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삼성 임원인사 배경과 의미

 삼성그룹이 15일 448명의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한 것은 지난해 어려운 경기 여건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린 데 따른 실적보상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강조해온 ‘실적있는 곳에 승진있다’는 원칙이 정확히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를 잘 말해주는 것이 삼성전자 위주로 승진인원(448명), 발탁승진(78명) 그리고 해외부문승진(91명) 등이 각각 사상최대를 기록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인사 배경과 의미=기술직을 대거 승진시킨 것도 주목된다. 역시 지난 2002년(106명)과 지난해(122명)를 크게 앞서는 154명으로 삼성그룹이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개발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80명을 부사장 및 전무로 승진시켜 불확실한 미래에 적극 대처하도록 했으며 특히 전무 승진자 51명의 65%에 해당하는 33명이 기술·영업·구매파트 등 현장경험이 풍부한 분야별 전문가들로 채웠다. 또 중국 통신연구소장인 왕통씨를 상무보로 승진시키는 등 해외부문 임원승진도 91명에 이르는 것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상무보 승진 대폭 늘어=상무보 승진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는 점도 이번 인사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65명의 새로운 임원(상무보)이 탄생, 지난해 50명보다 무려 15명이나 늘었다. 상무보 승진에서는 삼성전자 내외부에서 미스터 애니콜로 불리는 조진호 부장이 단연 눈에 띈다. 조 부장은 애니콜 신화의 숨은 주역으로 언제 임원으로 승진하느냐가 관심거리였다.

 ◇전자소그룹의 주요인사=40대 R&D인력의 부상이 이번 인사의 하이라이트. ‘대발탁’으로 평균 승진 연한에 비해 2∼3년 앞서 전무로 승진한 대상자 4명이 모두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메모리사업부의 서강덕 전무(47)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플래시 메모리 사업의 기반을 조성한 인물로, 지난해 이 분야에서 인텔을 제치고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통신부문의 신종균 전무(48)는 GSM휴대폰 초기부터 개발 리더로 참여하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온 GSM 전문가다. 신 전무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카메라내장형 GSM단말기를 출시하고 중국 내에서 삼성 GSM휴대폰의 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무선사업부의 이철환 전무(49)는 세계 최초의 CDMA시스템 상용화 개발시 소프트웨어 분야의 프로젝트 리더로 활약했으며, 캐나다·중남미향 카메라폰을 최초로 출시하고 CDMA단말기에 신기술을 채택함으로써 북미향 CDMA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부각=국내영업사업부 임원 가운데 이상석 마케팅팀장을 비롯해 정활 특판영업담당·조원국 경영지원팀장 등 3명의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으며, 강태융 가전영업팀장·옥치국 국내영업 신유통영업팀장이 각각 상무로 승진했다. 실적이 좋지 않았던 생활가전총괄 소속 임원승진이 거의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영업사업부의 대폭 승진인사는 윤종용 부회장의 생활가전총괄 겸임과 더불어 올해 삼성의 향후 행보에 최대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AMLCD사업부 경사=LCD총괄로 독립한 AMLCD사업부 소속원들은 경사를 만났다. 조직이 독립됨에 따라 임원들의 승진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장원기 천안센터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이동헌 전략마케팅팀장이 전무로 승진했다. 이밖에 김명국 구매팀장과 김헌성 전략마케팅팀 상무보도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전기의 승진비율 높아=삼성전기는 18명이 승진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삼성SDI 등 비삼성전기 출신들이 임원 승진하면서 대거 입성한 점이 두드러졌다. 특히 삼성SDI 모바일에너지팀장인 안기훈 상무가 전무로 승진돼 향후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SDI는 상위임원 승진 두드러져=총 23명이 승진한 삼성SDI는 이번 인사에서 홍보 전략지원 그룹장인 변종경 전무와 이정화 CFO, 톈진법인장 이중현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배홍규 상무보의 상무승진 등 상대적으로 상위 임원의 승진이 두드러졌다. 이밖에 삼성코닝은 3명, 삼성코닝정밀유리는 2명이 승진해 예년 수준의 승진 인사가 이루어졌다는 평가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