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음악 시대가 도래했다.
오프라인 음반 시장은 침체일로를 걷고 있지만 디지털음악 시장은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에는 국내 시장만도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개별 음원이 주도하는 디지털음악 환경은 음악 제작과 소비 형태에 큰 변화를 불러온다. 수 많은 위기와 기회가 존재해 누구나 주역이 될 수 있지만 패러다임을 따라가지 못 하면 순식간에 도태된다. 해외 선진기업들은 이미 디지털음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내부적인 갈등해소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기술은 급격히 발전하고 있지만 제도와 생각이 따라가지 못 하고 있다. 위기다. 디지털음악을 발전시킬 최적의 IT인프라를 갖고 있으면서도 자칫 시장 전체를 해외 기업에 내어줄 수도 있다. 디지털음악 시대를 주도해 나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집중점검해 본다.
지난해 세계 음악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는 애플의 디지털음악 다운로드 서비스 ‘i튠즈 뮤직스토어(iTunes Musicstore)’의 성공이었다. i튠즈는 지난해 4월 첫선을 보인 이래 2500만곡 이상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10월 윈도 기반 프로그램을 선보인 뒤 두달간 1200만곡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서비스 개시 1년만에 1억곡 다운로드라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둘 전망이다.
한 때 7000만명이 음악파일을 주고 받던 무료 P2P 서비스의 대명사 냅스터도 지난해 10월 유료 서비스로 재출범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유럽지역에 서비스를 개시하고 소니가 시장 진출을 선언하는 등 세계 유수 기업들이 디지털음악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i튠즈를 통해 판매된 디지털음악의 45%가 앨범 단위로 다운로드됐다는 점이다. 한곡만 취사선택하는 ‘골라받기’가 가능해도 많은 소비자들이 앨범 단위 다운로드를 택한 것은 디지털음악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야말로 디지털음악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CD당 한두곡이 수록된 싱글음반이 활성화된 외국과 달리 정규 음반에 의존하는 우리 음반시장의 침체는 더욱 심각하다.
96년 4045억원에 달했던 음반시장 규모는 지난해 2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 때 1만2000개에 달했던 음반소매점도 600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세계 음악시장 규모가 377억 달러에서 20% 가량 줄어든 것에 비하면 처참한 현실이다.
디지털음악 시장 개척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해외와 달리 국내 현실은 아직 교통정리조차 되지 않았다. 벅스 등 온라인 음악서비스업체와 저작권자간에 음원사용을 둘러싼 법적분쟁이 끊이질 않고 디지털음악 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정부 정책도 업계의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유료 온라인 음악서비스인 쥬크온을 시작한 네오위즈를 비롯해 NHN, 한미르 등 포털업체들 대부분이 온라인 음악서비스를 준비중이다. 음반사들도 디지털음악의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자체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유료화 전환 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음악서비스 전문업체들과 무료서비스로 남아있는 벅스 역시 올해 승부수를 띄울 예정이다. 음반사와 하드웨어 업체, 서비스 업체간에 M&A를 포함한 다양한 협력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음악 시장의 성공이 ‘음악 소비자에 대한 배려’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i튠즈’가 성공한 이유는 음악 선택부터 다운로드, 디지털기기로의 전송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서비스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외면하면 시장 창출은 요원하다는 점을 이해 당사자들이 인식할 때다.
오원철 동아방송대학 음향제작과 교수는 “디지털음악 시장은 이익의 과점으로 대박신화가 가능했던 오프라인 시장과 달리 이익을 나눠갖는 당사자가 많기 때문에 우선 시장을 키워야만 한다”며 “어지러운 국내 상황을 빨리 정리하고 해외시장 진출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