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e금융시대]급변하는 은행 환경

 연초부터 각 은행들이 새 시스템 구축작업이 분주하다. 올해 4월부터 금융IC카드 발급용 시스템 구축과 작년말부터 불어닥친 ‘모바일뱅킹’ 환경 갖추기가 그것이다. 거의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두 시스템 구축을 위해 일부 은행과 신용카드사들은 이미 발주를 마쳤으며 내달까지는 관련 금융사들이 대부분 사업자를 선정하고 3월까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은행들이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발급에 나서면서 앞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과 고객간에는 ‘스마트카드’라는 통로가 생기는 셈이다.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라면 수년내에 ‘종이통장’은 사라지고 스마트카드나 칩이 내장된 휴대폰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00여년이 넘도록 고수해온 금융 환경이 일시에 뒤바뀌는 초입에 서있는 셈이다. 이같은 ‘격변’의 배경에는 ‘수익성 향상’이라는 속내가 깔려있다. 평생 흔들림없이 안정될 것만 같던 은행, 신용카드사들이 최근 금융대란의 위기까지 내몰리면서 ‘효율성’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요지는 간단하다. 창구인력을 대폭 축소하고 그 인력을 방카슈랑스 영업 등 수익성 높은 사업에 투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IT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작년부터 많은 은행들이 공과금 납부를 자동화기기(CD/ATM)에서만 받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 스마트카드나 모바일뱅킹이 보편화되면 종이통장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일반 창구를 갖춘 은행 지점들은 자동화기기만 들여놓은 창고같은 지점들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쯤이면 대면서비스는 수십억 자산을 가진 부자고객에게만 제공된다. 작년부터 프라이빗뱅킹(PB) 지점이 늘어난 것도 이같은 이유다.

 가난한 고객들은 앞으로 은행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를 기대하기가 어렵게됐다. 급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용해야만 그나마 제대로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래저래 돈 없는 서민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신기술을 익혀야되는 피곤한 세상이 된 셈이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