다른 리눅스 업체도 마찬가지겠지만 투명한 정보 흐름은 레드햇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작년 9월에 오픈 소스 아키텍처라고 불리우는 새로운 전략을 선보였다. 이는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을 강화할 뿐아니라 소비자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과거부터 내려오는 환경이나 클라이언트 서버 아키텍처를 바꾸고(마이그레이션), 또 벤더(공급업체)에 의존하는 제약이 없는 진정한 산업 표준에 기반한 컴퓨팅 아키텍처를 세우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볼 때, 그들이 소스 코드에 접근할 수 있기를 원하고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기를 원하며, 전통적 벤더의 제품 개발 스케줄에서 자유롭기를 원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는 모두 오픈소스의 장점이기도 하다.
오픈 소스의 가치는 단순히 운용(오퍼레이팅) 플랫폼을 넘어서 미들웨어,관리, 스토리지, 가상화 같은 비즈니스 하부구조의 다른 핵심 부문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은 레드햇만이 기울여야 하는 노력이 아니다. 오픈 소스 아키텍처 성공은 다른 커뮤니티와의 협업과 파트너 양산을 통한 지속적 협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픈 소스 아키텍처는 레드햇과 당사의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산업 표준의 지원을 받으며 사실상 중립적인 투명성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활발한 참여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속시키고, 컴퓨팅의 비용절감을 가능하게 하며, 또 가장 중요하게는 독점체제에 갖혀 있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기반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형성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결국 오픈 소스는 소비자들이 표준과 벤더의 중립성을 통해 선택의 자유를 실현하게 하는 세계IT산업의 ‘변화 엔진’이다. 레드햇 등 오픈소스 진영이 컴퓨팅 산업을 위한 표준과 가치에 중점을 두면서 전통적 규정들을 파괴함에 따라 기존의 컴퓨터 산업 장벽들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정리=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 매튜 슐릭은 누구
세계최대 리눅스 기업인 레드햇을 이끌고 있는 매튜 슐릭 최고경영자(CEO)는 20여년 이상을 기술업종에서 근무한 베테랑 IT맨이다.
그동안 슐릭은 레드햇 창설자인 봅 영(Bob Young)과 더불어 리눅스의 주요 세력으로 성장한 레드햇과 오픈소스간 긴밀한 협업이 벤더는 물론 고객에 이르는 전 IT 산업 경제에 환원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를 실천해 왔다.
지난 99년과 2000년에는 혁혁한 실적을 내며 레드햇이 대외적으로 ‘주요 세력’으로 인정받게 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가 레드햇 CEO에 오른 99년 1월에는 2500만달러에 불과했던 래드햇의 연간 매출은 작년말 기준 1억1500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또 슐릭은 오픈소스 기반 기술 보급을 위해 오라클, IBM, 델, 인텔, HP 등과 같은 글로벌 IT기업들과 탄탄한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오픈소스 세력 확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오픈소스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교육 기회를 증대시키는 데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슐릭은 기업, 정부, 교육 관계자들에게 오픈소스 컴퓨팅을 알리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그를 아는 지인들은 슐릭을 일컬어 “21세기 기술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레드햇이 우선 손꼽히는 것은 순전히 기술과 경영에 대한 그의 열정때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대외 활동에도 활발한 그는 현재 노스 캐롤라이나 경제개발 협회의 과학기술 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노스 캐롤라이나 전기정보 기술 협회 회장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