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지난 96년 2월 한강케이블 TV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후 임직원과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는 모습.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필자.
“정 사장은 직업을 잘 선택한 것 같소...”
언젠가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국회위원들과 함께 한 식사 자리에서 모 의원이 내 이름을 빗대면서 우스개 소리로 던진 말이다. ‘대종(大鐘)’이라는 이름의 의미가 ‘소리가 널리 퍼지라’는 뜻이니 방송 관련업과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해석해 좌중의 주목을 받은 일이 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광고 카피처럼 내가 케이블 TV와 인연을 맺은 것도 그야말로 순간의 선택이 내게 준 결과였다. 경방 근무시절인 93년 10월 중순 어느 날, 공보처에서 전국 51개 지역에 케이블 TV 방송국 허가 신청을 받는다는 발표가 났다. 회사에서는 한참이 지난 다음에야 영등포 지역에 허가 신청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허가 신청 마감 시한을 겨우 20일 남겨 놓은 상황이었다.
이 일은 같은 기획실 내의 업무이긴 했지만 내가 맡고 있는 파트와는 직접 관계가 없었다. 그렇지만 해당 파트에서 이 일을 추진할 만한 인력이 없다는 것이 나의 고민이었다. 내가 맡은 일이 아니라고 그냥 두고 보자니 실패할 게 뻔하고, 참여하자니 허가 신청 서류의 인쇄에 소요되는 3일을 빼고 나면 17일 동안에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사업 계획서를 작성한다는 것이 상당히 무모해 보였다. 잘못하다가는 회사 망신만 시킬 것 같았다. 밤샘 고민 끝에 설사 선정이 안되더라도 사업 계획서를 쓰는 과정에서 최소한 내가 맡고 있는 팀원의 자질 향상이라는 소득은 얻을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다음날 ‘케이블 TV 추진팀’에 자진 합류했다. 어렵게 내린 결정이지만 나에게는 또 한번의 도전이었다.
낮과 밤 구분없이 오직 사업권을 목표로 팀원 모두가 하나가 돼 함께 뛰었다. 다행히 전통과 명성이 있는 (주)경방의 이름으로 허가 배점 기준에 적합한 기업을 컨소시엄에 참여시킬 수 있었고, 팀원 모두가 애쓴 덕택에 1994년 1월에 (주)한강케이블TV라는 이름으로 당당히 케이블 TV 방송 사업 허가를 받았다. 사업권 허가 발표 당시 (주)경방은 그야말로 잔치 분위기였다.
94년 2월 한강케이블TV가 창립되었고 결국 나는 케이블 TV 방송 사업 허가 획득의 공로를 인정 받아 (주)한강케이블TV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로써 ‘케이블 TV 1세대’로서 나의 인생은 시작되었다. 한강케이블TV로 옮긴 지 만 4년이 지난 96년 2월에는 한강케이블TV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경방의 기획실에서 일할 때 한 순간의 선택이 10년이 지난 오늘에도 TV홈쇼핑에 근무하고 있으니 방송업과 나는 인연이 깊긴 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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