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보화는 디지털경제 환경으로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통과의례이자 경영전략과 곧바로 맞닿아 있다. 이런 기업정보화의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기업 정보화는 메인프레임 시대와 클라이언트서버(CS) 환경을 거쳐 90년대 이후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 발전을 계기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비즈니스 생태계를 잉태했다. 국내에서도 그룹웨어를 비롯한 전사적자원관리(ERP)·고객관계관리(CRM)·공급망관리(SCM) 등 기간애플리케이션이 대기업을 필두로 대부분 기업의 필수 정보화 시스템으로 자리잡으며 업무 혁신의 거센 파고가 밀려오고 있다.
급속한 정보화는 그러나 이기종 시스템간 호환성 문제와 사후관리, 업그레이드 등 사용 기업들에게 지속적인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또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 처한 중소기업 및 영세상인에게는 정보화와 e비즈니스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가져다 주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과 통신의 진보가 몰고온 ‘렌털(빌려쓰는)’ 개념의 IT 솔루션이 돌파구로 등장했다. 더이상 고가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도입하지 않고도 공공 네트워크 인프라를 이용해 다양한 정보화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기반의 e비즈니스 환경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인터넷 인구 2800만명, 디지털 접근지수 세계 4위, 휴대폰 가입자 3000만명’이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 환경을 보유하고 있다. ‘렌털’ 방식은 이런 IT 환경을 e비즈니스 강국 건설을 위한 최고의 방안으로 떠오게 하고 있다. 이제는 ‘렌털’ 개념을 광범위하게 확산시켜 나가야 할 때인 것이다.
◇세계적 조류, ‘렌털 IT’=빌려쓰는 IT 환경의 주축 산업인 ASP는 IT 아웃소싱 시장과 함께 올해 기업 정보화 시장의 강력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ASP는 지난 97년부터 2000년까지 기업 정보화의 최고 모델로 주목받다 최근 2년간 IT 경기 하강과 함께 침체를 겪다가 지난해부터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가트너·IDC·오범·노무라 등 IT 시장 조사기관들은 ASP 산업이 초기의 시장 실패를 딛고 실질적인 개화기를 맞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보수적인 관점의 IDC도 ASP시장 규모가 2001년 18억달러에서 2006년 200억달러로 성장, 연평균 8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의 조사 결과, 국내 시장도 이미 지난해 1000억원 규모를 돌파했고 올해 2000억원 시장을 조준하고 있다.
◇기업간 정보화 격차해소를 위한 ‘엘리베이터’=정보격차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영세 사업자 등 기업간에도 확연히 나타난다. 수출 42%, 고용 86%를 차지하며 국가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중소기업이지만 투자비용, 솔루션 및 인력, 정보화 마인드 등의 부족으로 정보화 수준은 대기업의 70%에도 못미치는 게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ASP기반의 소프트웨어 임대서비스 모델이 조명받고 있다. 별도의 서버와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지 않고도 ERP 등 솔루션과 콘텐츠를 활용함으로써 비용과 시간, 관리인력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 실제로 ASP기반 ERP 활용효과를 분석한 결과, 자체구매(인하우스) 방식보다 50∼60% 이상의 기간 및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선진 경영 및 업무 프로세스를 취하면서 대기업과 대등한 업무 혁신과 e비즈니스 환경을 구현하는 전략적 툴로도 평가된다. ASP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시장을 선점하자=ASP는 수요자(기업) 측면은 물론 공급자 측면에서도 소프트웨어산업의 경쟁력을 배가하는 전기가 될 수 있다. 소프트웨어 빌려쓰기는 소비자 지향적인 방식으로 시장 적응력이 강하다. 다양한 최신 소프트웨어와 특화 템플릿이 제공됨에 따라 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 폭도 넓어진다. 구매층이 제한적이고 불법 복제가 상존하는 기업 소프트웨어 시장 현실을 볼때 저렴하게 빌려쓰는 솔루션이야말로 양질의 제품만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규모의 경제로 이어져 소프트웨어산업의 질적 경쟁력을 배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수출강국, 코리아’의 면모를 IT산업에서 확대 재생산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ASP가 확산일로에 있는 미국·유럽·일본·싱가포르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동남아 등 소유 개념이 지배했던 인근 아시아 기업 정보화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호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정통부도 오는 2007년까지 약 2700억원을 투입하는 중소기업 정보화 고도화 계획을 마련, OECD내 ‘10대 e비즈니스 준비국’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이 계획에는 300만 중소기업을 위한 ASP 관련 사업은 물론 차세대 정보화 기술인 웹서비스의 결합, ASP산업의 글로벌화, 인력양성 등 기업 e비즈니스와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입체적인 지원전략이 포함돼 있다.
정통부 인터넷정책과 백기훈 과장은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의 우리나라가 세계 렌털 솔루션 시대의 성공과 확산을 견인할 수 있는 최적의 국가”라며 “올해가 애플리케이션 표준화와 고품질화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 통신강국에서 명실상부한 e비즈니스 선도국으로 발돋움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 ASP와 IT렌털
IT렌탈은 일정기간 빌려쓰고 사용료를 지불하는 렌터카처럼 자체적인 정보화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도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IT의 기능을 빌려쓰자는 개념이자 운동이다. ASP는 소프트웨어와 통신기술이 어우려져 탄생한 ‘기업 정보화의 꽃’으로 IT렌털 사상에 최적화된 실행모델에 해당된다.
ASP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호스팅 서버에 설치해 고객에게 일정 기간의 사용료를 받는 서비스 또는 사업자’를 일컫는다. 이는 그룹웨어·ERP·CRM·SCM 등 애플리케이션을 서비스 제공사의 서버 또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데이터센터에 설치하고 사용자가 브라우저로 접속해 이용하도록 한 새 형식의 정보화 환경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하드웨어·소프트웨어·운영인력 등을 집중해 비용절감을 유도하고 고품질의 컨설팅 인력과 범용 고품질 패키지 등을 이용해 경영 및 업무 프로세스 향상을 꾀하는 차세대 IT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자체 시스템 구축과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중소기업(SMB)과 영세 사업자를 위한 최적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ASP는 기존의 IT아웃소싱(ITO)의 개념과도 혼재돼 발전돼 왔다. ITO는 일반적으로 자체적으로 전산 시스템과 인력을 구성해 운영하던 것을 외부 용역이나 부품으로 대체하는 추세를 말하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와 같은 설비와 인력을 고객에게 빌려주는 ASP 사업자를 ITO 사업자로 분류해도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ASP는 ITO가 공급자 중심의 폐쇄적 서비스였던 데 반해 수요자 중심의 개방적 서비스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ASP 사업자들은 기본적으로 전산자원을 고객에게 빌려주고 휴대폰을 사용하듯 일정기간 사용한만큼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품질이나 서비스에 불만이 발생하면 통신서비스 사업자를 바꾸듯 다른 ASP사업자로 변경할 수 있다.
◆ 기고 -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도로가 없던 시절. 청소도구도 집을 고치는 공구도 스스로 만들어 썼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사용하는 공구의 종류가 아주 제한적이었다. 도로가 생기고 난 뒤 찾은 시장은 다양한 청소도구과 공구가 많았다. 하지만 비싸고 사용빈도가 낮은 공구를 다 사서 쓸 수는 없다. 창고만 좁아질 뿐이다. 빌려썼으면 하는 데 아직은 시장에 한번 오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교통환경이 발달된 오늘날. 매일 시장에 갈 수도 있다. 청소도구, 집수리 공구도 빌려쓰고 다음날 돌려주면 된다. 값이 싸서 좋기도 하지만 공구의 수리도 빌려주는 사람이 알아서 해주니 편리하다. 심지어는 기술자도 빌려쓸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공구를 사용해봐서 좋고 공구산업도 덩달아 새 공구 개발에 매달리게 된다. 좋지 않은 공구는 아무도 빌려가지 않아 이내 시장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청소도구의 구매는 여전하다. 매일 쓰기도 하고 개인적인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렌터카처럼 자주 그리고 개인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생기면 아마 청소도구도 빌려쓰 것이 일반화 될 것이다.
인터넷의 급속한 발달로 생활의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특징중 하나는 생각의 변화 이전에 환경의 변화가 선행된다는 것이며 이러한 연유로 왠지 어색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부적응은 경쟁에서의 낙오를 뜻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렌털 형태로 변화해 가는 IT 환경이다.
전통사회에서도 서적, 공구, 자동차처럼 소유의 의미가 상대적으로 적고 시간에 비례해서 상품 가치가 하락하는 것들은 임대의 대상이었다. 서적과 같이 외형보다 내용이 의미있는 것, 공구처럼 사용이 빈번치 않은 것, 자동차와 같이 관리가 복잡하고 감가삼각율이 큰 것들은 항상 빌려쓰는 대상이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때 인터넷 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제품이 빌려쓰는 대상에 포함된다. 특히 소프트웨어의 경우 ‘나’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경우가 아니라면 구매해서 쓸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쓰고 지워버리면 된다. 데이터조차도 비밀스러운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버에 저장해 두고 필요한 경우에 다운해 사용해도 된다.
세계 인터넷 시장은 빠르게 렌털의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일본, 미국의 ASP는 관행이 되어가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의 조기 구축으로 어느 나라보다 IT렌털 산업의 발전에 유리한 고지에 있다. 이제 빌려쓰는 IT문화의 조기 정착으로 IT강국 코리아를 재확인할 때다. 외국의 백화점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발견하던 기쁨이 생생하다.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IT렌털 문화가 정착되고 세계가 ‘렌트 프롬 코리아’를 외치는 날이 조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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