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밸리 소재 우수 벤처 기업들이 개발·생산한 우수 제품이 국내 타 시·도 및 해외에서는 잘 팔리고 있으나 그동안 지역벤처 육성을 강조해 온 대전시에서만큼은 유독 외면받아 지역기업육성이 구호에만 그치고 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벤처기업은 본사를 타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등 대전시에 대한 반발과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25일 대덕밸리벤처연합회 및 벤처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역 IT 및 환경 벤처기업들이 국가 공공기관 인증 및 국제 특허 등을 획득한 우수 제품을 출시해 국내 타 시·도와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으나 정작 대전시에선 외면당하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2002년 ‘지역산업 육성 보호계획’을 수립하고 대전시에서 발주하는 모든 공사 및 용역·물품 구입시 지역 업체와 최우선 계약토록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시의 이같은 지역 산업 육성 방침과는 달리 최근까지 지역 벤처기업 제품을 시에서 발주하는 각종 사업에 도입한 공식적인 사례는 없이 구호만 거창해 지역 업체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 벤처기업인 A사는 지난 2001년 미생물을 이용한 환경설비를 개발한 후 대전시 문턱을 부지런히 드나들었으나 한 건의 실적도 올리지 못했다.
이 회사는 과기부와 환경부 등 여러 부처에서 신기술 인증을 받은데다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미국과 중국, 유럽 등에서 국제 특허를 받을 정도로 국내외에서 품질을 공인받고 대전시와 수의계약을 통해 납품을 시도했으나 쉽지 않았다.
A사는 오히려 대전시가 아닌 경기도 양평군을 비롯해 경북 구미시, 충남 태안군, 경남 영덕군 등 타 시·도 지자체에서 주문이 빗발쳐 이들 지자체의 폐수 처리장에 총 100억원대 규모의 시설을 납품할 수 있었다. 최근 이 회사는 “더 이상 대전에 근거지를 둘 이유가 없다”며 서울로 본사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회사측은 “타 시·도에서는 지역제품 우선 구매와 관련된 조례가 없음에도 기술력과 상품이 뛰어난 제품에 대해서는 적극 구매하고 있는데 반해 정작 대전시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대덕밸리 반도체 클린룸 제조 벤처인 B사역시 반도체 클린룸 내의 미량 가스 측정장치와 실내 공기 제어기술을 접목시킨 공기정화기를 개발, 대덕밸리벤처연합회를 통해 공공기관인 대전시에 납품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불발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 2001년 과기부로부터 국가지정연구실로 선정될 정도로 기술력이 탄탄한 회사로 알려져 있어 납품을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국내 KT 인증과 굿 디자인 마크를 획득한 A사의 공기정화기는 제품 출시 후 인천국제공항과 제주공항, 담배인삼공사,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에 설치할 정도로 제품성을 인정 받았지만 대전에서만은 예외였다.
스마트카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C사도 무선 비접촉식 RF카드 리더 모듈을 채용한 디지털 도어로크를 출시, 시에서 발주하는 대형 건축물에 납품할 수 있도록 시 관계자들을 만나 마케팅을 펼쳤지만 헛수고였다.
이 회사에서 개발한 디지털 도어로크는 한국전파연구소로부터 정보통신기기 인증을 획득 후 정통부에서 운영하는 IC 벤처타워에 채택돼 최근 재주문까지 받았고 미국과 일본 등에 수출까지 할 정도로 인정받으며 시장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나 시에서는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 벤처 기업들의 불만이 점차 확산되자 대전시는 최근에서야 각 부서별 단위 사업 차원에서 해오던 지역 상품 구매 활동을 조례 제정을 통해 명문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전시 기업지원과 김상광 벤처지원팀장은 “실질적으로 지역 기업들의 제품 구매 의사를 다 받아들이기엔 어려움이 많다”며 “올 상반기까지 공동 구매 등의 내용을 담은 대전상품우선구매조례를 제정,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인 만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