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공통의 사안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껴도 누구하나 나서지 않습니다. 목소리는 높여도 막상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에 대해서는 모두 함구합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게임포털업체 P사장은 울분을 토한다. 그는 자신이 처한 업계의 문제를 잘 안다. 하지만 그 역시 자신있게 나서지 못한다. 소위 ‘총대’를 메고 구호를 외쳐도 따르는 지원군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게임업계가 보여준 신뢰 수준에 업계 스스로가 주눅들어 있는 것이다.
게임업계는 모래알이다. ‘투명한 경영’이 아니고 단합이 안된다는 얘기다. 업계 전체의 문제에도 제각각이다. 업계의 한 사장은 이러한 게임업계를 두고 ‘오합지졸’이라고 노골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30여개에 이르는 협·단체는 말 그대로 이름뿐이다. 업계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데 협·단체는 ‘탄환없는 병기’에 불과하다. 전체의 이익을 주장하는데 앞서 자사 이기주의가 게임업계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고 있다.
업계 공동의 목소리가 갈라지고 있다는 것은 공동의 시장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게임산업은 지난해 경기침체속에서도 고도성장을 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스스로 만든 ‘노력의 시장’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인프라 이후 콘텐츠라는 IT시장의 시류변화가 성장의 가장 큰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동의 노력에 의한 시장이 없는 게임업계는 미약한 외부의 힘에 쉽게 흔들리는 ‘사상누각’이 될 수 밖에 없다.
원인은 간단하다. 리딩업체의 역할부재다. 어느 산업, 업계나 마찬가지로 앞선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맏형 노릇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업계와 산업, 나아가 시장이 죽고 산다. 최근 업계의 현안은 게임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 시키는 일이다. 하나의 업체가 나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식을 변화시키는 일이고 시장을 가꾸는 대업(大業)이다.
업체들 또한 막중한 대업에 대한 인식은 같다. 하지만 행동은 각기 다르다. 공동대처보다는 ‘각개약진’에 주력하고 있다. 전체시장보다는 ‘내 시장’이 먼저라는 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맏형역할이다. 업계를 아우르는 대승적 차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하지만 찾아보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다보니 게임업계를 바로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더불어 ‘코 묻은 돈 벌어서 돈잔치’한다는 비난까지 겹친다. 자기만 알뿐 산업을 키우고 인식을 개선시키려는 사회환원은 부재하다고 힐난받고 있다.
IT맨 ‘빌게이츠’는 세계적인 마케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적은 많다. 그 적을 상대로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치루면서도 그는 존경을 받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세계 제일의 갑부이면서 ‘없는 자’를 위한 기부 활동에도 가장 열성적인 기업인이다.
“성공을 거둔 기업가는 부(富)를 사회에 돌리고, 또 세계의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그의 지론 앞에 독점적기업이라는 딱지는 의미가 없어진다. 매년 저개발 국가 어린이의 교육·난치병 연구 등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을 기부하는 자선사업가다. 어쩌면 의무이기도 한 사회공헌을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케팅으로까지 연계했다.
올바른 기업윤리는 최고의 마케팅 수단이다. 기업은 기업의 책임이 있다. 맏형은 맏형의 도리가 있다. 게임업계가 그 책임과 도리의 망각에서 빨리 깨어나야 한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