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들의 1·2분기 실적은 계절적인 비수기를 반영,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는게 IT업계의 정설로 굳어져 있다. 이를 증명이라고 하듯 IDC가 지난 8년간 전세계 IT산업 매출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분기 매출이 가장 낮고 4분기로 갈수록 좋은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정설이 깨지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올들어 반도체 가격이 다소 회복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대표적인 PC업체인 델컴퓨터가 전통적인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PC 가격을 올렸다. 모니터가 약간 고급 사양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비슷한 사양의 제품인데도 가격대가 오른 것이다. IT업계의 간판주인 삼성전자 역시 플래시메모리·디지털TV부문의 호조 등 요인으로 1∼2분기에 사상 최고치의 영업 이익을 달성하고 주가도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과연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계절적인 요인인 사라진 것인가.
대우증권 리서치본부 이영원 팀장은 계절적인 요인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완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팀장은 “과거에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IT 수요가 발생했으나 최근들어 아시아 지역의 IT산업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통적인 의미의 계절성이 크게 완화되고 있다”고 해석한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경우는 학기가 시작되는 9월과 크리스 마스와 추수 감사절 등에 PC 수요가 급증하면서 IT업계의 3분기 및 4분기 매출이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개학 시즌과 춘절 효과 등으로 1분기가 오히려 성수기라는 것이다. 이팀장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매출 비중이 최근 30% 수준까지 높아진 데다 미국, 유럽 등도 PC 재구매 시점이 임박하면서 계절적인 요인의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 IT업계의 상반기 실적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