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수종산업인 콘텐츠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의 각종 지원사업이 부처간 영역다툼으로 번지면서 예산을 낭비하고 업계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추진 전에 부처간 세부내용을 조율할 상시 협의체를 구성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문광부와 정통부는 콘텐츠 산업을 놓고 영역 다툼을 벌여 왔다. 한동안 소강 상태를 보이던 다툼이 연초부터 ‘모바일 콘텐츠’ 분야를 놓고 재연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추진중인 ‘유럽형 국제표준 무선통신 시험기지국 시스템 구축’ 사업이 지난 11월 문을 연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수출용 모바일콘텐츠 테스트베드’ 사업과 중복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은 소프트웨어진흥원의 사업이 명목상 ‘시험기지국 시스템 구축’이지만 실제로는 모바일콘텐츠에 대한 테스트환경 지원이 핵심이라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이에 대해 소프트웨어진흥원은 “문화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사업의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며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문제가 확대되자 양측은 뒤 늦게 업무조정을 위한 만남을 가질 예정이라고 하지만 이미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사후약방문’ 격이다. 문제는 소프트웨어진흥원의 사업이 마무리단계에 있고 다음달 오픈 예정이기 때문에 협의가 진행되도 이미 중복투자된 부분에 대해서는 조정이 힘들다.
◇무엇이 문제인가=부처간 중복 얘기가 나올때마다 문화부는 멀티미디어콘텐츠, 게임물 등 문화콘텐츠산업을 문화부 문화산업국의 소관업무로 명시한 정부직제를 돌고 나온다. 정통부 정보통신정책국의 소관업무에는 영화·음악·게임 등의 내용에 관한 것을 제외한 소프트웨어만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제시한다.
여기에 지난 2001년 7월 있었던 ‘IT업무 관련 경제정책 조정회의 합의’ 결과문에서도 콘텐츠 육성은 문화부에서 담당하고 기반기술은 정통부에서 주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정이 났음을 강조한다.
문화부 관계자는 “명확한 근거가 있는데도 업무조정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정통부의 영역 침해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지난 2002년 7월 발효된 ‘온라인디지털콘텐츠 산업 발전법’을 사업 추진의 근거로 들고 있다. 이 법은 국무총리실이 주관이지만 간사를 맡고 있는 정통부는 타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자체적으로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모바일 테스트베드 관련사업도 ‘정통부장관은 소프트웨어진흥원으로 하여금 해외진출 지원사업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는 온라인디지털콘텐츠법상의 문구를 근거로 추진됐다.
무엇보다 정통부는 관련법에 의거 ‘온라인 디콘 발전 실무위원회’ 산하에 부처별 세부사업 조정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운영했지만 타 부처가 참여를 하지 않아 모바일 테스트베드 사업 중복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문화관광부의 한 실무진은 “온라인디콘발전실무위원회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어 각 부처가 제대로 참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태스크포스 운영을 통해 수립된 세부시행계획은 정통부와 과기부, 교육부의 내용뿐 핵심부처라 할 수 있는 문화부와 산자부, 행자부는 빠져있다.
◇향후 전개방향=문화관광부 이창동 장관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정통부가 가용자금을 문화콘텐츠 산업에 투입하는 것은 업계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며 문화부에서 할 일을 왜 정통부에서 하느냐고 너무 몰아 세우면 좋지 않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업체 입장에서도 양 부처가 유사한 사업을 벌이면 이용할 시설과 자금이 늘어나 좋은 일이다. 문제는 중복 투자에 따른 예산 낭비와 부처 이기주의에 따른 과도한 사업 추진의 부작용이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의 테스트시설을 활용중인 모바일 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모바일 인프라가 워낙 부족해 테스트 시설이 늘어나면 반갑긴 하지만 국가적으로는 중복투자 문제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특히, 양 부처가 개별 전시회를 운영하거나 해외참관단 파견을 개별적으로 추진할 때는 입장이 정말 난처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양 부처가 대승적인 시각에서 협상테이블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콘텐츠 관련 기관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콘텐츠 사업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는 정통부는 문화부의 기존 사업과 겹치는 점이 없는지를 살펴보고 문화부 역시 주무부처의 당위성만 내세울 게 아니라 세부사업들에 대해 정통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야만 국가적 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차세대 수종산업 콘텐츠 육성 싸고…중복투자 등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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