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 회복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설비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인쇄회로기판(PCB) 업계가 레이저드릴·동도금장비 등 장비나 핵심소재의 구득난으로 곤혹을 겪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삼성전기·대덕전자를 비롯한 상당수 PCB 업체들은 일본·유럽 등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외산 장비 업체들이 계약후 납기 일정을 계속 지연시키고 있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한 연성(flexible) 인쇄회로기판업체들도 휴대폰·디지털카메라·디지털캠코더 등 전방 산업의 호조로 주문량은 늘고 있지만 정작 전자소재인 2층 연성동박적층원판(FCCL)과 회로를 보호하는 폴리이미드 재질의 ‘커버레이(보호막)’ 물량을 제 때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는 일본 히타치·지멘스·미쓰비시와 대만 인텍 등 주요 업체는 PCB 경기 호황으로 자국내 수요에 대응하기 벅찰 정도로 주문량이 폭주하고 있는 데다 재고물량마저 소진돼 국내업체들에게는 납기를 맞춰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장비 업체들도 생산능력이 거의 목까지 차자 납기일 약속 지연을 우려한 나머지 아웃소싱을 계획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섰다. 동도금 장비 업체인 케이피엠테크 채병현 부사장은 “이달에 이미 상반기 공급 물량(약 80억원)이 꽉 찰 정도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며 “고객과의 납기일 약속을 지키고자 외주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PCB 업체들은 이들의 레이저드릴·CNC드릴·에칭장비·동도금장비 등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
LG전자 DMC사업부 한 관계자는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올들어 예년에 비해 레이저드릴·CNC 드림 등의 외산 장비 발주후 납기일이 20일 가까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같은 납기 지연 현상은 3분기부터나 해소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2층 FCCL·커버레이 등 핵심 전자소재 역시 대부분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일본 시장에서 조차 이들 전자 소재가 품귀 현상을 빚어 공급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전자소재 공급이 이처럼 불안해지자 신일본제철·아리자와·미쓰이케미컬 등 일본 전자소재 업체들은 국내 연성PCB업체에 대기표(?)를 나눠주고 줄을 세우고 있다. 대기업 또는 생산능력이 많은 업체 순으로 물량을 배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연성PCB 시장에 새롭게 진출한 업체 또는 생산 물량이 적은 중소 업체들은 일본 업체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영풍전자 한 임원은 “일본 전자소재 업체로부터 2층 FCCL·커버레이 등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준다는 확약을 받았지만 품귀에 대한 불안감은 올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일본 전자소재 업체의 설비증설이 완료되는 내년 5월쯤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수페타시스 한 관계자도 “2층 FCCL를 이용해 샘플 연성 기판을 만들기 조차 힘들 정도로 일본의 전자소재 공급난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일본 미쓰이케미컬 공급업체인 상원IT의 한 관계자는 “수입물량은 한정적이고 고객 수요는 증가하고 있어 불가피하게 주요 고객 순으로 전자소재를 공급하고 있다”며 “신일본제철 등 시장지배력이 높은 업체일수록 이같은 현상은 심하다”고 말했다.
한편 LG화학은 샘프 테스트를 진행하는 가운데 양산설비를 구축하고 있으며 10월쯤 2층 FCCL을 생산할 계획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