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전자상거래 아직도 요원한가?’
산업자원부가 주도하는 민·관 남북전자상거래협력워킹그룹이 지난주말 출범함에 따라 남북한간 전자상거래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자부는 특히 이번 워킹그룹 결성을 계기로 남북간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발벗고 나설 채비여서, e비즈니스업계 뿐만 아니라 제3국을 통해 북한과 거래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기대감을 낳게 하고 있다.
산자부는 당초 이 기구를 자문회의 형식으로 구성하려했으나 활성화를 위해서는 연구·조사와 표준개발 활동 등을 담당할 실무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 워킹그룹 결성을 유도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남북간 전자상거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법·제도를 개선하는 등 여건이 마련되면 전자상거래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아직은 이르다’=전문가들은 일단 북한의 기업환경이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북한팀 동용승 팀장은 “북한의 인터넷 환경이 매우 열악한 수준”이라며 “오프라인 거래도 활성화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온라인거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를 위한 선결 요건인 표준 문제도 걸림돌로 지적됐다. KOTRA 북한팀 이동철 팀장은 “쌀 등 일부품목을 제외하고는 남북간 표준화가 이뤄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아울러 “전자상거래는 대면 거래가 아니어서 충분한 신뢰가 바탕에 깔려야 한다”며 “거래가 가능하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가능성은 충분’=정부가 직접 나서서 법·제도를 개선하는 등 분위기 조성에 나선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정부가 법·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는 등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한다면 남북간 전자상거래는 오히려 더 장기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남북교류협력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한나라당 조웅규 의원 측은 “알려진 것과 달리 북한에서도 당국의 허가속에 전자상거래는 이뤄지고 있다”며 “남한에서부터 법 개정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가능성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섣부른 추진은 ‘금물’=전문가들은 그러나 남북관계는 정치·외교 등 여러 문제가 걸려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업계에 당부하고 있다. 특히 단기간은 오프라인 거래를 충분히 가미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용승 팀장은 “여전히 상황이 불확실한 가운데 북측과 섣불리 전자상거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며 “오프라인 거래로 제3국 등을 통해 상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도한 후 점차적으로 북한의 변화 및 법·제도 개선에 맞춰 직접 전자상거래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